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 김종해

서대선 | 기사입력 2023/07/03 [09:02]

[이 아침의 시]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 김종해

서대선 | 입력 : 2023/07/03 [09:02]

이 아침의 시/김종해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함께 살아가는 대자연 속의 또 다른 생명을

날마다 뜯어먹고 삼켜야

사람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야채나 우유와 밥과 고기가

누구의 삶을 허물어뜨려야

비로소 사람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는 것

일평생 살면서

먹고 삼키며 살생한 죄는

스스로 죄가 아니라고 한다

채소 잎사귀 한 장, 생선 한 마리 굽는 일마저도

누구 하나 마음 아파한 적이 없다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사람의 식탁이

때로는 죽비로 나를 깨운다  

 

# ‘사람도 먹나요? 그럼, 사람도 먹지.’ 어린 왕자 이야기 속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를 보더니, 손녀가 눈이 동그래지며 묻는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며, 소비자라는 오만함에 젖어 있었나보다. 깜짝 놀라는 손녀의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그렇구나, 우리 사람도 어떤 생명에게는 단순히 먹이일 뿐이구나. 대표적인 최상위 포식자(Apex predator)들은 악어, 하이에나, 늑대, 맹금류, 대형 뱀, 큰 물새, 범고래, 대형 고양이과(big cat) 등인데, 지구에서 각종 전술, 전략과 무기로 장착한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들인 야생동물을 관리하고 보존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도 먹이다’라는 말은 최상위 포식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반성적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오스트레일리아 생태철학자 발 플럼우드(Val Plumwood, 1939-2008)는 마흔여섯 살 때 혼자 카누를 타다 악어의 공격을 받았다. 간신히 악어에게서 탈출했던 그녀는 ‘사람도 먹이’라는 진실을 일상에서는 개념적이거나 상식적인 지식으로 넘긴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악어와 사투를 벌이던 순간을 떠올리며, 사람이 여느 짐승과 다른 우월적 존재가 아니며, ‘다른 존재의 죽음으로 살아가고, 다른 존재의 생명으로 죽는’ ‘먹이 사슬의 우주’를 살고 있음을 통감했다고 전언했다. 그렇다. ‘평행우주’ 속에서는 사람도 보아뱀도 시궁쥐도 모두가 먹이이자 포식자로서 평등하다는 사실이다. 

 

먹는 것은 희생을 전제한다. “함께 살아가는 대자연 속의 또 다른 생명을/날마다 뜯어먹고 삼켜야/사람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매일 식탁에 놓인 일용할 음식 자체가 다른 생명체의 희생이다. 먹는다는 것은 자기를 헌신하는 타자의 생명을 먹는 행위다. 생태계 먹이 사슬(food chain)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다. 먹이 사슬의 최고로 높은 곳에 있는 소비자는 사람이다. ‘먹이 피라미드(food pyramid)’에 연결된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먹이 사슬(food chain)이 온전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먹이 사슬의 관계도 진화했을 것이다. 약 37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약 6억 년 전 하등동물이 나타날 때까지는 먹이 사슬의 관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곤충,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진화되어 나타나고 약 삼십만 년 전 최상층 소비자 호모사피엔스인 현대 인류가 나타나면서 먹이 사슬의 관계도 함께 진화되었을 것이다.

 

“일평생 살면서/먹고 삼키며 살생한 죄는/스스로 죄가 아니라고 한다/채소 잎사귀 한 장, 생선 한 마리 굽는 일마저도/누구 하나 마음 아파한 적이 없다”는 시인의 전언에서 최상위 소비자이며 포식자로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가를 본다. “누구의 삶을 허물어뜨려야/비로소 사람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생명들의 헌신에 감사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먹이 사슬의 체계가 건강하고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생물 다양성이란 종의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을 총칭한다. 건강한 자연이란 이 다양성에 의해 결정된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급격하게 빨라진 생태계 파괴로 10분마다 한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멸종은 자연스런 과정일 수 있으나, 하루에 150종이 멸종하고 21세기 말까지 100만 종이 멸종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전 지구를 곤경에 빠트렸던 코로나 19도 먹이 사슬의 파괴와 가속되고 있는 생명체 멸종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먹이 사슬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 인간까지 모든 생물의 삶과 죽음이 서로 연결되는 생존의 자연법칙이다. 그러나 균형 잡힌 먹이 사슬을 파괴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환경파괴, 대량 어획, 포식(捕食), 남획(濫獲), 채취(採取)와 같은 행위는 먹이 사슬을 파괴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인간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사는 방식을 위협하지만, 대멸종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자연은 어떻게든 존재하겠지만, 인간인 우리가 사라질 뿐이다. “사람으로 살아보니까/사람의 식탁이/때로는 죽비로 나를 깨운다”. ‘모든 생명체는 먹이이고, 동시에 먹이 그 이상’으로 죽음은 또 다른 생명체의 삶인 것이다. 즉, ‘우리는 먹으면서 먹히고, 죽지만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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