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컬렉터 스토리, 검사와 무명화가의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

부부의 연보다 더 진한 정상림 이사장과 박종용 관장의 그림이야기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1/11/22 [09:50]

세종컬렉터 스토리, 검사와 무명화가의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

부부의 연보다 더 진한 정상림 이사장과 박종용 관장의 그림이야기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1/11/22 [09:50]

부부의 연보다 더 진한 정상림 이사장과 박종용 관장의 그림이야기

 

▲ 전시장을 방문한 김홍신 소설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21. 11. 9. 세종미술관)  © 문화저널21 DB 

 

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세종미술관)에서 화려하게 개막된 세종켈럭터 스토리가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개막당일부터 임홍재 국민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소설가 김홍신, 평론가 최효준 등 500여명이 전시장을 다녀갔으며, 매일 수백 명이 관람하여 찬사를 보내는 등, 예술의 겨울을 녹여내고 있다.

 

이번 전시가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검사와 무명화가의 만남이 미술관 건립 및 근·현대 거장들의 명화수집 등으로 이어졌고, 이에 더하여 박종용 화백의 ‘결의 교향곡’이란 독보적 예술세계를 개척한 자양분이 되었다는 점이다. 즉, 미술애호가인 검사와 무명화가가 의기투합하여 미술관 건립을 넘어 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및 생명예술(결)의 나침판이 되었다는 점이다.

 

8살 때부터(1960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박종용 화백은 1980년 어느 날 봄  서울북부지청에 그림을 팔러 갔다가 (부장)검사 정상림을 만났다. 박 화백의 눈에는 무서운 검사가 아니라 따뜻한 예술애호가였다. 이렇게 인연이 시작되어 정상림 검사는 그해 가을 용인문화전의 박종용 초대전에 들러 그림을 다량 구입하는 등 후원자를 자처했고, 이후 박 화백의 모든 전시장을 찾아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20년이 지나가는 2000년 초 검사직을 퇴임한 정상림은 박종용 화백에게 미술관을 건립하여 작품도 구입하고 작가아틀리에를 건립하여 가난한 작가들을 돕고 싶다는 의중을 내 비치면서 박 화백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박 화백은 호응했다. 새로운 의기투합이었다. 백공미술관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착공하기 시작하여 5년이 지난 2011년 8월 어렵게 완공되었다.

 

미술관 완공 후 이사장인 정상림과 관장인 박종용의 새로운 고민은 ‘수익을 어떻게 창출하여 미술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였다. 사실 이는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모든 사립미술관들의 공통적 고민이기도 하다. 정 이사장과 박 관장은 우선 팬션을 건립하여 일정 수입을 담보하면서도 일부는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이용하게 하여 작가들을 돕자는 방안을 구상하여 이를 실행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좋은 작품들을 구입하여 1급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느냐의 문제였다. 이를 위해 (미술)시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미술품경매를 정밀하게 분석, 좋은 작가들의 작품수집에 몰두했다. 즉, 미술품 투자를 통한 소장품 확보 및 안정적 수익창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과정에서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유영국, 세계적 조각가 문신을 위시하여 천경자, 장욱진, 박고석, 강익중, 권옥연, 김두환, 김영덕, 김원, 도상봉, 손응성, 김훈, 김흥수, 남관, 류경채, 문서진, 박상옥, 박영선, 박영하, 변종하, 신성희, 오지호, 오치균, 윤중식, 윤형근, 이두식, 이득찬, 이림, 이배, 이수억, 이숙자, 이우환, 이응노, 권영우, 최욱경, 임직순, 장리석, 전혁림, 천칠봉, 최병소, 최영림, 최예태, 표승현, 하인두, 김승영 등등, 수많은 근·현대 대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그야 말로 근·현대 미술의 보고(寶庫)라 칭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내설악백공미술관은 알찬 작품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또한 수집한 소장품들을 바탕으로 <모던아트의 정착과 확장> <한국현대술로의 초대> <백공미술관 신소장품전> <켄 웨스만 스포츠 회화전> <영혼의 프리즘> <신화의 이면> <박종용 개인전> <김승영 개인전> <편대식 개인전> <강원미술전> 등등의 각종 전시 등을 통해 미술관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정 이사장과 박 관장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6만평에 이르는 미술관 부지에 박물관도 건립, 복합문화시설을 구축하여 현대미술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강원지역 예술문화발전에 작은 기여라도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설계까지 해 두었다. 이는 예술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려는 정 이사장의 의지였다. 

