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가(예술가)의 자화상(Ⅲ)

김월수 | 기사입력 2020/09/18 [21:51]

[기획] 화가(예술가)의 자화상(Ⅲ)

김월수 | 입력 : 2020/09/18 [21:51]

[편집자 주]화가(예술가)들의 자의식과 욕망 등이 투영되어 있는 자화상은 그들의 가려져 있는 일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로서 깊은 영감을 안겨준다. 본지는 ‘자화상미술관’을 건립을 목표로 국내 유명 화가(예술가)들의 자화상을 꾸준히 수집하고 있는 Lee Collection[이원주 : (주)대일포장 대표이사]을 통해 화가(예술가)들의 일생·예술관·의식(고뇌)·욕망·시대상황 등을 8회에 걸쳐 살펴본다.

 

자화상, 유행과 시대성을 담은 영혼의 거울이다

 

▲ 이종구 자화상 45.5×53cm 한지에 아크릴 2016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우리가 살아가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점점 서구화되고 단일한 집단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점점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수많은 예술사조가 떠올랐다가 저물고, 수많은 매체가 등장했다가 도태되며 사라져 가는데 이에 성공한 작가(예술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와 문화가 변화되는가를 예상하고 대처하는가에 달려있다. 

 

민중(民衆)이란 역사를 창조해온 직접적인 주체이면서도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회적 실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정치적·문화적·경제적 지배관계에서 종속계급·피지배계급에 속하며 민중은 고정된 계급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역사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파악되는 유동적인 계급·계층의 연합이다.(한국문학평론가협회)

 

민중미술(Minjung Art , 民衆美術)은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보조적인 구상화계열과 단색화의 중심의 추상화열로 양분화 된 서구의 모더니즘(20세기 초, 특히 1920년대에 일어난 표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형식주의(포멀리즘) 등의 감각적 ·추상적 ·초현실적인 경향의 여러 운동을 가리켜 말한다.)을 받아 들여서 국전을 중심으로 기득권 층을 형성한다. 당시 1980년대까지 독재와 쿠테타로 얼룩진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서구지향적인 미술이 아닌 한국적인 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한편, 대중과 현실의 구체적인 삶과 소통하는 민중미술로 독특한 민족성과 생활감정 또는 관습까지 담아낸 새로운 미술로서 한국의 독자적 미술사조라 할 수 있다.

 

1929년 세계대공황 때부터 오랜 시간 동안 침묵해 오던 중남미의 민중들이 중남미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계층으로서 착취와 억압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정치적으로 의식화 되면서 그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나서기에 이른 것인데, 민중주의(Populismo)란? 한 국가의 정치체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 중에서 민중-농민 또는 노동자계층, 혹은 양자를 다 지칭함-을 최고의 위치에 설정하는 정치적 사상을 일컫는다.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는 역사화와 정부 건물에 그린 뛰어난 벽화를 그렸고 대표작으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프랑스 혁명의 정신적인 상징 ; 《1830년 7월 28일》왕정복고에 반대하여 봉기한 시민들이 3일간의 시가전 끝에 결국 부르봉왕가를 무너뜨리고 루이필리프를 국왕으로 맞이한 7월 혁명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20세기 멕시코의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의 역사와 신화 그리고 민중의식을 표현한 작품으로 공공건축물에 늠름한 감각과 힘에 넘치는 벽화를 그렸는데 주요작품은 록펠러 센터에 <교차로에 서 있는 남자>그렸으나 파괴되고 멕시코 시의 미술 궁전에다 이 벽화를 다시 그렸다.

 

