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진,‘자연과 생명의 빛’을 향한 근원의 예술(4)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0/08/21 [17:48]

문서진,‘자연과 생명의 빛’을 향한 근원의 예술(4)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0/08/21 [17:48]

문서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1990년부터 현재까지 예술의 전당, KBS 방송국 등지에서 11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국내외 각종 초대전 및 단체전 등에 120여회 전시·출품했다. KBS, MBC, SBS 등의 드라마에 다수 협찬하였으며, SBS, OBS에 출연하였다. 현재 달항아리 작품으로 감동적 파문을 일으키는 등, 미래가 기억할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주의에서 출발해 초현실주의를 거쳐 근원(根源)의 예술로 향하다

 

문서진 화백은 풍부한 영감과 뛰어난 필력에 더하여 생의 종점까지 예술에의 정진을 다짐하고 있는 천성의 작가다. 문서진 화백은 초등학교시절부터 각종 사생대회에서 입·특선을 하는 등 재능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대학에 다니면서부터는 화가지망 중·고등학생들을 지도하는 등, 고초를 자초했다. 이런 열정과 투지가 이를 악물고 화가생활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그의 화업 생활은 본격화되었다. 경기 안산에 아틀리에를 마련해 외부와 담을 쌓고 작품 활동에 매진했고, 근원의 예술(3)에서 게재된 ‘고개 너머 어미니의 품’이 국전(미술대전)에 입선함을 계기로 삶을 작가 생활에 던지겠다고 결심했다. 이후부터 오산, 수원, 화성 등으로 아틀리에를 옮겨가면서 창작에 몰입, 오늘에 이르고 있음은 물론이다.

 

▲ 왼쪽 위 1) 정적. 53.0 × 45.5 cm Mixed media 왼쪽 아래 2) 정적. 53.0 × 45.5 cm Mixed media 오른쪽 3) 정적. 72.7 × 60.6 cm Mixed media  © 문화저널21 DB


30여년에 이르는 그의 예술여정을 살펴보면 놀랍다 아니 할 수 없다. 사실주의에서 출발하여 미래의 꿈을 꾸는 초현실주의 경향의 Zero Mass(무중력) 시절을 거쳐 ‘예술은 감동’이라는 미의 진리를 구현하기 위해 근원의 예술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그것도 민족의 정서에 맞닿아있는 달항아리를 주요 소재로.

 

그의 작품들은 사실주의에서 발원되었다. 근원의 예술(3)에서 게재된 ‘고개 너머 어미니의 품’과, 같은 ‘물과 빛의 투명한 색채의 향연’은 사실주의 작품들이다. 위 작품들은 아름답고 선명한 색채와 능란한 필치로 사실주의 미학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어머니의 품’은 겨울의 하얀 눈과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온몸으로 스며들어 한기를 느껴질 정도이고, ‘색채의 향연’은 어둠속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모두 삶의 풍경마저 말을 하듯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주의 시절을 거쳐 그의 예술은 90년대 후반부터 본장(4)의 그림 1〜3) 및 근원의 예술(3)의 ‘정적’ 작품들에서 보여지는바와 같이 변용과 변주를 시작한다. 이때 문병이나 달항아리가 처음 등장하며, 추상조각이 동시에 등장하거나 배경화면에 시간의 흔적들을 연상시키는 (복합추상)화면들이 등장한다. 이는 그림에 대한 정체적 확립을 위한 철학적 사유를 고심함을 뜻하는 것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4) Zero Mass. 72.7 × 60.6 cm Mixed media 5) Zero Mass 116.8 × 91.0 cm Mixed media 6) Zero Mass. 90.9 × 72.7 cm Mixed media  © 문화저널21 DB

 

▲ 왼쪽부터 7) Zero Mass. 72.7 × 60.6 cm Mixed media 8) Zero Mass 90.9 × 72.7 cm Mixed media  © 문화저널21 DB

 

