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매달리기 / 이병일

서대선 | 기사입력 2023/01/16 [09:25]

[이 아침의 시] 매달리기 / 이병일

서대선 | 입력 : 2023/01/16 [09:25]

매달리기

 

우리는 죽을 때 까지 매달리기를 해야 한다

그림자는 종일 내 몸에서 매달리기 중이지만

나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되고 싶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새는 깃털 하나로 흔들리는 중력에 매달리고

물고기는 거꾸로 돋은 비늘로 강바닥에 매달린다

 

무언가에 매달려야 살아가는 것도 있고

무언가를 매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다

 

# 잊고 살 뻔 했다. 타인의 삶을 편하게 하려 수고(受苦)를 “매달고”사는 분들이 있기에 무탈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한밤중, 갑자기 집안의 모든 전원이 일시에 꺼졌다. 창밖을 내다보니 온 동네가 캄캄했다. 스마트폰 불을 켜고, 예비해 두었던 초를 서랍에서 찾았다. 그런데 성냥이 보이지 않았다. 집안의 모든 것이 전기로 사용되는 가전제품들이기에 성냥을 쓸 일이 없었다. 당황했던 마음을 추스르니, 현관에 비치해 둔 후렛쉬가 생각나, 후렛쉬를 켜고 전력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벌써 신고를 했는지, 보수 작업팀이 출동했다고 했다. 초와 성냥을 나란히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려 성냥을 다용도실 찬장 한 귀퉁이에 두고 깜빡했다. 거실 탁자 위에 촛불을 올려놓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캄캄한 동네의 어둠이 낯설었다. 한 사십 여분 지나자 집안이 다시 환해졌다. 어둠 속에서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 올라 변압기를 살피고, 고장 난 곳을 알아내 보수한 전력회사 보수 팀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덕분에 전기줄에 “매달린” 온 동네 등과 가전제품들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왔다.

 

살아가면서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다. 이 세상에서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이나 개인은 없다. ‘위험사회’란 위험 여부가 모든 결정에서 우선순위에 놓이는 사회를 의미한다. Beck(1992)는 위험(risk)이란 자연이 우발적으로 유발하는 재난을 의미하기 보다는 인간의 결정 행위(decision making)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위험사회’에 관한 걱정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중국에서 발생한 COVID-19는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이로 인한 경기 둔화와 물가 폭등은 서민들에게 걱정을 드리운다. COVID-19는 결국 우리가 “매달고” 살아야 하는 바이러스일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3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최고인 러시아의 전쟁으로 세계 밀가루값이 오르고, 가스값도 올랐다. 그 여파로 다른 물가도 올라 장보기도 걱정스럽다.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의 전 소장이었던 미셸 부커(Michele Wucker)는 위험이 다가온다는 경고 신호가 무시되는 이유로 ‘경고 신호의 고장’과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력감’이라고 보았다. 경고 신호가 고장 나기 전 수시로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고 신호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편견의 소유자이거나,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새는 깃털 하나로 흔들리는 중력에 매달리고/물고기는 거꾸로 돋은 비늘로 강바닥에 매달린다”. 우리 인간들도 지구 위에서 중력에 “매달려” 살아가는 존재다.  지구가 위험에 빠지지 않아야 우리도, 우리 자손들도 안전하게 지구에 매달려 살아갈 수 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후위기를 막는 일, 자원의 소비를 줄이는 일, 대규모 산업형 농업으로 인한 수질오염의 문제를 해결하기, 산업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책과 실천하기,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은 위기를 막기 위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 까지”, “무언가에 매달려야 살아가는 것도 있고/무언가를 매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다”. 우리가 매달려야 하는 것들을 어떻게 지키고, 우리가 매달고 살아야 하는 것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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