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아니라고..?” 종로구의 행정원칙이 낳은 폐해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2/09/06 [07:01]

“도로가 아니라고..?” 종로구의 행정원칙이 낳은 폐해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2/09/06 [07:01]

 

종로구, 지도상에 등록된 도로 용도폐기 돌입

폐기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설명이나 통보 없어

인근 주민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나.. 분통"

종로구청은 "주민 동의(의견 수렴) 근거 없다'

 

종로구가 최근 지도상에 등록된 도로를 주민들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통보 없이 용도폐기 절차에 돌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도로법상 고시해야 하는 도로가 아닌 만큼 의견 청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종로구청은 해당 도로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청년주택 건립 등의 이유로 도로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지만, 주변 상권과 주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마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종로구는 최근 구기동과 신영동을 잇는 도로를 끼고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건축안을 살펴보면 기존 지도상에 등재된 도로 일부분을 관통하는 형태로 도로 폐기가 불가피하다.

 

종로구는 이에 따른 대안으로 지난 6월 도로 일부분을 용도폐기하고 건축면적을 피해 우회하는 쪽으로 우회도로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도로의 용도폐기로 해당 도로를 끼고 있는 갤러리 건물 등은 황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 대표적으로 해당 위치에 카폐와 갤러리를 운영중인 ‘601비상’은 지도상 건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사라지게 됐다.

 

물론 실제로는 용도 폐기된 도로가 아닌 다른 우회로를 사용하고 있지만, ‘601비상’은 해당 도로가 사유지라는 점과 건축물이 당시 폐기될 도로의 구거를 고려해 설계가 된 만큼 추후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좌측 콘크리트로 포장된 부분이 폐기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문제의 도로다. 바닥에 그려진 주차라인만 빼면 엄연한 도로지만 민간 사유재산이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우측의 아스팔트 포장과의 경계만으로 이곳이 도로였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는 종로구청에 의해 용도폐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 최재원 기자

 

601 비상 관계자는 “종로구청이 최근 용도폐기한 도로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지도상의 도로라는 점은 알고 있다. 도로가 제구실하지 못하는 것은 기존 사유지들의 무단 점거로 인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무단 점거 재산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다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용도를 폐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비판했다.

 

도로 용도폐기 과정에 대해서도 “601비상은 도로에 맞닿아있음에도 어떠한 설명이나 이유도 듣지 못했고, 이마저도 직접 확인해서 알게 된 결과”라고 비판하고 “해당 도로는 홍수시 유수 소통을 할 수 있는 구거가 설치되어 있는 만큼 재산상의 피해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유재산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도로 용도폐지시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나 민원유발 요인이 있는지 여부, ▲기존 구거의 용도폐지에 따른 유수소통의 지장 여부,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되는 경우 등의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구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현행 도로법도 도로구역을 결정․변경․폐지하려면 그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고시해 도면을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면서, 주민 및 관계 전문가 등의 의견 청취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해당 도로는 이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 지목상 도로일 뿐 도로법 범주에 들어있는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도로가 용도폐기 절차에 돌입했다. 완결이 되지는 않았고 될 예정이다”라고 내용을 확인하면서도 고시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도로법에 따른 지정·고시된 도로가 아니고 지목만 도로부지인 일반 대지화 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동의 절차가 생략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유재산 업무편람 등의 지침에는 지목상 도로를 용도폐지 할 때 주민 의견수렴, 동의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해당 구역을 도로법인 아닌 공유재산법에 따라 용도폐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실제로 공유재산 업무편람에는 용도폐지 시 행정상 절차에 따른 유의 사항만 존재할 뿐 주민 의견 청취나 수렴 등의 과정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정 원칙주의가 가해자 없는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행정편의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근 지역의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신영동, 구기동의 경우 장마철이나 호우시 유속이 빨라 비 피해에 대한 우려가 많은 지역인 만큼, 실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지목상 도로라도 구거나 집수정 등의 설계가 동반된 도로, 또한 이런 시설물이 연계된 건물이 있다면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도로 용도폐지라는 문제를 도로에 맞닿아 있는 최소한의 이해관계자에게 조차 설명하지 않은 것은 행정 편의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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