민중미술의 특징은 당대 주요 역사적, 사회적 사건을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사실주의 화법으로 작품으로 리얼리즘 예술이론과 비판적 현실주의 미학을 추구하였는데 군부 독재정권, 독점적 자본주의, 야합을 통해 체류하는 강대국의 군인에게 이름 없는 민초의 끊임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정당하지 못한 현실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역사에 기록하고 고발하는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두 번째 민중민술에서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대한민국의 국토면적)에 참여한 화가 의 자화상에 대해 생각해서 보기로 한다. 당시 군사독재 시절인 전두환 전대통령이 폭압적인 정치를 하던 시대로 이때 중앙대 출신 주축으로 <임술년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전>은 임술년이란 1982년이라는 해가 바로 임술년이었다. 그 시간성을 그룹이름에 썼고, 또 구만팔천구백구십이 평방 킬로미터는 그 당시 남한의 면적이었기 때문에 제목을 정하게 된다. 지금, 현재, 여기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든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성실한 묘사력, 정확하고 치열한 표현력, 극사실적인 기법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였는데, 80년대의 서사를, 즉 군사독재가 일상화된 시대정신을 묘사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 들 수 있는데 새로운 감각의 표현법, 또 하나는 극사실로 그런 서사를 그렸을 때 회화적인 완결성을 높일 수 있고 대중과의 소통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능하다.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창립회원은 박흥순, 송창, 이명복, 이종구, 전준엽, 천광호, 황재형 등 7명이었고 그들의 시각은 시대의 노출된 현실이거나 감추어진 진실을 형상화하기에 노력하였으며 한편, 일군의 작가들은 한강미술관을 중심으로 인간을 다루는 형상미술을 운동차원으로 이끌면서 아픈 역사의 현실, 당대 권력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널리 알리는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우리가 갖고자 하는 시각은 이 시대의 노출된 현실이거나, 감춰진 진실이다. 그것은 ‘인간’ ‘사물’ 또는 우리들 스스로가 간직해야 할 아픔이며, 종적으로는 역사의식의 성찰, 횡적으로는 공존하는 토양의 형성이다. 우리는 다원적인 이 시대의 모든 산물을 수용하지만, 문화의 오류를 구체적이고 명료한 언어로서 얻고져 하며, 현실에 드러난 불확실한 과도적 상황을 솔직하게 형상화 할 것이다.

 

자화상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농부는 그저 하늘을 보고 산다.

한 톨의 쌀알 얻기 위해 

굳은 땅 일구고 피와 잡초 뽑으며

숱한 땀방울과 무던히 노력하는 사이

삶의 무게로 내려앉은 근육과 뼈

자신의 행복보다, 그래도 자식만큼은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간곡한 소망 하나로 

고통과 슬픔 그리고 역경마저 이겨낸 그들

더 넓은 세상 경험하러 떠난 여행길

무거운 침묵의 돌처럼 바닷 속으로 가라앉은 배

하얀 물거품과 같이 순식간에 사라진 노란 꽃들

그 꽃을 텅 빈 가슴에 묻고 남은 인생의 나날들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갈까. 

 

서양화가 이종구의 “자화상”를 보고 쓴 시

       

▲ 왼쪽부터 작가 이종구, 화가의 자화상 수집가 이원주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Lee Collection(이원주, 미술사학 공부한 작품 수집가로서 ‘자화상미술관’을 추진 중임.)-‘화가들의 자회상’ 작품에서 1. 민중미술 ① 현실과 발언 10점 ②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대한민국의 국토면적) 10점 ③ 광주자유미술인협회, 두령, 그 외 등 10점 2. 팝아트 10점 3. 페니미즘 10점 4. 극사실주의 10점 등에서 화가의 삶과 인생이 투영된 자화상 작품을 통해 미술의 시대적 변천과 역사성 및 특이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 이명복 자화상 16x22cm 캔버스에 아크릴 2019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민중미술에 나타난 사실주의는 객관적인 현상을 실재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는 태도인데 표현이나 가치 기준을 자연 그 자체에 두는 경우로 자연주의라 부른다. 이상주의는 사실주의나 자연주의와 반대로 작가의 관념적 이상에 의하여 새로운 형식·형태로써 표현하려는 입장이며, 표현주의, 추상주의, 초현실주의 등 모두 이상주의 안에 포함한다.

 

초기 한국의 구상회화는 민중적 요소를 작품에 담았고 추상주의와 같이 모호하고 심오한 예술성에서 실상의 삶을 그리려는 70~80년대 구상 화가들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자연에 대한 찬미를 표현하였는데 구상 회화는 주류 미술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자화상

 

칠성(七星) 김월수(金月洙) 

 

카오스모스(Chaosmos)의 세상

한쪽으로 기울인 몸으로

균형을 잃고 달려가는 너

삶의 고뇌와 그 무게

굽고 굳어버린 목과 허리

다시 펴기가 힘들 듯

지나친 소외와 깊은 상실감 느끼며

울분과 분노가 일어날 때

너에게 삶의 곡절들 안으로 삭혀

좁아진 가슴에 붉은 꽃을 피우게 하리라.

