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박진우 화백 - 상생과 창조의 미학

김월수 | 기사입력 2020/11/25 [21:07]

[평론] 박진우 화백 - 상생과 창조의 미학

김월수 | 입력 : 2020/11/25 [21:07]

박진우 화백은 동·서양미술의 만남 속에서 이를 새롭게 변용, 차용하여 창조적 작품세계로 이끄는 상생(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감)과 창조(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냄)의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 think 162.2×336.3cm mixed media 2017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생각(think)- ‘낯섬'과‘익숙함’의 공존

 

박진우 화백은 미적 상상과 창조적 사고(개념, 구성, 판단 등을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를 기반으로 하는 생각(think) 시리즈를 창작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에서 마치 홀로그램이나 3D 프린팅처럼 입체적인 화면으로 옮겨놓는다. 부유하듯 현실의 무게감을 이겨내고 새로운 작품의 세계로 이끈다. 그것은 스밈과 번짐으로 표현된 수묵의 배경 속에서 왼쪽(좌뇌)에는 붉은 매화나무 아래서 노니다 는 노란 병아리, 오른쪽(우뇌)에는 사랑을 고백하듯 피어난 튤립 꽃, 한가운데(중뇌)에는 꽃무늬가 있는 푸른 의자가 놓여 있다. 풍부한 감성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온몸에서 힘을 빼고 둥둥 떠 있는 섬이 된다. 깊은 명상하듯 생각한다는 것을 통해 우주의 끝에서 140억 년 전 우주의 시작(탄생)을 보고 되돌아오게 한다. 어쩌면 인간만이 생각의 토대 위에 그 생각들 쌓아가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을 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성이란 사전적 용어로 ‘생각하는 사람’을 뜻하고 철학에서는 ‘인간의 본질이 이성적으로 사고를 하는 데 있다.’라고 본다. 

 

박 화백의 작품은 천재적인 섬광과 같이 새로운 과학적인 실험을 하듯 동·서양 미술의 만남(날줄과 씨줄을 엮어 짠 아름다운 비단 옷처럼) 속에서 기존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거부하며 새로운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 다소 이질적이고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을 극복해 나가면서 질서와 조화 및 균형의 미를 드러낸다. 이는 수묵담채화 기법(먹으로 농담 효과를 살린 수묵화에 엷은 채색을 더한 그림)과 사실주의 기법(대상을 또렷하게 그려주는 사진 같은 그림), 그리고 초현실주의 기법(의식과 무의식의 표현을 위해 다양한 기법)을 혼용하고 이를 새롭게 변용, 차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낯 섬’과 ‘익숙함’의 공존하는 시각적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화가 폴 호건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란 말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think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나를 잊은 듯 너를 바라다본다.

허공(虛空)의 눈으로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표면 아래로 

무의식의 속살 헤집고 들어가   

 

꿈틀대는 우주의 심장 안

물질(피)의 흐름 속에서

 

신성하고 거룩한 곳

잠재의식(영혼의 집)까지 내려간다.

 

빛과 소리마저 녹아버린

초공간처럼 본질의 세계

 

박진우 화백의 'think'를 보고 쓴 시   

 

▲ 왼쪽부터 각각 think 162.2×130.2cm mixed media 202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생각(think)- 시간과 공간의 의미

 

박진우 화백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생각(Think)’시리즈를 창작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약 1,000여점에 육박하고 있으며, 표현기법과 미적 의미와 내용은 수많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어떤 경험이나 기억, 혹은 사고나 판단, 이해 등을 글이나 언어로 표현하기 전 마음속에 추상적 이미지와 현실에서 존재하는 구상적 이미지가 서로 중첩되거나 겹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나 생각, 발상 등이 작품으로 드러난다. 이는 본질의 세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바로 공(空)의 세계이다. 이러한 본질의 세계가 한정된 시공간에 표현되었는데, 이렇게 펼쳐진 세계가 바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간을 따라 펼쳐진 색(色)의 세계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로부터,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한 채 단순화함과 번뜩이는 직감으로 사물의 본질과 의미까지도 담아낸다. 여기서 다양한 질감 표현과 풍부한 원색의 발색 등을 활용함으로써 형태보다는 색채 이미지와 간결한 구성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현대의 조형적인 미적가치를 드러내고 심상적 표현으로 조형적인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아간다.

