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날마다 소풍을 떠나자

탁계석 | 기사입력 2021/12/09 [09:44]

[탁계석 칼럼] 날마다 소풍을 떠나자

탁계석 | 입력 : 2021/12/09 [09:44]

 ‘날마다 소풍’의 원제(原題)는 필자 대본의 ‘그림과 함께 떠나는 피아노 소풍’( 작곡 이정연, 2015년)이다. 피아노가 주인공인 어린이 음악극을 만들고자 해서 나온 것이었다. 작품은 나왔지만 몇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발표가 이뤄지질 못했다.

 

▲ KClassic 제공 

 

그러나 늘 가슴 한편에 날마다 소풍은 살아 있었다. 그때마다 주변에다 이걸 좀 해보자고 했으나 안됐다. 몇 해가 흘렀고, 모지선 작가가 올해(2021) 초에 들어서야  자신이 집필한 원고와 그림들을 묶은 책을 출간할 계획을 세우면서 ‘ 날마다 소풍’이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본  것이다.

 

그러니까 '국화 옆에서’가 서정주 시인의 특허이듯, ‘소풍’은 천상병 시인의 상징시다. 누구나 어렸을 적의 소풍은 기억속에 존재할 것이다. 어른이 돼서도  소풍은 인생에 비유되면서  각자의  해석이 다르다.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살 것인가?  각자일 수밖에 없다.

 

'떠난다’는 설정은 설렘이고 호기심이다. 상상력을 자극한다. 땅을 딛고 사는 존재들, 살아있는 것들의 유한성은 이동이 불가피하지 않은가. 현실을 떠나, 나은 곳으로 가려는 힘과 꿈이 '소풍'이란 단어에는 베어 들어있다.  

 

날마다 소풍은 그래서 날마다 즐겁다, 날마다 설렌다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소풍의 캐릭터는 성공이다. 늘 가슴에서 소풍이란 단어를 껴안고 살자는 뜻이다. 릴케가 생명에는 늘 죽음이 자라고 있다는 자각을 말한 것도 유한의 한계성을 통해 발견하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소풍은 언젠가 모든 것을  둔 채 떠나야 한다. 떠난 자리엔 먹은 음식들 찌꺼기처럼 흔적이 남는다. 이처럼 소풍에는 쓸쓸함도 있고 주변 정리를 잘해야 한다는 배음(拜音)이 깔려있다. 인생, 잠깐 왔다가 가는 소풍인데 뭘 아웅다웅할 것 인가? 스치는 불안감도 있다. ‘날마다 소풍’은 다층의 감정을 유발하는 어휘다. 그럼에도 환하고, 상쾌하고, 더 긍정적이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소풍처럼 날마다 실행한다면 살아서 가는 천국이 아닐까 싶다. 

 

▲ 아티모모 제공 

 

생명이 꺼져 검은 연기가 되는 것이니, 연기가 사라지면 한 줌의 재로 뿌려지는 것이니, 하늘이든 땅이든, 어디에서든  생명의 불꽃이 튀게 살아야 한다. 비가 와도 소풍을 떠나자. 창 밖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스쳐지나는 풍경의 소풍,  예술과 동행하는 소풍, 우리가 머무는 이 땅이, 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소풍이다. 친구와 떠나는 소풍이다. 휘파람을 불며 소풍가자!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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