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직회부 된 '노란봉투법'앞에 놓인 반응과 예감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5/24 [16:07]

본회의 직회부 된 '노란봉투법'앞에 놓인 반응과 예감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5/24 [16:07]

▲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문화저널21 DB(자료사진)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돼 

야당 주도로, 여당 반발해 회의장 퇴장 

60일간 법사위에 계류, 직회부 요건 갖춰 

 

또 한 건의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의결될 채비를 마쳤다. 파업 노동자에게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을 통과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투표 직전 전원 퇴장했다. 

 

노란봉투법은 여당의 반발 속에 야당 주도로 지난 2월 환노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였다. 여야 간 합의가 없어 심사는 계속해서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에 넘어간 지 60일간 논의 없이 계류된 상태라면 다시 상임위의 투표를 거쳐 본회의에 직회부될 수 있다. 이 경우 재적 위원 3/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법적 요건을 달성했고 야당의 주도로 오늘 본회의에 직회부가 됐다. 

 

주무부처 고용노동부 ‘노란봉투법’ 우려 입장 

이정식 장관 “(노란봉투가)경제전반에 큰 혼란 초래할 것”

파업만능주의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을 두고 우려했다.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유감표명을 강하게 했다. 이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노란봉투법 직회부 의결에 따른 정부 입장 발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고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넓히며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따질 때 무제한 책임, 이른바 손배 가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로 인한 부작용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할 것”이라며 “우선 누가 사용자인지 모호한 개념으로 산업 현장의 극심한 갈등과 법률 분쟁의 폭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과 같이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할 경우 파업 만능주의로 귀착될 것”이라며 “아울러 손해배상 책임에 예외를 둘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고, 불법 행위자에게 특권을 주는 불합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정책을 총괄하고 법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개정안이 갖고 있는 여러 법리상의 문제와 노동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나 명백해 개정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신중한 검토를 거듭 요청했다. 

 

노란봉투법 여야 합의 없이 회부 

야당 주도로 본회의 통과돼도 거부권 행사에 막힐 소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야당, 거부권 행사 유도한다”

 

노란봉투법처럼 여당이 반대하나 야당이 지지하는 법안들이 본회의에 직회부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때마다 여당과 정부는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해 법안을 국회로 다시 돌려놓았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입법 도돌이표가 또 한 번 벌어질 준비가 된 셈이다.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는 이상, 본회의에서 야당이 숫자로 의결에 이르게 된다 하더라도 법안은 다시 거부권에 휩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유감 표명과 더불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민주당의 본회의 직회부를 두고 “오로지 윤석열 정부 발목잡기에만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에만 빠져있다”며 “민생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정략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거부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이 대통령실과 국회 사이에서 표류할 거란 예감이 드는 대목이다. 

 

경제계와 노동계 엇갈린 반응 

경제계 “야당은 책임져야 할 것, 파업만능주의 만연할 것”

노동계 “노동 기본권 보장되는 계기 돼, 본회의 통과 서둘러라” 

 

경제계와 노동계는 이 법안을 두고 둘로 나뉘어진 모습이다. 경제계는 “이 나라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 차례 호소했으나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체계 심사마저 무력화시켰다”고 법안 통과를 비판했다. 이 성명은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에서 나왔고 6단체는 같은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와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지난 2월 13일 경제6단체가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경총 제공

 

경제 단체들은 노란법안에 폐해를 두고 많이 우려하고 있었다. 경제 단체들은 성명에서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켜 국내기업들의 투자뿐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정리하자면 노동조합들의 불법적인 쟁의 활동이 합법화되는 공간이 광역적으로 확대될 테고, 이를 통해 기업들을 범죄자로 만들 것이며 경영활동마저 위축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노동계는 본회의 직회부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수백만 명 하청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첫 번째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됐다”며 “국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맞게,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법원의 판단에 맞게 신속하게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라”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권이 그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여당을 향해 “손해배상 가압류 폭탄으로 고통받고 목숨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은 외면하고, 여전히 경영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데 매우 유감스럽다”며 “환노위 결과를 수용해 본회의 처리에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노란봉투법은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점, 경제단체들의 반대 반응,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 등에 비추어 윤석열 대통령의 3호 거부권이 발동될 법안이 될 듯하다. / 대통령실 제공 

 

본회의 직회부, 야당 의결, 정부여당 반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수순 

노란봉투법도 안착하지 못하고 표류할 거란 예감 

 

본회의에 직회부라는 공은 던져졌다.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통과라는 시나리오도 잡혔다. 정부여당의 재의요구권 건의라는 변수도 예상이 된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전례에 비춰 3호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법안은 다시 의회로 회귀한다. 법안 하나에 찬반 양론이 거듭 맺히고 얽힌다. 합의의 정치와 양해의 관계, 양보의 입법이 망실된 상황에서 법안은 안착할 줄 모르고 표류하게 된다. 오늘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이 놓여있는 자리다.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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