 

서양화가 이명복의 “자화상”을 보고 쓴 시

 

1930년대 한국미술사로 보면 여러 경로로 서양화가들이 나타냈으나 그들의 유화는 대체로 본고장인 유럽이 아닌 일본에서 양화의 초창기 수준을 배운 데 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화가의 개성적 특질이나 자유로운 창조성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1948년대 연말에 창립전을 가진 김환기·유영국·이규상·장욱진의 신사실파(新寫實派)는 서울에서 새로운 조형주의와 순수한 표현주의를 지향한 선명한 성격의 첫 서양화가 그룹이었다.

 

1940년대 전후하여 동경에서 전위적인 순수조형주의와 추상주의 작품을 적극 추구한 김환기(金煥基)·유영국(劉永國)·이규상(李揆祥)은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였다. 주경(朱慶)도 추상 작품을 충동적으로 손댄 화가였다. 그밖에 독자적 표현주의로 신선한 창작성과 민족적 정서를 나타낸 길진섭·이중섭(李仲燮)·이쾌대(李快大)·최재덕(崔載德) 등이 있었다.

 

1963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한 권위 있는 여러 국제 미술 전람회-파리 비엔날레, 카뉴 회화제,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 출품되었던 작품들이 각별한 주목과 평가를 받은 것은 한국 현대 미술의 창조적 저력을 국제 사회에 알린 것이고 그 작품들의 동질성으로 말해진 하나의 측면은 간명하면서 깊은 정감이 조성되는 모노크롬(단색주의) 성향에서 한국인의 본성적 미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세기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사진이 등장한다. 사진이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예술가는 예술보다는 기술자에 가까운 시기였고 영화와 영상기술 등으로 미술에 있어서 재현의 기능이 상실되기 시작하며 1980년대 이후에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가상현실기술의 발전으로 사실주의 작품은 가치와 의미를 찾을 없다는 현실이다. 일반인들도 누구나 원한다면 설계도와 CNC 밀링 머신과 3D 프린터가 언제든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현대미술 작가들은 직접 작품을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작품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설계자에 더 가깝고 현대미술에서 작품 자체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관문 같은 것에 불과하다. 오늘날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가치는 작품의 외형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보고 평가하게 되면서 형상 자체보다 개념에 더 집중하는 경우 더욱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으며 조형미술에서 개념미술로 트렌드가 이동한 것도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추상 등의 조형실험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재현하는 건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보여 진다.

 

인터넷과 4차 산업으로 미래사회를 열어가는 현대미술 속에서, 서양미술사와 동양미술사 사이로부터 진정한 한국미술의 방향를 생각 할 때, 과연 세계인들의 눈에 비춰진 우리미술만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아야한다. 그나마 많이 알려진 단색화, 민화, 달항아리, 민중미술 등 그 중에 민중미술은 일부 실험적인 작품에서 편협된 역사관과 지나친 정치색, 맹목적인 종교관 등 그 예술적 가치성에 대해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낯선 서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한국의 민족성과 지역의 향토성이 짙은 분위기로 녹여내고 1980년대 근·현대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소외된 계급(농민과 노동자)이 살았던 그 삶의 현장성 작품으로 담아낸 한국적 사실주의로서 독자적 한국의 미술사조로 보여 진다.

 

▲ 이종구 자화상 16x22cm(1호) 캔버스 위 한지에 아크릴 2018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이명복 자화상 32x41cm 캔버스 아크릴 2012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전준엽 자화상 53x41cm Oil on canvas 2019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전준엽 자화상 22x16cm Oil on canvas 2019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박흥순 자화상 53x41cm 캔버스에 아크릴 2013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박흥순 자화상 16x22cm 캔버스 아크릴 2019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박흥순 자화상 42x30 종이에 수채화 202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송창 자화상 41×53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송창 자화상 16x22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2020. 09. 15 미술평론 김월수(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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