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국민의힘은 같은달 23일 푸른 눈의 한국인인 인요한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렇게 임명된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위 팀을 구축한 후,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징계해제를 시작으로 친윤·지도부 인사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요청하는 등, 광폭행보를 펼치며 갖가지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윤석열 정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친윤·지도부 인사들의 험지출마 요청 등은 당사자들의 외면 등으로 암초에 부딪쳤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급기야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무리수를 뒀고, 이에 김기현 당대표가 즉각 거절하는 등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정치현실을 무시한 인요한 위원장이 빚어낸 정치적 참변이다. 인요한 위원장으로 인해 국민의힘은 도리어 깊은 상처만 입은 상황이다. 좌초가 불가피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명암(明暗)을 짚어본다.
인요한 위원장의 시간 그리고 과욕 성급한 각종혁신안(제1〜6호)양산 우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보궐선거 참패 후 국민의힘은 위기수습 및 국면전환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여러 명의 명망급 인사들과 접촉했으나 모조리 거부하는 바람에(언론보도), 결국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인요한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런 과정에 인 위원장과 친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추천설이 돌기도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등장은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사안이었기에 모든 언론은 그의 행보에 주목하면서 혁신위의 활동 상황 및 그가 하는 말 등을 실시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인요한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혁신위가 과연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이며, 어떤 안건 등을 제출해 국민의힘을 변화시킬 지에 대한 여론은 시시각각 변화했다.
지난 10월 23일 발족되어 현재까지 진행된 혁신안건 등을 살펴보면, 1) 당 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주요인사(이준석, 홍준표, 김재원, 김철근) 징계 취소, 2)공천관련 5대 혁신안(지도부, 친윤인사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청, 국회의원 숫자 10%감축, 불체포 특권 전면 포기 등), 3) 청년 및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한 비례대표(당선 가능권) 순번에 청년 50% 할당 의무화 권고 및 당선 우세 지역에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권고 등, 4) 모든 지역구 전략공천 원천 배제(상향식 공천, 엄격한 컷오프), 5) 과학 기술 R&D 관련 3대 혁신안 권고 등, 6)지도부, 친윤인사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요청)의결 등이다.
자신을 공관위원장에 셀프 추천 즉각 거절당함 ‘인요한 파동’으로 기록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이 총선에서 희생해 불출마 또는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안건을 공식 의결했고, 직후 인요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에 자신을 추천해 달라’는 희망사항을 언론에 알렸다. 일종의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렇게 승부수를 던지면서 4일까지 답을 해 달라고 했으나, 김기현 대표는 즉각 “혁신위 활동, 인요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 되기 위한 목표 아냐”라고 질타하면서 명확하게 거부이사를 밝혔다. 더하여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라고 작별인사까지 했다. 이렇게 국민의힘 혁신위 활동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인요한 위원장의 완패로 막을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인 위원장이 여러 가지 요청을 할 수도 있겠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정치현실을 무시한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총선에서 희생해 불출마 또는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공공연한)요청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폐지 등 헌법적 사항 거론 및 실현 불가능한 국회의원 정원 축소 등등이다.
특히,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지도부와 친윤 핵심인사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등은 섣불리 언론에 흘릴 문제가 아니였다. (혁신위)실패는 헌법적 사항 및 공관의 관장 사안들을 섣불리 건드린 인 위원장의 과욕이 빚어낸 일종의 정치참사라도 볼 수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혁신위 파동을 슬기롭게 마무리하면서 혁신위에서 거론되거나 의결된 각종 안건 등을 곧 발족될 공천관리위원회(일명 ‘공관위’)에 넘기면서 총선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혁신위 활동의 실패로 비대위 구성 등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나 공관위 발족 이후 선대위 출범 등이 예정되어 있는만큼 김기현 대표체제로 총선을 치룰 것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물론 혁신위에서 의결되거나 토의된 사안들이 김기현 대표 및 최고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다수가 공관위에서 보안 속에서 진행해야 하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어떻게든 해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 인요한 위원장의 입장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인요한 위원장으로선 체면유지를 위해 예상외의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
한국을 사랑하는 인요한 교수의 정치실험(혁신위 활동)은 ‘인요한 파동’으로 정리되면서 막을 내리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인요한 위원장은 정치의 무서움과 이상과 현실의 현격한 차이를 골고루 맛보았을 것이다. 그의 정치실험은 한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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