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상황 사이에 낀 한국 한미동맹과 글로벌공급망 의존의 거리 문재인 정부, 큰 나라의 중국몽 좇겠다는 방침 윤석열 정부, 확장적 한미동맹 추구
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한미동맹이라는 한 축과 글로벌공급망 의존이라는 또 다른 축 사이에서 한국은 어느 한 국가의 편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인식으로 ‘중국몽’에 함께하겠다며 ‘작은 나라’임을 자처했다. 미중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국격과 나라의 자존심을 깎아 먹었다는 평가도 있다.
후임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는 뚜렷하다. 한미동맹 나아가 한미일 동맹으로까지의 확장을 추구한다는 것. 중국은 한국의 급변한 외교적 자세가 어리둥절하다. 한국을 오랜 친구의 나라로 여겼던 중국이다.
중국 관영매체 “한국과 미국 관계, 전 같지 않아” 미국 “글로벌공급망 중국으로부터 탈피 선언했지만 한국 기업 귀국 안해” 시진핑“6.25는 제국주의의 침략전쟁” 對 한국 정부 “북한의 남침 전쟁” 조 바이든 공고한 한미동맹 정책에 중 “한국에겐 중국이 더 중요” 주장
2020년 9월 중국의 한 관영매체는 뤄차오(呂超) 랴오닝성(遙寧省)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받아 23일 한국의 '중국인민지원군(한국전쟁 참전 중국인민해방군) 전사자 유해(유해)' 송환 사업을 보도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달리 과거 중국의 적에서 친구로 변모했다”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같은 해 10월 이러한 기대감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탈피하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중국에 진주한 한국 기업이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과 한국 정부의 종용이 뒤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기업의 생리상 이윤이 있는 곳에 기업을 두려는 마음이 앞섰던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중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6.25는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이라고 규정했고 여기서 제국주의는 미국을 의미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하고 수정했는데,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한미동맹이 시작과 계기가 됐던 전쟁이었다. 중국의 자의적인 해석은 두고 볼 수 없다는 방침이었다.
한미동맹은 공고해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다 밀착하는 한미동맹을 추구한다는 방침에 중국의 반응이 예민했다. 2021년 1월 SCMP에 따르면 진찬룽 런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대해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한국에게는 중요한 안보 보장"이라며 "따라서 한국에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중국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G7 계기로 친미반중 노선으로 확실히 기울었단 평가 한국, 미국 주도의 쿼드와 파이브 아이즈 참여할 가능성 한국 국민 “중국 인상 나쁘다” 73.8%
중국의 당부에도 한국은 한미동맹이란 축에 기울어져 있었을까. 같은 해 3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망인 쿼드에 참여할 의중을 내비쳤을 때 중국의 반응은 뜨악했다. 중국 내에선 “한국은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같은 해 6월엔 G7에 한국이 옵저버로 참여하면서 외교가에선 한국의 외교 노선이 친미반중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마침 미국 등 5개국의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한다는 소문도 나와 중국을 긴장하게 했는데 그 무렵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파이브 아이즈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며 참여를 만류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여론은 나빠져 갔다. 2021년 9월 28일 국내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일본 겐론NPO와 28일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상은 '나쁘다' 쪽이 73.8%를 기록했다. 지난해 59.4%에 비해 14.4%P 증가한 수치다. 반면 '좋다'는 응답은 10.7%에 그쳐 지난해(16.3%) 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 한미동맹 확대발전 선언 중국 “한미동맹이 경제동맹으로 확장되는 건 중국을 억제한다는 의미” 폭탄 심지 같은 양안 관계, 한국 외교부 장관 언급했다 중국으로부터 비판받아
2022년 윤석열 정부의 집권은 한미동맹의 역사에 하나의 전기였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두고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까지 포함한다’라는 기조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반응이 나빴다. 선전위성TV에 따르면 국제문제 평론가인 류허핑은 “한미가 기존 군사동맹을 경제동맹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예고하는 것_중국 의존도를 미끼로 협박하는 수준”이라는 논평이 나왔다. 한중 양국의 관계가 험악해져 갔다.