▲ 왼쪽부터 9) Zero Mass. 90.9 × 72.7 cm Mixed media 10) Zero Mass 162.2 × 130.3 cm Mixed media  © 문화저널21 DB


고심의 결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소위 낮섬과 익숙함 또는 가공과 현실의 공존을 의미하는 Zero Mass(무중력) 시리즈 작품(그림4〜10) 창작으로 나타난다. Zero Mass(무중력) 시리즈 작품에 대해 작가노트 등을 통해 배경과 의미 등을 설명하고는 있으나, Zero Mass(무중력) 시리즈 작품의 본질적 특성은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초현실주의다. 理性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 ·환상의 세계를 중요시하는 초현실주의는 사실주의나 추상예술을 포섭하는 것이다. 문서진의 세밀한 묘사력은 사실적 초현실주의다. 그림(4〜10)에서와 같이 현실에서는 공존할 수 없는 상반적인 기표를 사용한 작품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그림에 몰입시키기 위한 (사실적)초현실주의 작품들인 것이다.

 

프랑스의 평론가 브르통(André Breton)은 “초현실주의는 경험의 의식적 영역과 무의식적 영역을 완벽하게 결합시키는 수단이며, '절대적 실재, 즉 초현실' 속에서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일상적인 이성의 세계와 결합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어쨌든 ‘Zero Mass(무중력)시리즈’로 통칭되는 이러한 (사실적)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들은 2000〜2010년까지 약 10여 년간 지속된 것으로 보여 진다. 신천지를 개척하기 위한 열정의 시간들 속에서 작품들이 열풍-변주를 거듭하였으리란 점은 능히 짐작된다. ‘문서진 예술의 개척기’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개척의 과정에서 달항아리가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2010년부터 본격화된 달항아리 작품들은 추억과 인간들의 삶을 풀어내는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영원을 상징하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쳐 달항아리 안에 한 가지의 꽃과 한 가지의 열매 등을 담아내는 단순함(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언덕을 다시 넘어 마침내 근원의 예술을 갈망하면서 원시림의 숲속으로 뛰어든다. 참으로 숨 가쁜 궤적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이는 초현실주의를 뛰어넘어 순백의 영혼을 드러내는 (원형)달항아리 작품들을 통해 ‘한국의 미’를 구현해 내겠다는 다짐과 약속이다. 즉, ‘예술은 감동’이라는 미의 진리를 구현하면서, ‘존재의 미학’을 실현하기 위해 根源의 예술을 향한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운명의 계시이자 섭리의 작용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살펴본 바와 같이, 문서진의 미학은 대자연의 숨결과 인생의 맥박까지 가닿은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절세의 사실주의로 시작되어, 현실에서 꿈의 세계를 그리는 초현실주의 미학을 거쳐, 마침내 영혼의 메시지라 할 수 있는 신비와 명상의 달항아리를 창작하여 관객들을 조선시대의 가마 앞으로 인도하고 있다. 특히, 그림(11〜12)에서 보여 지는 바와 같이 (근간)작품들은 하도 자연스러워 말문이 막히는 경지의 예술이란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물론 이런 경지에 오른 것은 화면과의 피나는 싸움의 결과였음은 물론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청렴·절제의 상징인 달항아리는 ‘한국미’를 대표한다. 물론 문서진의 달항아리 작품들은 재현이 아닌 창조의 결과물이다. 무릇 창조적 행위에는 목적과 의미(배경) 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바, 문서진의 달항아리  창작의 우선적 목적은 ‘존재의 미학’으로 보여 진다. 즉, 달항아리의 자기표현을 통한 ‘존재의 미학’을 드러내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예술은 감동’이라는 미의 진리를 전달하려 함일 것이다. 특히 그는 예술지상주의자이며, 감수성이 섬세한 작가로서 작품들 속에서 잃어버린 감수성을 되찾으면서 어미님 품속 같은 아늑함이 전달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물론 이는 예술행위의 목적이다.

