진보의 끊어진 프레임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0/07/14 [17:18]

진보의 끊어진 프레임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0/07/14 [17:18]

온 국민의 시선이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에 쏠렸다. 기소는 중지됐고 정치적 공방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진보가 스스로 몰락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실 박원순 시장 사태 이전에도 정치인을 둘러싼 미투 의혹이나 도덕성을 꼬집는 문제는 꾸준했다. 그런데도 진보정권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화 운동을 겪은 정치인들의 행실 하나하나는 큰 문제로 인식되며 여론에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계속되는 집값 폭등세 속에서 청와대 및 유력 여권 정치인들이 갭투자 및 강남 초고가 주택 문제로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료들은 지난해 국민과 했던 ‘집을 팔겠다’라는 약속까지 저버리고 투기목적의 자산을 지키려 비양심적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와중에 여성인권운동에 힘을 실어줬던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이어진 사망 소식은 진보를 지탱해주던 이념과 상식의 끈을 한순간 끊어내 버렸다.

 

실력보다는 도덕성, 깨끗, 양심을 표방해온 지금의 여권이 과거에서 벗어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지도 못한 채 안희정-오거돈-박원순으로 이어지는 미투 논란과 금전적 탐욕으로 인해 기존 프레임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자신의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진보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 기다리던 2030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젊은 층의 민주당 탈당운동은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 Image stock  ©

 

진보층 지지율의 단면으로 볼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보면 확실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일부터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5만9470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2,515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아 분석한 문 대통령 지지도 등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부정 평가는 각각 48.7%, 46.5%로 차이는 2.2%P를 기록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가 2.2%포인트 차이로 근소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첫 주 긍정 62%, 부정 32.4%로 차이가 30% 가까이 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달 새 긍정과 부정이 급등락하면서 차이를 좁힌 것이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앞서 지지율 조사결과처럼 민주당에 등을 돌린 층이 반대에 있는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현재의 민주당과 진보의 가치에 싫증이 난 것이다.

 

문제는 프레임의 붕괴다. 야권은 꾸준하게 헤게 묶은 ‘빨갱이’, ‘친북’을 주장하며 북한에 절대적 선을 긋는 프레임으로 과거 정권을 유지해왔다. 반면 여권은 깨끗함과 도덕성을 내세우며 프레임의 기틀을 닦아왔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많이 변했다. ‘빨갱이’, ‘친북’이라는 낡고 오래된 프레임은 과거 거대여당에서 100석 언저리에 안착한 제1야당으로 몰락한 미래통합당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마찬가리로 기득권화되어버린 민주화 세력의 도덕성 프레임은 연일 터진 미투,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진보의 프레임을 깨면서 낡은 정치를 표방하기 시작했다.

 

정치인을 향한 국민의 지지는 현실이다. 과거 ‘경제’를 프레임으로 내세워 대선에 나섰던 이명박 씨가 BBK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들에 연루됐음에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얻은 것은 가식적인 프레임보다는 구태의연하지만 국민에게 확실하게 작용할 수 있는 프레임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반면, 여권의 단순한 도덕주의 프레임이 현대인에게 얼마만큼의 작금의 현실을 상쇄시킬 무기로 작용하는가에 관한 질문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사람은 사회가 바꾸고 사회는 정치가 바꾼다. 진보와 정의의 가치는 고정관념이 아닌 사회에 맞게 유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보가 내세우는 도덕적 가치가 정치의 비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면 그에 걸맞은 다른 프레임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도덕성과 윤리적 가치를 내세운 진보는 대중에 더 큰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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