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칼럼] 일본의 만행,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된다

강인 | 기사입력 2023/03/20 [09:11]

[강인 칼럼] 일본의 만행,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된다

강인 | 입력 : 2023/03/20 [09:11]

우리에게  있어서 일본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은 1910년 국권을 빼앗은 후 1945년 8월 15일 광복에 이르기까지 36년간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강점하고 말할 수 없는 폭거로 고난과 시련을 안겨준 나라이다.

 

그뿐 아니라 세계 패권 야욕에 광분하여 전쟁을 일으킨 후 한반도를 병참 기지화하여 젊은 남자들은 강제 징용을, 젊은 여성들은 위안부로 징발했다. 또한 외교권을 박탈하고, 내정을 장악하고, 토지를 약탈하고,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감시하고, 고문하고, 탄압하고, 학살하고, 모든 자유를 억압했다. 게다가 우리의 언어를 말살하고 창씨(創氏)를 개명하는 등 민족 파괴를 일삼았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오히려 추악한 역사를 덮고, 미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2천만 명의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전쟁 범죄자들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항의와 비난에 대해, 왜곡된 내용들을 시정하겠다는 구두 약속에 따른 각서까지 쓰고서도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음은 물론 이젠 아예 독도는 일본 땅이고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한 노골적인 역사 왜곡 교과서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어느 문부상은 ’야쓰(やつ, 놈)‘라는 욕까지 써 가면서 망언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 문부상은 "그런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일본 기자단의 물음에 "개인적인 역사관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사죄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 것은, 분개에 앞서 그들의 의식에서 어쩐지 한일관계의 앞날이 석연치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렇듯 제국주의라는 미명하(美名下)에 자국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광분했던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민족이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민족성의 분출이 과거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우리에게 과거와 또 다른 모습의 침략행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그 원인이 그들의 민족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민족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 두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첫째, 반성과 사죄를 모르는 민족이다. 

 

근세 대표적 전범(戰犯) 국가라 하면 우리는 독일과 일본을 꼽는다. 독일은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가 새겨진 '나치기'(The Nazi Party Flag)를 앞세워 수많은 유대인의 학살과 주변 국가들을 침략하였고, 일본은 대동아기(大東亞旗)라고도 불리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내걸고 참혹한 전쟁범죄를 자행하며 제국주의 선봉에 섰다.

 

결국 두 나라는 패망했다. 독일은 연합군에게 항복하므로 패전국이 되었고 일본은 미국에 항복함으로 광적인 침략야욕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과거 독일과 일본 두 나라는 이상(理想)이나 행위가 매우 흡사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은 지금도 과거 패망했던 날이 돌아오면 대통령을 위시해서 전 국민이 용서를 비는 자세로 피해자들에 대해 차례차례 묵념을 올린다. 먼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4백만의 유대인을 위해 용서를 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은 가족들과 실종된 사람들을 위해 용서를 빈다. 그다음은 당시 독일의 침략으로 고통을 겪었던 이웃 나라 국민에게 사죄하고, 그다음은 독일 때문에 상처 입은 모든 사람의 영혼에 대해서 사죄한다. 그런 후에야 "전쟁에서 전사한 독일 국민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매년 그렇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서인지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이웃 나라들은 이젠 독일에 대해서 증오심이 없다고 한다. 

 

현재 독일 정부는 '나치'를 경멸한다. 우리가 장난삼아 '나치', '히틀러', '하켄크로이츠'를 말하는 것도 독일에서는 금기시될 정도로 '나치'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그들은 과거 자기들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 명을 신격화(神格化)하여 모셔놓았다는 '야스쿠니 신사'에 고위 관리를 위시하여 국민들이 시시때때로 참배하고 있다. 

