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실체없는 ‘독감백신’ 포비아…제2의 안아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10/26 [17:17]

[초점] 실체없는 ‘독감백신’ 포비아…제2의 안아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10/26 [17:17]

독감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은 관련 논문과 전문가 검토 등을 토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SNS‧포털사이트‧유튜브 등에서는 자료의 일부분만 발췌해 이를 왜곡하고 확대재생산 한 가짜뉴스가 난립하고 있다. 

 

통계의 오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가짜뉴스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실체 없는 독감백신 포비아에 떨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많은 의료계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지 않음으로써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독감백신에 대해 갖고 있는 걱정에 언급하고, 이러한 우려에는 어떤 논리적 오류가 있는지 그리고 과학적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봤다. 

 

# 독감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26일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59명 중 54명이 60대 이상이었으며, 46건이 독감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조사중인 나머지 13명에 대해서는 역학조사가 완료 되는대로 인과성 판단에 나설 계획이다. 

 

▲ 2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독감백신 관련 질병관리청의 카드뉴스 일부. (사진제공=청와대, 질병관리청) 

 

Q. 작년에 백신 접종 후 7일 내 사망한 노인이 1500명이라고 했다. 아직 100명도 안 죽었으니 문제없다는 이야기냐? 

 

전날인 25일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7월에서 올해 4월 사이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후 일주일 이내에 사망한 노인이 1531명이었으며 이들의 사망과 백신접종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접종 후 7일 이내에 사망한 사람이 1500명이지만, 이들 모두가 백신접종 때문에 사망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형적인 가짜뉴스이자 사실관계 왜곡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평소 폐렴을 앓고 있던 이가 증상이 심해져 사망했는데 사망자가 일주일 이내에 백신접종을 한 이력이 있다면, 담당의사는 ‘폐렴 악화로 인한 사망’이라는 의학적 판단을 내리지 백신에 의한 사망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실제로 질병청에서 언급한 해당 통계 역시도, 기본정보 확인을 위해 접종정보와 사망일시를 단순 비교한 것일 뿐 예방접종에 의한 사망사례라는 의학적 근거는 어느 한군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9년 7월에서 2020년 4월 사이, 사망하기 전 7일 이내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1531명이었고 당시 전체 노인 접종자는 약 668만명이었다. 수치로 환산하면 전체 노인 접종자 중 예방접종 일주일 이내 사망한 이는 0.02%인 셈이다. 

 

물론 국민들로서는 0.02%라 하더라도 1만명 중 2명이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그 2명 마저도 독감백신에 의한 사망자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논문도 존재한다. 2013년도 미국 예방의학회지 논문을 살펴보면 직전 4년간 접종자 10만명 당 사망률은 442.5명이었고 연령별로는 85세 이상 고령층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만명이 독감백신을 접종해 442명이 사망한 것인데, 사망원인은 미국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상위 15개 사망원인과 대부분 겹쳐 독감백신에 의한 사망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백신을 맞은 이들이 사망자로 집계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거니와 대부분의 경우, 백신의 문제가 아닌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이라는 것이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제공=보건복지부) 

 

