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갱조개국 사이소! 재첩국 사이소!

윤학배 | 기사입력 2024/06/24 [12:33]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갱조개국 사이소! 재첩국 사이소!

윤학배 | 입력 : 2024/06/24 [12:33]

요즘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 출생률 저하나 인구감소, 노령화 등일 것이다. 특히 이는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제외한 대다수 지자체가 겪는 이중 삼중고로 가장 큰 현안이기도 하다. 

 

시군 등 지자체에 강연을 가게 되는 기회가 제법 있는데 지자체 장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어떻게 하면 외부 인구를 유입하도록 할 것인가’이다. 그러기에 특히 군(郡)단위의 경우는 인구 5만을 사수?하는 것이 가장 큰 군정(郡政)목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외부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지역축제의 개최이다. 잘 준비된 지역축제 하나가 그 지역 경제에 효자가 되기도 하고 또 지역에 인구를 순유입하거나 최소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가 꼽힌다. 화천군의 인구는 2만 2천여 명인데 비해 산천어 축제로 화천을 방문하는 방문객은 무려 150여만 명에 달하니 인구의 70배에 달하는 방문객이 화천군을 찾는 셈이다. 또한 산천어 축제는 미국 CNN 방송이 선정한 전 세계의 대표 겨울축제로도 그 명성을 더하고 있다.

 

강에서 열리는 대표 겨울축제가 산천어 축제라면 강에서 열리는 대표 여름축제는 바로 경남 하동의 재첩축제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첩이 많이 잡히는 경남 하동이나 부산지역에서는 재첩이 ‘갱조개’로 불리고 있는데 이는 강에서 나는 강조개의 사투리 버전이다. 그러기에 어릴 적 부산, 경남 지역에 살아본 분들은 ‘갱조개국 사이소!’라고 외치는 재첩국 아줌마들의 억척스럽지만 정겨운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 섬진강 변 일원에 차려진 섬진강재첩국수와 매밀전병 한상  © 문화저널21 DB

 

물론 지금은 부산 재첩은 낙동강이 하구둑으로 막히면서 거의 사라져 그 명맥만 유지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첩생산지는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에 있는 경남 하동이다. 이 재첩은 크기가 엄지손톱 정도 되는 가장 작은 조개종류이지만 영양소는 그 어떤 조개보다도 많고 풍부해서 아침에 해장국으로서는 아주 그만이다. 전 날 밤의 숙취가 초록 부추가 송송 썰어 올려 진 뜨끈한 재첩국 한 그릇이면 언제 그랬나는 듯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우리나라 재첩생산지인 하동에서는 매년 재첩축제가 열리는데 올해가 그 8회 째로 지난 6월 14~16일간 섬진강변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는 송림(松林)강변 인근에서 개최되었다. 작년까지는 8월초 휴가기간에 개최되었으나 날씨가 너무 더운 시기에다 재첩이 많이 생산되는 철이 5~6월인 점을 고려하여 올해는 당겨서 개최하였는데, 작년에 비해 방문객도 3배 이상 증가한 4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는 성황 속에 축제가 마무리 되었다. 

 

하동군 인구가 5만이 채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2박3일간의 짧은 축제기간에 군 인구에 맞먹는 방문객이 찾아 준 것은 하동군으로서 매우 의미 있고 미래 하동군의 모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축제 위원장을 작년부터 필자가 맡고 있는데 산천어 축제와 비교하면 규모나 기간 면에서 아직은 작은 축제이지만 참으로 의미 있고 발전가능성이 많은 축제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중앙부처에서 공직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우리나라 지역사회의 고민과 미래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큰 공부가 되기도 한다.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배에 그물을 달아 강바닥을 끄는 기계식이 있고 또 하나는 ‘거랭이’라는 재첩잡이 도구를 사용하는 소위 ‘손틀어업’이 있다. 이중 우리의 전통 어업방식인 손틀어업은 우리나라 중요 어업유산 7호로 이미 지정된 바 있고 나아가 2023년에는 UN기구인 세계식량농업기구인 FAO로부터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손틀어업은 재첩이라는 소증한 수산자원의 보호와 지역 어민들의 생업사이에 절묘한 균형을 잡아주는 지속가능한 어업방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기에 우리가 잘 보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더운 요즘 칼칼하고 시원한 재첩국 아니 갱조개국 한 그릇이 생각난다. 재첩국 사이소! 갱조개국 사이소!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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