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운하를 장악하는 자 세계를 지배 한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4/01/24 [10:28]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운하를 장악하는 자 세계를 지배 한다

윤학배 | 입력 : 2024/01/24 [10:28]

전 세계 수출입 물동량의 85%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해운을 세계경제의 동맥이라고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존재로 섬나라와 마찬가지이기에 수출입의 99.7%가 바다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수출입이 다 선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곧 바다 없이는 무역도 없다.

 

이처럼 세계 해상 물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운하나 해협 등을 우리는 초크포인트(choke point)라고 부른다. 이 초크포인트는 바로 '숨통' 이라는 의미이다. 싱가폴 말래카 해협이나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그리고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등이 바로 숨통중의 숨통이다. 그런데 현재 이 두 운하에 모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수에즈운하에는 예멘 후티반군이 수에즈로 가는 통로인 홍해 입구이자 폭이 30km에 불과한 바브엘만데브 Bab el-Mandeb 해협에서 군함이 아닌 일반 상선을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파나마 운하에는 심한 가뭄으로 운하를 연결해주는 호수의 수량이 줄어 정상 가동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상물동량의 12%, 특히 컨테이너는 30%를 차지하며 연간 2만 척의 선박이 통과하는 말 그대로 세계물류의 허브(Hub)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홍해사태로 인해 세계 주요 선사들은 수에즈 통과를 못하고 안전을 위해 1만km 더 멀고 7-10일 정도 더 걸리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 항로로 운항해야 한다. 당연히 그만큼 시간도 더 걸리고 해상운임도 급등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극동에서 유렵으로 가는 운임은 2배 이상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홍해의 문제는 바로 수에즈 운하의 문제이고 바로 세계 물류와 경제의 문제이다. 

 

운하의 국제정치학

 

공교롭게도 세계 해상항로에서 가장 중요한 3곳인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싱가폴옆 말래카 해협이 모두 미국 영향권?내에 있는데 우연이 아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의 경계인 수에즈 운하는 처음 프랑스가 계획하였으나 영국에 의해 1869년에 완공되어 영국에 의해 운영되어 오다가 1956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에 의해 국유화되어 현재에 이른다. 길이 165키로 폭은 200 미터 정도로 통과하는 데만도 15시간 정도 소요되는 국제 항로이다. 

 

수에즈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파나마 운하이다. 파나마 운하도 당초 프랑스에 의해 시작되었으나 1914년 결국 미국에 의해 완공된다. 당시 파나마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콜롬비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콜롬비아로부터 파나마 독립을 미국이 지원하여 결국 파나마 운하를 완공하게 된다. 파나마 운하는 수에즈와 달리 평지가 아닌 수십 미터 높은 지역에 위치한 자연 호수를 이용한 운하이다.

 

따라서 수십 미터의 높이를 극복하기 위해 3개의 갑문을 이용하여 배를 위로 올리고 또 내리는 시스템이다. 미국이 건설후 파나마 운하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다가 1999년 파나마에 이관하였다. 파나마는 화폐도 미국 달러를 그대로 쓰는 등 중남미 국가중 대표적인 친미 성향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전장 80km로 남미의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는 것에 비하여 15,000km를 단축하는 항로로 연간 15,000척의 선박이 이용한다. 

 

이러한 미국 중심의 세계 해상항로 질서에 대응하고 제동을 걸기 위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국이다. 바로 중국의 진주목걸이 또는 해상 실크로드 전략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체운하인 태국의 크라 운하와 중남미 니카라과 운하 건설이다. 중국은 말래카 해협의 대안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태국남부의 크라 지역을 관통하는 135km의 크라 운하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과거 17세기부터 운하 건설의 최적지로 운하건설이 논의 되고 추진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파나마 운하를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에 의한 280km의 니카라과 운하 건설이다. 크라 운하와 마찬가지로 미국 영향의 파나마 운하가 아닌 중국 영향하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운하를 갖는 것은 중국의 세계 전략에 대단한 성과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 모두 계획과 착공은 19세기 중반 프랑스가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완공은 모두 프랑스 몫이 아니었다. 탁월한 선견지명은 있었으되 마무리하는 열정과 전략은 부족?했던 듯하다. 한 곳이라도 프랑스가 영향권내 두었다면 세계 역사는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제 150년이 지난 지금 대체 운하건설이 중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내륙철도를 통한 철의 실크로드와 해상 항로를 통한 해양 실크로드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몽일 것이고 궁극적으로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하여 북극항로를 이용한 북극 실크로드까지 구상하고 있다. 

 

과연 운하를 둘러싼 경쟁의 최후의 승자가 누구일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지 고민이 더 필요한 때이다. 그냥 넋 놓고 있다가 망국의 길로 갔던 19세기 조선말기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재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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