양안 문제는 건들지 말아야 하는 폭탄과도 같았다.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이 “대만 해협 유사시 에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꺼낸 순간이 있었는데, 중국은 즉각 이를 비판했다. 부용치훼(不容置喙),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사용한 사자성어인데 의미는 나라 간에 사용하기에 무례한 수준이었다.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시진핑 등장 이후 패권 경쟁 시작돼 중국 대국굴기, 시진핑 1인 추종 체제와 맞물려 중국 앞에 놓인 내부 과제들
중국은 현재 한국과 미국 같은 나라와 각을 세우고 있다. 연원을 들여다보자면, 시진핑 집권 시기와 패권 갈등의 시기가 맞물린다. 도광양회의 방침을 끝내고 대국굴기한다는 중국의 기조가 시진핑 1인 추종 체제와 어울린다. 시진핑은 지금 중국에서 신의 위치. 국가 체제는 세계에서 희귀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하다시피한 제조업 왕국이지만 각국이 공급망을 자국으로 돌려놓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러한 지위가 지속가능할지 알 수 없다.
거기에 대만과의 통일이라는 큰 과제가 놓여있다.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의 저항과 분리 독립요구에도 직면해있다. 세계 1위 패권국가로의 도약은 오랜 숙원이다.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외부의 적과 맞서야만 감당할 수 있는 수많은 과제들이 중국 앞에 놓여있다.
미국은 적절한 적이다. 중국보다 고작 한 발짝 앞에 있다. 정치의 구조와 경제의 체질이 다르다. 중국은 “미국은 오랜 패권국이었으니 이제 물러설 때가 됐다. 중국의 시대가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시진핑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단결해 패권국으로 달려가는 구도를 오랫동안 집중해오는 나라다. 비록 중국 내부의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그런 문제를 덮어두거나 무시하고 패권국이 되기 위해 간다. 아프리카와 동유럽, 동남아 등지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환심을 사려는 이유도 역시 제1패권국으로 도약을 위해서다.
한국 야당 대표, 중국 대사 예방하는 모양새 연출 싱하이밍 대사, 15분 동안 중국 입장 일방적으로 언급 “중국 패배 베팅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 싱하이밍 강조
중국의 동북아 패권지배의 열쇠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으로, 한미동맹에 기울어져있는 현 상황을 돌려놓고자 하는 장면이 어제 연출됐다. 제1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공관에 직접 방문해 회담을 나눴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의 야당 대표는 외교부 국장급의 대사를 예방(禮訪)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싱 대사는 흐뭇하게 웃었다.
싱 대사는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을 잠깐 듣더니 준비해온 A4용지 10여장을 꺼내들었다. 이어 15분 간 쉬지 않고 용지 속 내용들을 읽어나갔다. 싱 대사는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중관계 악화의 원인을 한국에 돌렸다. 이어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중·한 관계의 기초에 관계돼 있다. (한중이) 수교할 때 한국도 이에 대해 중국에 엄숙한 약속이 있었다”고 말하며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역사와 사회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중국 국민들은 일치단결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위대한 중국몽을 진행한다는 그런 결심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패권 경쟁의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과 시진핑 1인 체제의 영도 아래 일치단결하는 중국의 각오를 설명했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 싱 대사의 말은 협박처럼 들렸다. 협박은 아니었어도 압박은 됐다. 오늘날 중국의 자세와 방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중국은 자신만만했고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지향적 외교방침에 맞춰 중국의 압박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중국(인)을 싫어한다는 여론도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중국의 압박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혐오로 변모하는 중이다. 세계 2위의 패권국은 점차 자국을 추종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압박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중국이 싫어진다는 딜레마, 한국이 이 압박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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