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칼럼] “아! 테스 형(兄)”

강인 | 기사입력 2023/03/13 [09:21]

[강인 칼럼] “아! 테스 형(兄)”

강인 | 입력 : 2023/03/13 [09:21]

돌아보면 지난 2020년은 국민의 삶이 매우 힘들었던 해였다.

 

경제정책의 실패와 부동산 대란(大亂)을 비롯해 정치적 함량이 부족한 정부의 총체적 실정(失政)으로 청년과 서민들은 거처(居處)와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등 국민의 삶은 심히 피폐되었던 해였다. 게다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삶을 위협함으로 인해 앞날의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오죽하면 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에 고향 방문이나 성묘조차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이렇듯 명절 연휴는 맞았건만, 낙심 중에 의기소침해 있는 국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취었다. 바로 연휴 첫날인 9월 30일 밤 KBS 2TV를 통해 방영된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였다.

 

▲ 자료출처 KBS

 

물론 노래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실력이니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거니와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웅장하고, 섬세하며, 생생하고, 화려한 제작, 연출이 관객들에게 눈 돌릴 틈,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공연의 압권은 노래 중간중간 나훈아의 입을 통해 또박또박 울려나온 소신 발언이었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 아니 국민 모두에게 감동과 위로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에게 “여러분께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연을 마련했다.”라는 인사말에 팬들은 “움츠러든 어깨를 펼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라고 화답했다. 

 

또한 무대를 만들어준 KBS에 대해서는 ”KBS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지요? 두고 보세요, KBS는 거듭날 겁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덕담을 했고, 특히 위정자들을 향하여는 “우리는 지금 힘들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다”며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내가 살아오는 동안,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나라를 지킨 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들이다“라고 당당한 어조로 일갈했다.

 

이렇듯 국민에게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주최 측(언론)과 위정자에게 던진 자성을 요구하는 듯한 심도(深到)있는 발언은 비판만이 아닌 애국적 충정에서 비롯된 호소요, 복음(福音)이었다.

 

이 공연이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지 않는 대신 편집, 광고, 재방송이 없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된 것을 보면 아마도 가황(歌皇)이라는 추앙받는 국민가수의 가슴속에 깊이 맺힌 당시의 한(恨)을 토로하기 위해 준비된 또 하나의 퍼포먼스(Performance)라 여겨진다.

 

이 진정어린 퍼포먼스가 하룻밤에 전국 시청률을 29%로 끌어올렸으며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에 부산 지역에서는 38%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나훈아 신드롬(Syndrome)을 일으켰다.

 

아무튼 다소 길었지만 여기까지의 글은 서론으로 하고 다른 주제로 본론과 결론을 짧게 이어가고자 한다. 이번 나훈아 콘서트에서 그가 부른 노래 중에 <아! 테스 형>이라는 곡이 있었다. 역시 그가 작사, 작곡한 신곡(新曲)이다.

 

처음에는 <아! 테스 형>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으나 노래가 끝난 후 설명을 듣고 나서야 ‘소크라테스’를 형(兄)이라 호칭한 이유와, 이 곡의 의미가 심오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음악은 차치하고라도 가사(歌詞)에서 울려나오는 감동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

 

나훈아는 이 노래를 부른 후 “하도 답답해서 테스 형에게 내가 물어봤거든요.”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하고 물어봤더니 테스 형이 대답하기를 ”나도 몰라 그러네요.”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나훈아가 세상이 왜 이런지 몰라서 “세상이 왜 이래?”하고 물어본 것도 아니고, 테스 형이 정말 몰라서 “나도 몰라”라고 대답한 것도 아닐 것이다.

 

테스 형이 “나도 몰라”라고 한 것은 “꼭 말을 해야 아느냐?” ‘너 자신을 알라’고 2천여 년 동안이나 말해왔는데도 못 알아들으니 ”이젠 나도 몰라“ 그러는 것이 아닐까?

 

또한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질문은 당시의 코로나 정국으로 고통스러운 현실보다는 위정자가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합리한 정치 현실을 한마디로 대변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는 전제하에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등 국민의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수많은 공약(空約)을 남발하였다. 그 후 3년이 지나는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었고, ‘솔직’하지도 않았으며,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세상이 힘든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는 취임사인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힘든 세상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꿔보겠다’는 국가원수로서 국민을 향한 일대(一大) 선언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뀌기는커녕 국민들은 지금이 지난 세월보다 더 힘들고, 더 나라답지 못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뼛속 깊이 체험했다. 이는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함량미달의 위정자들 때문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휘하에서 실정(失政)에 가담했던 아류(亞流)들이 이제 막 정상적 행군을 시작한 새 정부의 발걸음을 붙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듯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세인(世人)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친근한 형(兄)이라 부르며, 그의 철학을 대중적 노래에 접목시켜 온 국민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膳賜)한 국민가수 나훈아.

이 위대한 공연을 통해 가황(歌皇)으로서의 가창력뿐 아니라 사상, 품격, 애국심 등 그의 총체적 실존(實存)을 발견했던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훈아 형 덕분에 이제부터 우리 모두는 ‘소크라테스 형’의 아우가 된 느낌이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 외부필진의 기고 ,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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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인 2023/03/14 [16:46] 수정 | 삭제
  • 솔직한 감정을 글로서 멋있게 표현해 주신 회장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 ssial551 2023/03/13 [14:27] 수정 | 삭제
  • 그래 2찍 자랑스럽다. 윤석열 김건희가 그리 좋더냐... 통탄할 일이다. 어차피 이쪽이나 저쪽이나 서로 비난만 있을 뿐,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배려, 게다가 반성이나 회의가 없는 거 안다. 그래도 사람이라면 정도를 봐야지... 지금 새 정부가 잘하고 있어? 극우 틀튜브 애독자이신가? 인생 그렇게 살아서 뭐하냐... 이런 말도 안 되는 글 배설해놓고 스스로는 뭐 대단한 사람이냥 으스대며 살겠지? 아 하늘이시여...
  • 김미미(인숙) 2023/03/13 [11:00] 수정 | 삭제
  • 회장님^^ 후련하게 풀어내준 칼럼이 속을 뻥 뚤리게 해줬습니다. 푸근하면서도 예리한 덕담같은 말씀에 감사의 보답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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