 

온갖 걱정과 욕망으로 가득 찬 우리의 삶은 머리 굴리는 소리로 콘크리트 바닥 위나 회색의 도시공간에서 뒹굴면서 상처받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 탈출구가 감동적인 예술에의 향연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서진의 감성의 붓은 추억과 감수성을 회복시키면서 찌든 상처를 치유시키는 방향제가 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에서 명상 및 시향과 운율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원시림을 헤쳐 가는 영원을 향한 原象의 달항아리 작품들은 명상과 환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숨소리마저 멈추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순간과 영원을 함께 호흡하면서 멈춰진 시간 속에서 살며시 귀를 기울이면 창공의 바람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더하여 맑고 깨끗이 정화된 영혼의 우물을 길러서 퍼 올리는 것과 같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붓끝을 옮기는 작가의 영혼이 절절히 느껴진다. 

 

어쨌든 천성의 작가 문서진의 예술은 사실주의에서 출발하여 초현실주의를 거쳐 ‘예술은 감동’이라는 미의 진리를 구현하는 원시림을 헤쳐가고 있다. 원로한 선원의 미를 향하여 生의 껍질 속에 남겨져 있는 마지막 한줌의 숨결마저 불태우기 위해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묵묵히 화실을 걸어가고 있다. ‘운명과 사명’을 되새기면서 미의 진리를 구현해 낼 희망의 미래를 꿈꾸면서 말이다.

 

붓을 든 조선의 도공... 미래가 기억할 작가를 위한 붓놀림은 더욱 격렬  

 

문서진 화백의 근원의 예술 조명시리즈(1〜3)를 통해 ‘발원기(제1기. 사실주의 . 1988〜1999)’ 개척 및 도약기(제2기. 초현실주의 및 독자화풍. 2000〜20019  )화 중흥기(제3기. 독자화풍. 2020〜 현재진행형)의 진행양상과 특징들을 그림(1〜12)들을 통하여 살펴보았다.

 

▲ 왼쪽부터 11) Mind Vessel 45.5 × 45.5 cm Mixed media 12) Mind Vessel 45.5 × 45.5 cm Mixed media  © 문화저널21 DB


살펴본 결과, 문서진은 화가의 절대적 조건인 풍부한 영감과 뛰어난 필력에 더하여 예술에의 정진의지까지 겸비한 天成의 작가로서 미래가 기억할 (대)작가로의 부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 창작하기 시작한 배경이나 幻影 등을 소거한 原象의 달항아리 작품들은 국내 달항아리 작가들 중 가장 압권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이것은 문서진의 작품이다’라고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봇물처럼 흘러내리는 위대한 영감(독창성)을 거듭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문서진의 예술세계는 경계를 넘어가며 ‘예술은 감동’이라는 미의 진리를 향한 근원(根源)의 예술, 원상(原象)의 예술로 승화되어 가고 있다고 평석(評釋. 평가·분석)함이 타당하다. 특히, 그의 原象의 달항아리 작품들은 경지를 넘어가는 절세폭풍적인 작품들로서 廣大無邊한 華嚴의 예술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붓을 든 (조선의) 도공 출현’외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특히, 그는 풍상 속에서도 감수성을 잃지 않는 예술지상주의자로서 자기 속에 무궁한 예술의 광맥이 지속적으로 솟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예지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의지까지 갖춘 희귀한 품성의 운명적 예술가다.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어가며 예술의 원형을 찾기 위해 열풍-변주와 무한질주를 거듭하는 예술여정이 이의 반증이다. 그러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행위 하나하나는 평가받을만한 예술 그 자체다. 

 

예술의 본질과 기능은 영감의 작품들로 감동을 선사함으로 감수성을 되살려 영감의 확충과 감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문서진의 작품들은 이런 명제에 출구로서의 기능을 다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예술이 어디까지 갈 런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미의 원형을 자신의 손끝으로 조형하기 위해 아틀리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래가 기억할 작가를 위해 밤이 깊어갈수록 붓놀림은 점점 격렬해 지고 있다. 이를 운명이라 하였던가! (끝)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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