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0세기 서정시인 파스테르나크, 바예호

마진우 기자 | 기사입력 2021/10/27 [16:41]

[신간] 20세기 서정시인 파스테르나크, 바예호

마진우 기자 | 입력 : 2021/10/27 [16:41]

세기말 태어나 격동의 20세기를 살아낸 두 시인의 시집이 출간됐다. 러시아 대표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끝까지 살아있는 존재’와 라틴아메리카 대표 작가 세사르 바예호의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다.

 

페루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였던 바예호는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멕스코의 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단을 대표하는 3대 거장이다. 파스테르나크는 단 한 권의 소설 ‘닥터 지바고’로 널리 알려졌으나, 소설가 이전에 시인으로서 러시아 20세기 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서정시인이다.

 

초기 시집 ‘첫 시절’부터 파스테르나크를 러시아의 대표 시인으로 자리 잡게 한 ‘나의 누이출간되었다. 페루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였던 바예호는 칠레의 파블 로 네루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20세기 인 삶’, 닥터 지바고에 부록으로 실린 ‘유리지바고의 시’를 포함한 8권의 시집에서 발췌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 파스테르나크 

 

유명한 화가였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아래서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파스테르나크는 유년 시절 음악으로 예술 세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고향 마르부르크에서 첫사랑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후 감정의 격동을 겪고 날카로워진 감각으로 실존을 느끼게 됐다. 이때의 경험은 파스테르나크를 시인으로 재탄생시켰고, 시인은 당시의 심정과 통찰을 ‘마르부르크’에 고백하고 있다.

 

새로워진 시각으로 시를 써 내려가던 시인은 1917년 러시아 2월 혁명을 맞이하면서 러시아의 자유로운 시댕정신에 도취됐다. 이후 파스테르나크는 개인적 체험보다 역사적 체험, 혁명의 의미,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 거시적 주제를 서로 풀어내며 시 세계를 확장했다.

 

나는 벌벌 떨었다. 나는 불붙었다 꺼졌다.

나는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방금 청혼했다.

하지만 늦었다. 나는 겁먹었다. 거절당한 나.

그녀의 눈물은 얼마나 가슴 아픈가! 나는 성자보다

축복받았다.

나는 광장으로 나섰다. 나는 다시 태어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살아서 나를 아랑곳 않고

작별의 의미 속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 ‘마르부르크’,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에서

 

# 바예호

 

바예호는 토착적 언어 사용으로 ‘선주민 정서’를 구현한 인종과 혈통의 시인이라고 평가받는다. 바예호의 시 근저에는 인디오의 어조가 있으며, 인디오 특유의 목가적이고 애니미즘적인 상징성들도 함께 비친다.

 

바예호의 선주민 정서는 의도된 언어의 배치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토착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진정성 있는 라틴아메리카 어법을 구사한다. 바예호으 ltl에는 상징이나 전원적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디오 특유의 상징주의적 요소 외에도 표현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시에 풍부하게 구현된다.

 

농부의 주먹은 비단결처럼 부드러워지고,

입술마다 십자 모양으로 윤곽이 그려진다.

축제일이다! 쟁기의 율동 날아오르고

워낭은 하나하나 청동의 합창 지휘자.

투박한 것은 날이 서고, 허리춤의 전대(纏帶)는 말을

한다……

인디오의 핏줄에서 반짝인다,

눈동자를 통해 태양의 향수(鄕愁)로

걸러지는 핏빛 야라비.

― ‘세 편의 선주민 연작시’,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

 

문화저널21 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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