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진의 신작, '익숙하지만 낯선 Intimate but Odd'시리즈에 부쳐

박기웅 | 기사입력 2020/08/11 [14:55]

문서진의 신작, '익숙하지만 낯선 Intimate but Odd'시리즈에 부쳐

박기웅 | 입력 : 2020/08/11 [14:55]

문서진의 신작, '익숙하지만 낯선 Intimate but Odd'시리즈에 부쳐

 

▲ 'Intimate but Odd Ⅲ', 'Intimate but Odd Ⅳ', 'Intimate but Odd V' 등 (2018년∼2019년)  © 문화저널21 DB

 

작가는 2000년이 들어서면서 줄기차게 공간과 사물에 대한 상관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를 극사실 화풍으로 작업을 해왔다. 2000년도 초기작품 '숨결시리즈'와 'Time & Space' 시리즈의 경우는 전통적인 구상회화의 범주를 벗어나 ‘도기’와 ‘다기’의 일루전을 화면의 주제로 활용하되, 우리 민족의 ‘얼과 숨결’이 살아나도록 최선을 다하는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요즈음의 시대가 갖는 대구적인 표현방식 즉, 주제와 배경의 미묘한 역설적인 상관관계들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자를 소거하여 부유하는 이미지 혹은 단아한 서정적인 의미를 담기도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배경에서 ‘훈민정음’에 등장하는 ‘고 문자’들을 다기를 비롯한 대상물들과 오버랩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당연히 이러한 사물과 사물 사이의 대화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인식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울러 정물화에서 자주 다루는 ‘사과’를 바닷물 위에 떠 있게 하거나 ‘도자기’와 같은 이미지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그리곤 하였다. 2010년경에는 '공의질량 Zero Mass'라는 제목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사물들 (도자기 램프 등등)을 그리곤 하였다. 

 

최근에는 선택한 사물의 실루엣이 중요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가장자리만 묘사하는 방식으로 자연풍경과 대비가 이루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작품 'Intimate but Odd Ⅲ'의 경우 잔잔한 바다 위에 거대한 달처럼 ‘달 항아리’가 부유하게 한다. 

 

또한 최근에는 'Intimate but Odd Ⅳ'와 'Intimate but Odd V'에서처럼 전통적인 항아리, 민속품 등이 실루엣으로 표현되며 잔잔한 바다풍경이 배경으로 이루어지거나 안개가 낀 도시풍경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구도는 그야말로 단순명료한 중앙집중형이다. 이 구도는 소화시키기가 참으로 까다롭다. 그 이유는 매우 정적일 뿐만 아니라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잡념이 떠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색적인 생각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달 항아리’는 소박하게 우리의 선조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둥근 모습도 정확한 원도 아니다.  천지 창조 이후부터 물의 근원이 되는 바다는 우리들을 낳은 어미의 모습이다. 즉, 생명의 근원으로서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바다는 거대한 우주의 일부이기도 하다. 최근 작품들을 통해서는 ‘달 항아리’를 명상의 공간 혹은 사색의 근원으로 묘사하고 있다. 얇게 부서지는 파도는 정체되어 있는 물과 험하게 요동치는 물과의 사이에 있게 한다. 바다를 그리고 있는 색상도 엷은 초록색이다. 바다의 색은 날씨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서 사용하는 초록색은 그만큼 비공격적인 색상으로 온순하고 조용한 바다를 상징한다. 파도가 부서지는 크기와 간격은 매우 중요하다. 마치 조용한 교향곡처럼 잔잔하게도 보이며 음악적 선율이 느껴진다.

 

이러한 잔잔하며 평화로운 바다 위에 둥근달처럼 달 항아리가 그려진다. 우리의 선조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했던 것 중하나가 달 항아리이다. 하지만 이 항하리 하나를 굽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태워져야 했나? 그래서 겉모습과 실상은 매우 다른 것이다. 나무의 희생이 없이 달 항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3일간 약 1200°C이상을 유지해야 소성과정이 마쳐진다. 이 때 들어가는 나무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십 년간 땅위에 굳건히 서있던 나무들이 대기 중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희생이 없이는 인공이 탄생할 수 없다. 오늘날의 미세먼지도 이러한 몇 가지의 산업화과정들이 겹쳐지면서 이루어지는 현상중의 하나이다. 

 

전통을 차용(adaptation)하는 방식은 현대미술이 등장하면서 여러 작가들에 의해 행해진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작가들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는 않다. 누군가가 ‘달 항아리’를 그리는 전통이 2000년도 초반에 이루어졌고, 이를 답습하듯 몇몇 작가들이 이를 차용하여 다시 그렸다. 그래서 ‘달 항아리’를 소재로 하는 화가들이 상당수 생겨났다. 작가도 이러한 부류 중 한사람이 되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차용형식을 통해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는 달 항아리와 자연의 조합이라는 익숙한 사물들의 조합을 통해서 낯선 발언을 하고 싶어 한다. 이 낯선 발언이란 인간과 자연과의 화해 혹은 조화이다. 인류문명은 시작에서는 자연을 파괴하거나 훼손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문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엄청난 파괴가 이루어졌다. 전쟁, 도시건설, 위락시설,...등등이 생겨나면서, 자연과 인공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이러한 환경훼손이 엄청나게 심하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연에서 구한 소재들을 산업화 과정을 통해서 태우거나 화학작용을 통해서 변질시키는 과정, 그것을 소화하거나 배설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량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러한 폐기물의 명확한 처리 없이 현대문명은 이루어질 수 없다. 

 

작가는 그동안 우리들이 이루어놓은 가장 자연친화적인 사물 하나를 떠올리면서 그 배경에는 신의 창조에 의해서 생겨난 원초적인 자연을 배치한다. 이러한 조합은 얼핏 보기에는 대단히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는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문명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에 국한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반문명적인 발언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작가는 예술의 역할은 이러한 충돌을 완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하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자연과 인공의 ‘공존’ 그리고 ‘화해’가 작가의 예술의 진정한 목적이며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노력을 통해서 현대문명의 부수적인 산물들을 양심적으로 처리하는 곳에 마음을 둔다면, 조금 더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오염이 덜 된 대지를 물려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익숙하지만 낯선' 시리즈를 통해서 이와 같은 메시지를 담아내어 예술성과 동시에 사회성을 가지는 작업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2020년 여름 박기웅(미술학박사, 전 홍익대 교수. 화가·조각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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