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처방전 / 전영관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9/14 [08:29]

[이 아침의 시] 처방전 / 전영관

서대선 | 입력 : 2020/09/14 [08:29]

처방전

 

 짐승은 몸이 아프면 먹이 활동을 멈춘답니다 우리들 측면

에선 단식인 셈입니다 몸을 비우고 기다리는 일, 내면의 번

다함이 가라앉도록 말미를 주는 일입니다 스스로를 들볶는

일도 멈춰야겠죠

 

 몸이 아프다는 사람에게 무어라 보탤 것은 없고 마음만 앞

선 탓입니다 나름의 처방을 내렸고 탕약도 지었습니다 달여

서 인편에 전하겠습니다

 

 처방 하나: 하루치 연료를 보충하는 아침은 꼭 챙겨야 합

니다 체에 거른 햇살이니 미온수에 섞어 마시면 몸도 마음

도 더워지고 체온을 유지할 겁니다 꼭꼭 씹을 때마다 간밤

의 악몽이 바스러지도록 신경계를 조절했습니다 싱거운 농

담도 넣었으니 계란찜이 짤 때 곁들이면 좋겠습니다

 

 처방 둘: 악력(握力)을 첨가했으니 어깨 결리는 저녁에 효

과가 있을 겁니다 엄지손가락은 소화불량으로 명치끝이 뻐

근할 때 요긴할 겁니다  과용하다가 의탁하는 습관이 생기

면 후일 더 큰 상실감에 시달리게 되니까 유의해야 합니다 

 

 처방 셋: 점심은 황제처럼 먹어야 한답니다 식욕보다 평온

함이 비만도 예방하고 효과적입니다 아침에 마신 약이 정오

무렵 발현됩니다 누구와 무엇을 먹더라도 만끽할 수 있도록

일상에 휘둘린 마음을 다스려줄 겁니다  현재에만 만족한다

는 고양이의 하품을 넣었습니다

 

 처방 넷: 봄바람을 채집해 결이 고운 쪽으로 넣었고 붉은

구름을 잘게 썰어 섞었습니다 고운 빛 덕분에 마시기에 수

월할 겁니다. 이 약은 서서히 마음을 제어해 산책을 자주하

게 됩니다  저절로 운동하게 하니까 소화도 돕고 숙면에도

효과적입니다

 

 처방 다섯:  베갯모 오른쪽엔 종달새를, 왼쪽엔 뜸부기를 

새겼습니다 오른쪽으로 눕는 습관을 예상했으니 아침마다

종달새 지저귐을 들으며 깨어날 겁니다 오랜 불면은 탕약으

로도 다스리기 힘들 것 같아 비방을 사용했습니다 후유증만

아니라면 팔베개가 특효이긴 합니다

 

 처방이라면서 염려만 언급했습니다 식약동원(食藥同源)

이라 했으니 섭생에는 끼니가 으뜸입니다

 

# ‘독감 예방접종 시기’가 돌아오니 환절기가 되었다는 실감이 확 다가옵니다. 아직 코로나도 종식되지 않았는데 독감까지 찾아오는구나 생각하면서도, 독감도 백신을 만들어 냈으니 지금의 팬데믹도 반드시 극복하는 날이 오고야 말 거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코로나로 인해 ‘코로나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다. 깊은 잠이 들지 않아 밤에도 수시로 깬다. 소화도 잘되지 않고, 식욕도 없다. 조금만 열이 나도 코로나가 아닌가 불안하고, 병원에 갇히는 악몽에 시달린다.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기도 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이명에 시달린다. 바깥 활동이 줄어들어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려니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가족과 눈이 마주치면 공연히 짜증이 난다’ 면 ‘코로나 우울’ 증상입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는 자체 면역력도 떨어지기 쉬운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뉴스나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코로나 우울’에 도움이 될 시인의 “처방전”을 추천합니다. 야외가 아니더라도 베란다이든, 마당이든, 밝은 햇살 가득 한 곳에서 “체에 거른 햇살”로 몸과 마음을 따끈하게 해준다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활성화되어 “간밤/의 악몽이” 마른 꽃잎처럼 바스러져 흩어질 것입니다. 거리를 두고 “산책” 하면서 “현재에만 만족한다/는 고양이의 하품을” 늘어지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탕약으/로도 다스리기 힘들 것 같”은 “불면”은 사랑하는 사람의 “팔베개‘를 빌려 아기처럼 단잠에 빠져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섭생에는 끼니가 으뜸입니다”. 내가 없다면 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자신을 달달 “들볶는 일”을 멈추고, 팬데믹을 이겨낸 이야기를 우리 자손들에게 옛날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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