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누가 ‘바다의 날’을 아시나요!

윤학배 | 기사입력 2024/05/28 [08:05]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누가 ‘바다의 날’을 아시나요!

윤학배 | 입력 : 2024/05/28 [08:05]

5월 10일은 '바다 식목일'

5월 31일은 '바다의 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이제 더위가 시작되는 6월에 자리를 내주는 때이다.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과 부부의 날(21일)등이 있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5월은 바다와 물을 가까이 하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5월 10일이 ‘바다 식목일’이고 5월 31일은 바로 ‘바다의 날’이다. 2024년 금년은 12번째 바다식목일로 경북 포항에서 기념식이 열렸는데 바다에 해조류와 해초를 심고 푸른 바다를 가꾸고자 다짐을 하는 날이다. 또한 금년 5월 31일은 29번 째 맞는 바다의 날인데 올해 바다의 날 기념식은 경기도 화성에서 개최 된다. 이 바다의 날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완도에 청해진을 세운 날이기도 한데 바닷물이 따듯해 져서 바다에 들어갈 만한 때이기도 하다.

 

▲ 엄마와 아이가 바다가 담긴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 문화저널21 DB

 

물론 바다의 날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양국가인 이웃 일본에도 당연히 바다의 날이 있다. 바로 7월 셋째 주 월요일이다. 처음에는 우리처럼 특정한 날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여 오다가 현재와 같이 변경하였다. 우리와 다른 점은 일본의 바다의 날은 빨간색 날, 바로 공휴일이란 점이다. 월요일이기에 3일 연휴가 되는 셈이다.

 

그러기에 일본에서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바다의 날을 다 기억하고 바다에 대해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당연히 바다의 날인 까닭에 하루 쉬게 되니 바다의 날을 누구나 다 기억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바다의 날이 수십 개의 정부기념일 중 하나로 해양수산 분야에 종사는 사람들만 기억하는 우리 현실과 비교해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중국도 바다의 날이 있는데 명나라 때 정화가 대 항해를 떠난 7월 11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고 있지만 공휴일은 아니다.

 

그런데 참으로 특이한 것은 남미의 내륙국가인 볼리비아에 바다의 날이 있다는 사실이다. 3월 22일인데 그것도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내륙국가에 바다의 날이 있는 것도 이상한데 그것도 공휴일이라니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는 곡절이 있다. 바로 19세기에 볼리비아는 어엿한 연안 국가였으나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태평양 연안을 빼앗겨 내륙국가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바다가 없기에 지금도 볼리비아는 남미에서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에 속하고 있다. 바다가 있고 없고가 국가경영과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볼리비아가 잘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그러기에 볼리비아는 매년 3월 22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며 언젠가는 기필코 바다를 되찾고 말겠다는 다짐을 온 국민이 하는 것이다. 이를 기억하고 실력을 갖추고자 볼리비아는 안데스 산맥에 있는 남미 최대의 내륙호수인 티티카카(Titicaca) 호에 해병대를 포함한 해군 수천 명과 해군 함정 수십 척을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언젠가는 바다를 찾게 될 것이고 그런 기회가 오면 바로 해양해군으로 전한하기 위한 준비를 오늘도 하고 있는 것이다.

 

볼리비아의 바다의 날은 우리의 바다의 날을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에게 바다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국가 경제나 국민들의 먹거리나 우리 일상생활 모두 바다 없이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바다의 날은 있는지 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볼리비아처럼 바다가 있다가 없어져 보면 바다가 얼마나 국가와 국민생활에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물론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10일 바다식목일과 31일 바다의 날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도 5월 31일 바다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바다의 달'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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