 

기억되는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관중들이 과거 재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문양의 유니폼과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에서, 반성이나 사죄는 커녕 오히려 그들의 끊임없는 제국주의적 침략야욕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 전쟁을 일으킨 같은 전체국가(全體國家)였지만 독일과 일본의 민족성은 그렇게 다른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오늘날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난 2012년 광복절을 기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왕(日王)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과거사를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했더니 곧 일본 정부의 공식 항의가 빗발쳤다. 일본 총리는 나서서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다."라고 했고 또한 국가공안위원장은 "예의를 잃은 발언이다"라고 반발했다. 이를두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했던가?

 

더욱이 과거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옛일은 옛일로 돌리고 이제는 그것을 잊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역사가 남긴 그 생생한 기억이 억지로 잊는다고 잊혀질 수 있을까? 그러니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둘째, 부끄러움을 모르는 민족이다.

  

일본이라는 민족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매우 특이한 민족이다.

 

과거 우리나라를 위시해서 여러나라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도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부끄러운 역사적 사실을 합리화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과거 잠시 침탈했던 주변 국가의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억지를 쓰고 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독도'와 중국의 '댜오위다오' 그리고 러시아의 '쿠릴 4개 섬’이다. 오죽하면 확실한 역사적 사실도 외면한 채 이웃나라 영토를 자기네 땅 이라고 우겨대겠는가?

 

이렇듯 부끄러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은 영토 침탈 등 물리적 측면만이 아니라 순수해야 할 문화예술 분야에 까지 침투하여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그들은 푸치니(Puccini)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 Butterfly)’을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당시 일본이 국제적 사창국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지금도 매해 신년(新年)을 맞으면 일본 각지에서 그들이 소위 제2의 국가(國歌)라 일컫는 베토벤(Beethoven) 제9번 교향곡(Symphony No.9, 합창교향곡)을 연주한다. 이것 역시 과거 독일에 속해 있었던 중국의 '칭다오(靑島)'를 차지하기 위한 탐욕스런 계략에서 비롯된 부끄러운 역사의 산물이다. 

 

이는 아마도 음악예술을 통한 국민의 단합과 선진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었으나 국가적 역량 부족에 따른 억지 방편으로 여겨진다. 

 

세계 각국의 민족주의는 자기 나라의 작곡가가 애국심의 발로(發露)로 작곡한 곡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체코의 ‘나의 조국‘, 미국의 ’God  Bless  America’, 영국의 ‘위풍당당 행진곡’, 핀랜드의 '핀란디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코리안 판타지‘ 등이 그러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일본은 서양사람들에게 여인들이 몸을 팔아 나라 경제를 일으킨 역사를 다룬 이탈리아 작곡가의 오페라를 자기 민족의 음악문화라 하고, 남의 영토나 차지하기 위한 술수로 베토벤의 교향곡을 가져다 자기 나라 제2의 국가라 하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 민족의 생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은 욕심에 따라 어떠한 험한 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 회담에서 한일관계 정상화와 함께 경제, 안보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들 간에 찬반 대립이 첨예하게 교차하고 있다.

 

차치(且置)하고, 필자는 양 정상이 회담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 중 일부를 전하고자 한다.

 

“.....러시아, 중국,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은 위험한 안보 위기에 직면해있다. 그래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3각 동맹을 정립해야만 러시아, 중국, 북한 3국의 침략으로부터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한일관계 정상화는 생존의 문제이며 중국과 미국의 패권 전쟁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필자는 상기(上記) 윤 대통령의 판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하는 세력은 ’대일 굴종 외교‘니 ’계묘늑약‘이니 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붙잡혀있을 것인가?

 

지금의 한일관계는 한마디로 과거를 볼 것인가?, 미래를 볼 것인가? 라는 이분법(二分法)적 논리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미래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일본인의 민족성과 그들이 행한 과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정상적인 보상을 받는 것도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선진강국이 될 때 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만행,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한 과거 어느 대통령의 말이 기억난다. 그러나 우리의 국민 정서가 이젠 일본을 용서할 수 없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매우 불행하게 여겨진다.

 

부디 바라기는 일본이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기해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두 나라가 이웃사촌과 같이 서로 도우며 친근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어 나갔으면 하는 소망을 다시 한번 갖어본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 외부필진의 기고 ,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