 

이런 과정에서 관장인 박종용 화백의 예술은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2005년부터 본격화된 새로운 추상예술인 ‘결의 교향곡’은 2019년 1월의 예술의 전당 및 3월의 춘천KBS총국 등지에서 뜨거운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예술역사를 다시 쓰게 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상림 이사장은 2019년 3월 춘천KBS총국의 ‘결의 교향곡’ 관람을 마지막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타계직전 정 이사장이 박 관장에게 남긴 유언은 “세계적 작가가 되어 달라! 백공미술관을 지켜 달라!”였다. 40년간 부부지간보다도 더 내밀하게 미술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수집 및 백공미술관의 확장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이승에서의 인연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정 이사장의 타계 후 박 관장은 정 이사장의 ‘유언’실천에 고심했다. 세계적 작가가 되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금년 8월 국전에 출품하여 대상(비구상)을 수상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더하여 미술관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작가선정 등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 미래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문서진 화백의 ‘달 항아리’작품을 컬렉션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상림 컬렉터와 박종용 화백? 그간 베일에 가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던 검사와 무명화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세종컬렉션 스토리로 엮어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정상림 컬렉션’과 ‘만유(萬有) 결’실체가 드러나다

 

박종용의 ‘결의 교향곡’을 중핵으로 하는 세종컬렉터 스토리 전(展)은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전시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림 컬렉터는 수많은 명작들을 구입하는 사람으로 미술계에 알려져 있었으나 그 내용을 알 수 없어 궁금증만을 증폭시켜 가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그간 그의 소장품들이 여러 미술관 전시를 통해 간간히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컬렉터의 이름을 내걸고 전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를 기획한 세종문화회관측은 “이번 문화회관 미술관 컬렉터 전시를 통해 미술품 수집, 작가 후원 등 미술계의 선순환 기능을 활성화 하는데 일조하고,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즉, 베일에 가려져 있던 소장자를 과감히 끌어내어 그들의 역할을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한 것이다.

 

우선, 세종컬렉터 스토리 전(展)에 전시된 근·현대 대가들의 명작들은 참으로 광휘롭다 하지 않을 없다. 4개의 섹션으로 나뉘진 ‘정상림컬렉션’의 <인물을 그리다> 섹션에서의 김흥수, 남관, 박영선, 이수억, 임직순, 장리석, 최영림,  <자연을 담다> 섹션에서의 권옥연,김두환, 김영덕, 김원, 박상옥, 변종하, 오지호, 윤중식, 이득찬, 이림, 천질봉, 최예태,  <새로움을 시도하다> 섹션에서의 김환기, 김훈, 류경채, 윤형근, 이우환, 이응노, 전혁림, 표승현, 하인두,  <다양함을 확장하다> 섹션에서의 강익중, 문서진, 박영하, 신성희, 오치균, 이두식, 이배, 이숙자, 최병소 작가의 작품들은 명실상부하게 한국 근·현대를 대표할 수 있는 명작들이다.

 

물론 이번에 소개(전시)되는 작품들은 ‘정상림컬렉션’의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정상림과 박종용은 의기투합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근·현대 대표작들을 수집했다. 향후 ‘정상림컬렉션’의 작품들이 미술관 등지에서 순차적으로 공개(전시)되어 ‘정상림 컬렉션’의 진수가 널려 알려져 정상림 컬렉터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되길 기대해 본다.

