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 보면 아주 특이한 '새‘가 소개되고 있다. 이 특이한 새는 바로 '자고새'다. "불의로 치부(致富)하는 자는 자고새가 낳지 아니한 알을 품음 같아서 그 중년에 그것이 떠나겠고 필경은 어리석은 자가 되리라"(예레미아 17장 11절)
이 자고새는 구약성경을 기록한 히브리어로는 '코레', 그리고 영어로는 '패트리지(Partridge)‘라고 하는데 팔레스타인 지방에 서식하는 메추라기와 비슷한 꿩 종류의 새다. 이 새는 자기가 낳지 아니한 다른 새의 알들을 훔치고 빼앗아 자기가 품어 부화시킨다. 그래서 부화된 새 중에는 참새도 있고, 멧새도 있고, 비둘기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자기 새끼인 줄 알았던 것들이 날개에 힘을 얻으면 모두 떠나버리고 만다. 참으로 미련한 새다.
사람 중에도 이 자고새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 성경 구절은 이렇듯 자고새와 같이 어리석은 인간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다. 사람들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불의한 방법으로 취하면 그것이 영원히 내 것이 되고, 또한 부정한 돈을 주고받으면 그 돈을 통해 유익을 얻게 될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는 절대 내 것이 되거나 유익을 주지 않는다. 잠시동안은 내 것이 된 것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런데 그것이 그냥 날아가 버리면 좋겠는데 큰 소리를 지르며 날아간다. 그래서 세상에 알려져 그로 말미암아 손가락질을 받고, 명예가 실추되고, 심지어는 패가망신까지 하는 불행을 겪는다.
예컨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현금을 사과 상자에 담아 숨겨놓았는데 그것이 세상에 알려져 크게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은밀히 처리한 일이라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지하실에 숨겨놓은 돈 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므로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또한 몇 해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전국이 벌집을 쑤셔 놓은 것같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신도시 발표 이후 LH 직원들이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사전 구입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 단체들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LH 직원 10여 명과 그 배우자들이 총 10개의 필지(2만3028㎡·약 7,000평)를 약 100억 원에 구입했고,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금만 5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해당 농지에는 보상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용버들‘ 나무 묘목 수천 그루가 빼곡히 심겨있었다.
이 용버들 나무는, 시장에서 2천~3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묘목을 2년∼3년가량 키우면 한 그루당 수십만 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 평(3.3㎡)에 한 그루가 적당한 이 나무를 25그루가량 빽빽하게 심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나무들이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 업무에 정통한 자들이 보상을 노리고 이렇듯 촘촘하게 심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옛날 ”벽오동 심은 뜻“은 알겠는데 오늘날 ”용버들 심은 뜻“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 11년간 영농 경력을 갖추었다는 당시 어느 혼군(昏君)의 교시(敎示)인가?
이 역시 LH 직원들이 공적인 업무 정보를 도적질해서 비밀리에 땅을 사들이고 묘목을 심는 등 교묘히 투기를 저질러왔으나 땅과 그곳에 심긴 묘목들이 큰 소리를 지르므로 전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굳이 앞서 언급한 과거 전두환 대통령이나 LH 직원들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주변에도 내 것, 남의 것 구별하지 않고 불의한 방법으로 도적질하고 빼앗는 자들이 있어 유감스럽다.
최근 뉴스에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정치적 사건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른바 더불어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오빠‘ 등에 올라타고 돈 봉투를 돌리던 더불어민주당 전 사무부총장 이정근의 휴대전화가 소리를 지르므로 백일하에 드러나 지난달 29일에는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기까지 했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이정근 노트‘의 파장은 가히 짐작하기 어려운 엄청난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인 중론(衆論)이다.
이 사건은 이미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되었는바 더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회피하려 한다. 다만 이렇듯 부정한 돈을 주고받은 추악한 정치인들과 함께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국민들이 가엾을 뿐이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품고 그것이 내 것인 줄 아는 어리석은 자. 이는 자고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자고새의 어리석은 꿈을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것을 품고, 부화하고, 키우고, 취하기 바란다.
문득 ’푸치니(G. Pucini)‘의 단막 오페라 《잔니 스키키(Gianni Scicchi)》가 생각난다. ’잔니 스키키‘는 독립적 오페라이긴 하지만 《외투(Il Tabarro)》,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와 함께 3부작인 《일 트리코(Il tricco)》 중 마지막 작품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가 넘치는 푸치니의 유일한 희가극이다.
’잔니 스키키‘라는 제목은 이 오페라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인데 '단테(Dante)'의 《신곡(神曲)》 중 ‘지옥’ 편에 짧게 언급되는 실존 인물로 “잔니 스키키라는 피렌체 사람이 유언장을 위조한 죄로 지옥에 떨어졌다”라는 짧은 문장을 기초로 ‘조바키노 포르차노(G. Forzano)’가 완성한 이탈리아어 대본을 가지고 여기에 온갖 상상력을 더해 만든 오페라다.
혹 요즘 돈 봉투 비리 의혹을 받고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위시해 이정근, 윤관석, 이성만 등 민주당 전 현직 일부 정치인들을 단테 선생이 보았다면 과연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 옛날 ‘잔니 스키키’처럼 그 속임수가 교묘하였음으로 정상참작을 통해 면죄부를 주었을까? 아니면 죄질이 매우 불순함으로 즉시 지옥형에 처하였을까? 이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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