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몰랐던 이낙연의 ‘헛발질’

강도훈 기자 | 기사입력 2021/01/04 [10:43]

중도층 몰랐던 이낙연의 ‘헛발질’

강도훈 기자 | 입력 : 2021/01/04 [10:43]

새해 정치권을 달군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론 카드를 꺼낸 이는 다름 아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해가 된 첫날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대통령께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당내 반발과 심상치 않은 여론의 기류를 느끼자 “당사자의 사과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한발 물러선 견해를 재차 내놨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더불어민주당

 

‘말 한마디에.’ 유력 대권 주자에서 밀려버린 이낙연

 

이낙연의 사면론에 손뼉을 친 이는 없었다. 여권과 야권, 그리고 청와대조차 공감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3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자신의 발언이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의 발로임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다만, 지난해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특사론에 대해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연한 반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태극기 부대와 정치적 복권을 노리는 특정 정치인 뿐”이라고 이 대표의 사면론을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도 4일 오전 CBS라디오 출연해 “만약에 사면하면 교도소 나오자마자 첫 마디가 ‘정의와 진실이 승리했다’라고 할 텐데 그럼 국민이 잘못한 건가”라며 “이 사면의 여부는 국민이 결정해야지 정치권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은 환영받지 못했다. 장제원 의원은 SNS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집권당 대표의 깃털처럼 가벼운 말과 행동이 민망할 지경”이라며 “집권당 대표답게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물론 여론적으로도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사면론 제기 이후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YTN이 새해가 되자마자 1~2일 이틀간 진행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대표는 15%로 급격한 하락을 겪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격차를 넓혔다. 여권 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3%, 이낙연 대표는 15%로 각각 오차범위 내 2, 3위를 기록했다.

 

성향별로 진보층에서 이재명 지사가 38.1%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이낙연 대표는 20.2%의 지지를 얻었다. 이런 결과는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한 이후 핵심 진보 지지층이 이 지사 쪽으로 이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YTN조사는 2021년 1월 1일, 2일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조급함이 키운 이낙연 대표의 헛발질

 

이낙연 대표는 어째서 새해 첫날 사면론을 꺼냈을까? 이 대표가 내놓은 근거는 국민통합이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으로 분열된 정치판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신년 인사회에서도 이 대표는 “통합은 국민 모두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연말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부정 평가가 이어지고 검찰개혁의 명분을 갖고 치른 검찰과의 전쟁에서도 상대 수장인 윤석열 총장이 대권 주자 선호도에서 자신을 앞지르는 등 중도층 흡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강성 민주당 지지층에 당과 청와대가 휘둘린다는 여론적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면서 중도층을 흡수할 방안을 고심해왔을 터다. 그렇게 내놓은 것이 특별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이다.

 

하지만 여론은 이 대표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번 특별사면 발언으로 중도층 흡수는커녕 오히려 여권 대권 주자로 경쟁 관계에 있던 이재명 지사와의 선호도 조사에서 격차만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 (좌)이낙연 국회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문화저널21 DB) 

 

현 정권에 피로감 확실한 행보 외치는 중도층

 

야권(보수 성향) 지지층은 윤석열 총장을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는 데 반해 야권(진보 성향) 지지층은 이렇다 할 결집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여권에 180석을 몰아주면서 진보 성향 지지층의 결집은 분명했다.

 

하지만 180석을 줬음에도 이렇다 할 강력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야권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층 결집이 약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검찰개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행동에 옮겼지만, 청와대는 힘을 직접적으로 실어주기보다는 명분과 실리를 분명히 하면서, 급기야 총장 정직에 재가 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는 기류에 따라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추미애 장관은 사직하고, 검찰총장은 자리에 복귀해서 되려 국민을 걱정하는 민생 행보로 보수의 결집을 이뤄내는 효과를 거뒀다. 압도적 의석수로 지지를 증명했던 지지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는 화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나 지지율은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여러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 중도층의 지지기반 이동이 분명하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주면서 여권을 지지했던 중도층의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명분을 강조하면서 속 시원한 통치행위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 꼴로 지지율을 버텨온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아지고 지지율이 내림세를 나타내면 이낙연 대표의 대권 지지율도 하락하는 모양새를 나타내왔다.

 

이 대표로서는 대통령과 다른 분명한 모멘텀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최근 발표한 특별사면도 이런 맥락이다. 설문조사에서 비친 윤 총장 쪽으로 선회한 중도층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정답은 달랐다.

 

‘협상 없는’ 강성 정치인의 이미지로 분류되던 이재명 지사의 급부상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새해 첫 YTN 조사에서 이낙연 대표에 앞선 이재명 지사는 ‘사면론’ 이야기가 불거지자 통합이 아닌 “기득권 카르텔 해체”를 외치면서 강한 정치인의 모습을 재차 확인시켰다.

 

이 지사는 사면론이 불거진 이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지율 87%의 민주 정부도 무너진다”면서 “"많은 분들의 추천으로 넷플릭스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봤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엔 기시감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뿌리 깊은 기득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정부도 이렇게 쉽게 무너진다”며 “촛불은 비단 박근혜 탄핵만을 위해 켜지지 않았다. 불의한 정치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모두 무너뜨리라는 명령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물론 재벌, 언론, 금융, 관료 권력을 개혁하는 것으로 지체없이 나아가야 하는 이유”라며 설명하고, 다른 페이스북에서는 “새로운 정책의 시행은 필연적으로 기존질서에서 이익을 보던 기득권자의 저항이 수반된다”고 분명한 모습을 비췄다.

 

이런 상반된 여권 두 후보의 모습이 중도층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즉각 진행된 설문조사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강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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