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칼럼]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내 환상 속에서)

강인 | 기사입력 2023/01/02 [10:08]

[강인 칼럼]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내 환상 속에서)

강인 | 입력 : 2023/01/02 [10:08]

때로는 스스로 느끼는 초라함 속에 어디론가마음의 덩굴을 뻗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세상에는 선망(羨望)의 대상이면서도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좁고 허술한 공간만을 확보한 채 욕심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건만 하물며 나와 같은 미말(微末)의 사람이 언뜻 안타깝게 느껴지는 초라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기실, 역사는 좀 더 나은 것, 좀 더 편리한 것, 좀 더 새로운 것을 위하여 그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려왔지만 그것의 동인(動因)이 되기 위해 과욕을 부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던 탓에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진취적이라는 말, 야망이라는 말, 그리고 패기와 투지라는 말들은 정말 팔뚝에 푸른 혈관이 돋아나게 할 만큼 의욕적이고 도전적인 이야기지만 다른 한 편 그것의 허술함이나 허망함, 그리고 그 뒤에 서려있는 비극적이고 퇴락적인 그늘을 생각할 때 작고 볼품은 없지만 소박하고 조촐한 인생도 때론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회의 온갖 병리적인 현상도 그런 진취, 야망, 패기, 투지 같은 야심찬 어귀들이 남기고 간 부산물이 아닐런지?   

 

중용적(中庸的)이면서도 창조적인 인생, 당장은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멀고 먼 앞날을 내다보며 늘 소박한 환상 속에서 사는 인생이야말로, 비록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야망적이지는 않더라도 낮은 어조(語調)로 또박또박 얘기할 수 있는 저력(底力)있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 영화 ‘미션’의 포스터

 

영화 [미션(The Mission)]을 기억하십니까?

 

이 영화는 1986년에 개봉되어 그해 제39회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이듬해인 1987년 제59회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화예술상을 받은 명작으로 ’가브리엘(Gabriel)‘이라는 신부(神父)가 오지(奧地)에서 신앙의 힘으로 그곳 원주민을 감화, 교화시킨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의 명화다.

 

남아메리카 인디언(Indian)인 '과라니족(Guaranis)’에게 복음의 씨를 뿌리며 그들의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미래의 환상 속에서 그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가브리엘 신부, 그러나 그는 식민지 개척에 대한 과욕으로 양심과 신의를 잃어버린 유럽 열강(스페인, 포루투칼)의 침탈에 맞서 원주민과 함께 그 땅을 지키다 소중한 목숨을 잃게 된다.

 

오늘은 이 영화의 주제곡인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내 환상 속에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미션' 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과라니 부족의 땅에 선교사로 부임할 때 처음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원주민이 쳐놓은 덫에 걸려 죽어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듯 언제 그 원주민들이 나타나서 자신을 해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도 가브리엘 신부는 그 자리를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오보에(Oboe)를 꺼내 들고 불기 시작한다.

 

그 음악 소리를 들은 원주민들은 손에 든 활과 창 등 무기를 내려놓고 신부 곁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처음에 경계심을 보이던 그들이 결국에는 가브리엘 신부를 식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바로 이것이 음악의 힘이다. 이때 연주한 오보에 선율이 바로 《넬라 판타지아》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원래의 곡명은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인데 이 선율에 가사를 붙여 새로 만든 곡명이 바로 《넬라 판타지아》인 것이다.