 

▲ 전혁림의 창. 365x146cm, 캔버스에 유화. 1980년대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이번 세종컬렉터 스토리 전(展)의 중핵은 박종용 화백의 ‘결의 교향곡’이다. 즉, ‘만유(萬有) 결’의 향연인 것이다. 박종용 화백은 영원한 생명의 예술을 갈구하면서 2004년부터 새로운 추상미술을 시작했고, 초기 실패를 거쳐 10여년이 지난 2015년부터 심도 깊은 작품들이 탄생하여 2019년 예술의 전당 등지에서 열풍을 일으켰음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이후 더욱 치열한 예술 혼을 불태워 ‘결의 빛’ ‘인물(정물) 결’ ‘결의 조각’ 등 다채로운 ‘만유(萬有) 결’을 창작하여 이번 세종문화회관에서 중핵들을 전시하는 것이다.

 

그의 작가노트에서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박종용 화백에 있어 ‘결’은 만유(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즉, 우주의 근본원리를 박 화백은 ‘결의 예술’로 풀어낸 것이다. 

 

작년 여름 박종용 화백은 평소 갈망하던 ‘결의 빛’을 꿈속에서 발견하여 수많은 실험 등을 거쳐 ‘결의 빛’을 탄생시켰다. 이후 용솟음치는 영감 속에  다채로운 ‘만유(萬有) 결’들을 쉼 없이 창작하였다. 이런 과정인 작년 11월경 세종문화회관측으로부터 전시 요청을 받았다. 이에 박 화백은 전시 예정일인 올해 11월 이전까지 100호 이상 대작 100점 이상을 창작해 내겠다는 각오로 그야말로 노예처럼 작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10월 하순경 작품 당 수 만개 점들의 집합체인 ‘결의 교향곡’ 대작(100호 이상) 100여점 이상을 창작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예술에 대한 순교를 각오한 초인적인 정신력의 산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렇게 창작된 100여점 중에서 40여점이 이번에 전시되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박종용의 ‘결 조각’. 쇠, 130×130cm, 2021.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박종용 화백 작품의 본질은 땀과 노동의 결정체이다. 그러므로 박종용 미학은 흥(興)의 미학이 아닌 묵언의 수행이자 노동(勞動)의 미학이다. 60여년 풍상(風霜)속에 파란만장한 그의 삶은 신화가 되어 가고 있지만 신화의 속살은 어디까지나 땀과 눈물이다. ‘결의 교향곡’ 속에서 그의 아픈 삶이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세종문화회관측에서 기획한 <세종컬렉터 스토리(Ⅲ) 전(展) - 컬렉터 정상림 화가 박종용의 그림이야기>는 여러 가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공개를 꺼려했던 유명컬렉터의 작품들이 국가 기관의 무대에 올려 짐으로서 ‘숨지 말고 당당히 컬렉션 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미술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했다. 또한 박 화백의 60여년 화업의 총 결산본인 ‘만유(萬有) 결 향연’을 통해 작가가 걸어가야 하는 진정한 길을 체감케 함으로서 잠들어 있는 작가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방향제 역할을 만들어냈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모던 아트의 정착과 확산에 공헌한 대표 작가들과 한국현대미술을 개척하고 확장시킨 작가들의 수작들을 살펴봄으로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더하여 정상림 컬렉터와 화가 박종용의 예술을 대한 안목 및 예술사랑 의지(정열)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어쨌든 지난 9일 개막된 컬렉터 정상림과 화가 박종용의 그림 이야기를 담은 세종컬렉터 스토리 전(展)은 개막당일 각계 층 500여명 및 연일 수백 명이 관람중인 상황이며,   특히 문서진 화백의 달항아리 작품에 대해 저명한 고영훈 화백이 극찬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면서 예술의 겨울을 녹이고 있다. 

 

▲ 정상림 이사장 부부와 박종용 화백 (19. 03. 춘천KBS 방송총국 전시장)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검사와 무명화가의 아름다운 그림이야기로 시작되어 백공미술관 건립 및 근·현대 대가들의 명작수집 및 화가 박종용의 인생 전변을 그림들을 통해 풀어내는 세종컬렉터 스토리 전(展)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아무튼 좀처럼 감상하기 힘든 근·현대 대가들의 명작들과 ‘결의 교향곡’들을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여 회색 도시 속에서 뒹굴고 있는 찌든 삶을  잠시나마 씻어내는 청량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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