Q. 65세 이상 노령인구 중에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기저질환자는 그럼 백신을 맞지 말라는 이야기냐? 기저질환자에게 백신이 위험할 수 있다면 안 맞는 것이 맞지 않나.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59명 중 54명이 60대 이상이었으며, 46건이 독감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추가로 독감백신 백신 접종 후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 역시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조사 및 부검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은 없었고 기저질환(심혈관계·뇌혈관계 질환 및 당뇨·간경화·부정맥·만성폐질환·악성종양 등)의 악화로 인한 사망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검 과정에서 대동맥 박리,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등 다른 이유로 인한 사망이 규명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물론 크고 작은 기저질환을 앓으면서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로서는 어제까진 건강했는데 왜 갑자기 독감주사를 맞고 죽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은 언제든지 그 병이 악화돼 죽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도 최근 불거진 독감백신 포비아에 대해 “독감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특히 사망과 관련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전상으로도 사망에 이를만한 원인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며 논리적 결함과 회상편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일평균 사망자수는 동절기에 약간 상승하므로 10월경에는 매일 약 1000명의 사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독감백신 국가 예방접종률을 약 50%라고 가정하고 접종 시기를 2달 정도라고 한다면 접종시기 동안 매일 전체인구의 1%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을 것이다. 연령과 성별 등의 고려없이 단순히 생각한다면 10월의 일일 평균 사망건수 1000건의 1%에 해당하는 값(약 10건의 사망) 만큼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 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단순 추정만으로도 현재 보도되는 수준의 사망이 발생하는 만큼 과도하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3년 수행된 미국의 백신 안전 데이터링크(VSD)를 활용한 연구를 기반으로 백신 접종 후의 사망은 자연스럽게 보고되는 일인데다가 고연령층의 사망률은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의 사망보고가 이례적인 수치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집계도 문제가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사망 원인을 집계하는 경찰이 백신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까 무조건 사망자가 백신을 맞았는지 물어보는 것 같다. 과거 같으면 질환으로 분류될 분들이 상당수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발표되다 보니까 갑자기 늘어나는 원인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듣기에 다소 거북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사망자가 일주일 이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백신에 의한 사망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앞서 말했듯 부검과정에서 백신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진 바가 없는데다가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 혹은 원인불명의 사망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 이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백신에 의한 사망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전형적인 논리의 오류이자, 사실관계 왜곡이기 때문이다. 

 

▲ 사진은 독감백신과는 관련없는 자료사진. (사진=image stock / 자료사진) 

 

Q. 그래도 아직은 정확하게 백신의 문제점들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지 않나. 올해는 백신을 안 맞으려고 한다. 

 

현재 의료진들과 보건당국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상황은 이러한 생각이 확산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훨씬 오래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는 ‘백신거부운동’이 활발하게 있었다. 

 

독감백신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돼 유포되면서, 이를 믿은 많은 이들이 백신접종을 기피한 것인데 이는 모두 해당 질병의 확산으로 이어져 독감에 의한 사망자를 늘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백신거부에 대해서는 “유사과학의 일종”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다수 전문가들이 독감으로 인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사망자가 4~5000명 정도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도 24일 브리핑에서 “국내에서 매년 3000여명이 인플루엔자 감염과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계한 통계도 26일 공개됐는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50명 정도가 독감감염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담당의사가 의학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독감접종을 일주일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냈던 대한의사협회 역시도 ‘독감접종을 피하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감백신 예방접종이 환자 사망 원인이라 볼 수 있는 의학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독감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냈었다. 그러면서 일주일간 접종을 유보하라는 것은 원인규명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접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거듭 부연했다. 

 

만일 이번에 불거진 ‘독감백신 포비아’로 많은 이들이 독감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고위험군이면서 동시에 기저·만성질환자로 묶이는 60대 이상 노년층의 ‘독감에 의한 사망’ 만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는 독감백신 포비아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예방접종 전후에 지켜야하는 점들을 꼼꼼히 확인하고 평소 자신이 어떤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고 말했다.

 

현재 질병청에서는 예방접종 전·중·후 주의사항을 통해 고령자는 건강상태가 좋은 날 예방접종을 맞되 접종 전 의료진에게 자신의 기저·만성질환을 알려주고, 접종 직후 15~30분간 이상반응이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귀가할 것을 권했다. 

 

또한 접종 후 2~3일간은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상반응이 있을시 즉각 의료진과 상담하며, 접종 후에는 심한 운동이나 목욕·사우나 등은 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도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까지 신고된 사례에 대한 부검 등의 검사와 종합적인 판단 결과,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감으로 적기 접종을 놓침으로써 자칫 치명률이 상당한 독감에 걸리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전문가의 견해와 의학적·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채, 무조건 독감백신이 위험하다고 외치는 것은 2013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의 재현만을 부를 뿐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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