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임명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안 표결(12월1일) 직전 전격 사퇴해 방통위원장은 공석이 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후임 방통위원장직 선임에 착수했고 상당수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의 내정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6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의 내정설이 불거진 이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진영은 '또다시 검사냐, 주변에 언론전문가가 하나도 없단 말인가'라는 식의 거친 정치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제 후보자로 지명이 된 만큼 앞으로 야권의 공세는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내정이 불러올 후폭풍 등을 살펴본다.
'검찰공화국' 부정여론 점증 불가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김홍일 사시24회, 윤대통령 사시33회)다. 또 김 위원장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2009.8 ~ 2011.8) 윤 대통령은 중수부 2과장을 역임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 세종로펌 변호사로 근무하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네거티브 대응에 주력했다.
지난 7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으며 정계진출 예정인 한동훈 법무장관의 후임으로 거명되는 등 윤 정부에서 중요 직책을 담임할 것으로 예정됐다. 이런한 이유로 지난 1일 방통위원장의 사표수리 직후부터 내정설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나온 이후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언론인이 하나도 없나. 또 검사란 말인가, 황당하다"며 연일 비판이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5일 "이동관 전 위원장에 이어 정치검사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방송 장악 시즌2를 속행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준다"며 "윤 대통령은 모든 공직을 자신을 따르는 정치 검사들로 채우려는 심산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마치 모든 요직에 정치 군인을 임명했던 신군부를 보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또 "김 위원장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BBK 의혹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던 정치 검사"라며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다시 찾으라"고 촉구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고립을 자초하는 것 같다. 인재풀이 이렇게까지 없느냐"며 "엄호할 이유는 없지만 이 전 위원장은 그래도 방송·통신에 대한 경험이라도 있는 사람이었다"고 꼬집었다.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핵심은 총선 전에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 위원장을 낙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더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명하면) 민주당은 또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야권의 공세와는 상관없이 김홍일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민주당은 김 신임 방통위원장과 윤대통령에 대해 집중포격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격렬한 공방이 예상되고 임명 후 내년 총선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 소재로 활용되면서 '검사중심인사'를 질타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론 또한 상당히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치력 파급력이 예상됨은 분명하고 향후 정국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여·야간의 이런 공방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은 인격이 출중할 뿐만이 아니라 업무 수행능력 또한 뛰어나다. 그러므로 방통위원장 내정 및 임명이 시비 거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 선배 검사의 발탁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보여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선거(정치)는 여론을 먹고 사는 생물이며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는 여론 또한 재빠르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방송(언론) 전반의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장에 검찰 재직 시 직속상관을 임명하는 것에 대해 여론이 호의적인 반응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품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다.
야권의 격렬한 반발로 향후 정국 경색 및 일정 파장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이다. 어쩌면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총선 이슈로 부상해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 파장이 어떻게 증폭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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