 

▲ 가브리엘 선교사가 오보에를 연주하는 이 장면은 영화 속 아주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이다

 

오보에 (Oboe)

『오보에는 고음(高音)의 목관악기다. 기후나 온도에 따라 음의 변화가 거의 없어 오케스트라 연주 전 튜닝(Tuning) 시 오보에가 ‘A’ 음을 불어주면 그 음에 맞추어 모든 악기가 튜닝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곡 중 장일남 작곡 《기다리는 마음》의 전주와 간주 부분 중 일부를 혼자 연주하는 악기가 바로 '오보에'다』 

 

이 곡은 '엔리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영화 ‘미션’을 위해 작곡한 기악곡이다. 엔리오 모리코네는 이 곡의 영감을 받기 위해 수년간 영화의 배경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 후 유명한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은 이 곡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자신이 이 곡을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엔리오 모리코네에게 편지로 여러차례 부탁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한 결과 결국 허락을 받고 '키아라 페라우(Chiara  Ferrau)'가 가사를 붙여 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이 두 버전(Version)의 음악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먼저 엔리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미션‘ 속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그리고 키아라 페라우가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를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로 전해드린다.

 

 

▲ Gabriel's Oboe, Ennio Morricone from the ‘Mission’

 

 

▲ Nella Fantasia, Sarah Brightman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내 환상 속에서'》

 

환상 속에서/ 나는 정의로운 세상을 봅니다

그곳에서는 모두들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는 하늘을 나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내 영혼 깊은 곳엔/ 자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환상 속에서/ 나는 밝은 세상을 봅니다

그곳에서는 매일 밤이 거의 어둡지 않습니다 

나는 하늘을 나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내 영혼 깊은 곳엔/ 자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환상 속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마치 친구처럼 편안한 숨결을 불어넣어 줍니다

나는 하늘을 나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내 영혼 깊은 곳엔/ 자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한국경제문화원이 주최하는 ‘2022 한국경제문화대상’ 행사가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제1부 시상식에 이어 제2부 음악연주회로 열렸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선진국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인적자원의 육성, 발굴이었는데 이를 위해 이 시상식이 9년에 걸쳐 이룩한 공로와, 또한 매회 시상식 후 마련한 음악회는 사회문화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연주회 말미에 깜짝 출연한 주최 측 대표인 최세진 회장의 수준 높은 섹소폰 연주 기량은  청중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몇 차례 사양했으나 계속되는 권유에 순응하며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때 연주한 레파토리가 바로 영화 ‘미션’의 주제곡인 넬라 판타지아이다.

 

그동안 9년에 걸쳐 이어온 이 행사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당장은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멀고 먼 앞날을 내다보며 늘 소박한 환상 속에서” 이룩한 쾌거(快擧)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참석자 중 많은 분, 특히 헤드 테이블(Head Table)에 모셨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체 높으신(?) 인사들이 연주회 직전 자리를 떴다는 사실이다. 물론 국사(國事)를 위한 바쁜 일정이 있었겠지만..... 그러나 혹시 국가의 지도급 인사들이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간과(看過)함으로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선진국 위상이 ‘비문화 선진국’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아무튼 영화 ‘미션’의 장면 중 오지(奧地)에서 신앙의 힘으로 그곳 원주민을 교화시키려는 가브리엘 선교사가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하자 무식한 인디언들은 손에 든 활과 창 등 무기를 내려놓고 신부 곁으로 모여들었는데, 경제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애쓰는 최세진 회장이 같은 곡인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할 때 그 곁을 떠나는 유식한 인사들의 실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다행스럽게도 그들 중 이주영 전 장관 부부가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연주회 종료 후 근처 음식점에서 찌개백반으로 함께 조촐한 저녁 식사까지 나눌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바라기는 우리도 《넬라 판타지아, 내 환상 속에서》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모두 한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앞서 언급한바,가브리엘 선교사의 환상은 자신보다도 원주민들의 평화롭고 밝고 따뜻한 삶과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환상이었다.  그는 이러한 아름다운 환상을 자신의 죽음과 맞바꾸었던 것이다.

 

우리의 환상이 비록 가브리엘 선교사가 보여준 종교적 사명의 환상은 아닐지라도 허황되지 않은 소박한 미래의 환상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꿈꾸며, 기다리며 살아가노라면 우리에게도 그 환상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한다.

 

‘내 환상 속에서.....‘ 가브리엘 신부같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지도자들의 출현을 간절히 기대해본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외부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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