 

박 화백의 작품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항아리, 그릇, 집(건축물), 사람의 옆얼굴, 눈(시각의 초점), 꽃(자연 또는 생명), 등의 소재와 종이, 수채와 먹, 아크릴, 유채 등의 재료들의 사용으로 시간의 흐름 및 공간의 좌표에 따라 개방과 포용, 성장, 상호 관계에 대한 협력과 이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은 표현주의 기법(두꺼운 물감 층과 거친 붓질, 과감한 구도)과 서정적 추상주의 기법(현실적인 대상의 구체적인 재현보다는 선, 형, 색채 등의 순수한 조형적 요소만 사용), 그리고 추상표현주의 기법(큐비즘의 공간개념이 들어있어 추상적 조형성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응용하여 자신만의 기법을 만들어낸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연과 인간 문명의 어울림과 균형을 찾아가듯, 상생의 길과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듯 무질서(카오스) 속에서 질서(코스모스)로 변화하는 생명의 탄생 과정처럼 혼돈속의 질서인 카오스모스(chaosmos)의 상태를 표현하면서 창조적 사고(수학과 과학 그리고 철학)를 반영한다.

 

조각가 베벌리 페퍼의 “예술은 당신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그것은 당신이 어떻게, 무엇을 생각하느냐의 문제다”라는 말처럼 박 화백은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계하고 살아간다. 그것을 우리는 기억, 즉 생각(think)이라 한다”고 말한다. 하이데거는 “생각하는 것은‘존재자의 존재’로부터 본질을 청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think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흩어진 먼지 같은 나날들

켜켜이 쌓인 기억의 편리들

 

공간의 손은 

또 다른 손을 감싸고 웅크리고 있다.

 

시간의 입은 

꼬리를 물고 도망치듯 사라져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깬 영혼(마음)의 눈 속에서

 

박진우 화백의 'think'를 보고 쓴 시

                            

▲ think 72.7×60.6cm Mixed media 200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생각(think)- 비움과 채움의 철학 

 

박진우 화백은 의도치 않는 부정형(모양이나 양식이 일정하지 않은 것)의 원에서 느껴진 무심한 아름다움이라는 한국미의 본바탕인 조선의 달항아리를 통해 비움과 채움의 철학을 드러낸다. 서양적 표현으로는 채워 나가는 것이지만 동양적 기법으로 여백처럼 비우면서 균형(균등)과 조화의 미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화석처럼 켜켜이 쌓인 시간과 공간의 캠퍼스(생명의 땅)에 롤러로 밑 색(바탕색)을 칠하고 고랑과 이랑처럼 나이프를 든 섬세한 손으로 긁어내며 영혼의 텃밭 안에서 돋아난 생각의 새순들에게 북을 주듯 일구어 간다. 이는 메모리(memory)가 된 인간의 기억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어떤 일에 대한 착상이나 구상)와 작품을 모색하면서 변이와 진화된 생각(think)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세계(지혜의 세계 또는 선정으로 얻는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한 듯 보여 진다.

 

박 화백은 현대미술은 화법이나 외형의 영역에서 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의미와 사상, 철학이 미를 대체하는 복잡다단한 시대로 와 있다고 보면서 실증적인 과학과 철학적인 수학의 접목을 통해 현대미술과 접점을 만들고 누구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미래의 길을 모색하며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대상을 그대로 옮기는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구성한 표현(expression)이어야 한다. 이는 사실주의 작품은 대상과 유사성이 있고 추상작품에는 관조자의 정신과 유사하다고 말 할 수 있는데, 어떻든 표현적 서술 속의 재현적 양태는 유사성이 근원적으로 내재하기 때문이다.(조요한의 '예술의 본성'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름다운 것은 생물이든, 여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물이든 간에, 그 여러 부분의 배열이 일정한 질서를 가지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크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크기와 질서 속에 있기 때문이다.”(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물리학자 아르망 드루소의“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think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갈등과 분열의 세상에서

나는 행복을 꿈꾸며 산다.

