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대책이 ‘女직원 당직 줄이기?’

시스템 부재를 ‘여직원’ 문제로 몰아가는 서울교통공사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09/20 [16:47]

신당역 살인사건, 대책이 ‘女직원 당직 줄이기?’

시스템 부재를 ‘여직원’ 문제로 몰아가는 서울교통공사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09/20 [16:47]

넋 나간 서울교통공사, 황당한 대책…젠더갈등 조장

핵심은 ‘직장 내 성범죄’ 여가부 보고 시스템 미작동

시스템 부재를 ‘여직원’ 문제로 몰아가는 서울교통공사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앞으로 여성직원에 대한 당직을 줄이고, 현장순찰이 아닌 CCTV를 이용한 가상순찰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황당한 대책을 내놓았다. 

 

피해자가 불법촬영과 스토킹으로 두차례나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통공사가 범죄사실 및 재방방지 대책을 보고하지 않은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근로자들이 2인 1조 근무를 요구해왔음에도 사측이 이를 묵살해온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되려 여직원의 당직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남녀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직원들에게 ‘재발방지 대책수립 아이디어를 제출해달라’고 공문까지 보낸 것이 알려진 바, 시스템 개선보다 당장의 문제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서울교통공사 김상범 사장은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앞으로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고 현장순찰이 아닌 CCTV를 이용한 가상순찰 개념을 도입할 것”이라며 “문제 개선을 통해 안전 확보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역사 사무실에서 CCTV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이상징후가 있을시 현장에 나가는 걸로 순찰시스템을 바꾸겠다”며 “2년 전 호신장비도 가스분사총을 지급했으나 사용에 문제가 있어서 노사합의로 회수한 적이 있다. 앞으로 최적의 호신장비가 무엇인지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의 장은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의견이 없으면 지체없이 그 사실을 여가부장관에게 통보하고, 해당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재발방지대책을 여가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내용을 통보하지도 않았고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전주환이 지난해 10월 직위가 해제됐음을 고려하면 시간은 충분했는데 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 서울교통공사는 앞서 사건발생 직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공문을 보낸 것이 알려지며 시스템 부재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서울교통공사 로고, 블라인드 갈무리)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존에 재발방지대책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이후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니 의견을 제출해주시기 바란다. 상황이 어렵다. 협조해주면 감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미리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두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해야할 공사가 사건이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압박하는 모습은 그동안 공사가 얼마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련 내용은 20일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신당역 사건 피해자가 불법 촬영, 스토킹으로 두차례 신고했고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도 내용이 여성가족부로 통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김상범 사장은 “서울 서부경찰서로부터 피의자인 전주환씨를 불법촬영 혐의로 수사한다는 통보만 받았다. 공문에는 가해자만 적시돼 있어 피해자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우리 직원인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는 이러한 사측의 주장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피해자를 오랜시간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까지 나오는 상황에 공사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는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역무원들로부터 안전을 위해 현장인력을 충원하고 순찰업무를 2인 1조로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요구를 공사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아이디어를 내달라, 여직원은 배치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일 큰 문제는 사측이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는 것”이라 꼬집으며 “직장 내 성폭력 사건과 피해자 보호에 대해 책임 있는 재발방지 대책과 시민과 노동자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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