 

왼쪽(좌뇌)와 오른쪽(우뇌) 사이

치우침 없는 중도(사랑)의 길

 

분열과 단절이 아닌,

화합과 소통으로 하나 된 우리

 

감성과 지성의 프리즘 통과 할 때

삶의 여백이 소박함으로 투명해지듯

 

무지개처럼 열린 상생과 공존의 길

내 영혼의 스펙트럼 속에서

 

박진우 화백의 'think'를 보고 쓴 시

 

▲ think 116.8×80.3cm Mixed media 2020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생각(think)- 상상과 꿈 

 

박진우 화백은 살아가면서 보고, 들으며,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think)을 작가의 기억 속에 담았다가, 작품의 제작과정 속에서 생각(think)을 끄집어내고 여기에 상상과 꿈 그리고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창조적 방법(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기법)을 더해가면서 완성한다. 이는 작가만의 생각(think)이 집중되고 몰입 할 때 변이와 진화를 거쳐 아름다운 현실속의 창조물로 나타난다. 채도 변화에 따른 느낌의 차이(채도 대비), 실루엣처럼 지나가는 형상의 모습, 풍부한 감성적인 색감, 음악적 경쾌한 리듬감과 스케일 변화 등 작가만의 재해석된 것으로 보인다.

 

박 화백은 작업과정에 대해 “작업실에 앉자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한다. 이러다 눈을 뜨면 시야에 들어오는 실내, 야외의 환경들과 음악이 주는 음률을 접목하여 새로운 상상의 형태를 집어 내 빠른 터치로 옮겨놓기도 한다. ”, “어떠한 상황에서 실루엣처럼 지나가는 형상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남다른 기억력이 있다. 이것들을 그대로 켄버스에 옮기기도 하고 가끔은 나만의 재해석을 인용해서 그림으로 옮기기도 한다”고 술회하고 있다.

 

폴란드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현대문명은 독창성과 상상력, 나아가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가진 사람을 원한다고 한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think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나를 잊은 듯 

더불어 너를 향하여

본질과 현상 사이

빛과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타고 흐른다.

 

마음의 눈으로 형상화된 것들

점, 선과 면 그리고 입체(덩어리)

 

상상- 생각의 생각을 만드는,

끝없는 추상과 패턴의 반복 속에서

 

박진우 화백의 “think” 보고 쓴 시

 

▲ think 116.8×80.3cm Mixed media 202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생각(think)- 관용과 포용의 정신(철학)

 

박진우 화백은 생각(think)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생각(think)하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이나 가치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현실의 삶 속에서 차별과 대립 하지 않고 자연을 존중하는, 자연과 일치되는 삶으로부터 조화의 길을 모색하고 제시한다. 모든 것은 극단으로 달려가면 파괴되거나 해체(병들거나 죽음)되고 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자기를 회복할 터전을 마련하듯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부터 감미롭고 아름다운 작가만의 목소리로 영원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선보인다. 작가의 그림은 X-레이와 MRI처럼 2차원과 3차원 사이 지도나 설계도와 같이 가상과 현실, 허구와 실재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의식의 매듭을 풀었다가 맺었다가, 섬세한 감성(느낌)과 지적인 향기(지성)로 빠져들게 한다.

 

박진우 화백은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계하고 살아간다. 그것을 우리는 기억, 즉 생각이라 한다. 이 생각들은 늘 우리 머릿속에 있으면서도 또 계속해서 생각을 하지 않다보면 잊어버리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그 생각들을 기억하려 애쓰면서도 실제로는 기억하려는데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들을 화폭에 넣어놓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소동파는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대나무가 내 속에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손에 붓을 쥐고 눈으로 집중하면, 그림이 바로 내 앞에 떠오른다. 그럼 그것을 재빨리 잡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꾼을 본 토끼처럼 그림이 잽싸게 사라진다.”라고 말한다.

 

think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열리고 닫힌 세상

혼돈과 질서 사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영원한 사랑)처럼

 

나선의 궤적에서 

생명의 소리

 

프랙털 차원 안 

한 점으로부터

 

박진우 화백의 'think'를 보고 쓴 시 

                   

박진우 화백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59회의 개인전 개최 및 400여회의 단체전·기획전 등에 출품하였으며, 오늘의 우수작가상(2016년 경향신문사), 대한민국브랜드대상(2019년 국회의사당) 등 다수 수상했고, 2004년~2019년 경향미술대전·충청남도미술대전·서울미술대상전·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대전·안견미술대전 등의 운영 및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0년 11월 25일 미술평론 김월수(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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