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불청객 봄철 알러지 특효약 바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4/07/25 [11:08]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불청객 봄철 알러지 특효약 바다

윤학배 | 입력 : 2024/07/25 [11:08]

  © 문화저널21 DB


“매년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이를 가장 환영하는 사람들은?” 이라는 질문에 그 답은 아마도 우산 장수들이 아니라 바로 나처럼 봄철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연례행사처럼 고생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장맛비가 알러지의 주범인 꽃가루를 말끔히 씻어서 없애 버려 주기에 장마의 시작은 봄철 알러지의 종말?이 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봄만 되면 남들은 따뜻한 햇살과 계절의 여왕을 만끽한다고 하는데 나는 4,5월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알러지가 심해진다. 남모를 고민이나 슬픈 일이 있는 듯 매일 재채기에 훌쩍 거리는 게 일이니 봄을 즐기기는커녕 반대로 원망?스럽기 까지 하다. 내게 찾아온 이 불청객은 영국 대사관에 외교관으로 파견되어 근무를 시작할 당시인 2003년 봄에 증상이 나타나더니 날로 심해지기 시작한 알러지이다.

 

영국 사람들은 이처럼 봄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알러지를 건초(乾草) 원인의 열병과 같다는 의미로 ‘건초알러지(hay fever)’라고 부른다. 영국인 20~30%정도가 이 알러지로 고생한다고 하니 풍토병 비슷하다고 보여 진다. 영국의 시골에 가보면 우리와는 달리 산지가 아닌 완만한 구릉이 이어진 넓은 대지에 풀밭이나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으니 꽃가루가 우리보다 더 다양하고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참고로 우리는 산지가 70%이지만 영국은 반대로 산지가 30%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알러지 증상이 영국근무를 마치고 우리나라로 귀국하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봄만 되면 괴롭히는 고질병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이러한 알러지의 원인은 개인별로 다 다르고 체질도 다양해서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치료는 더 어려워 너무 심해지게 되면 증상만 완화시키는 약을 먹게 된다. 나의 경우도 알러지 원인을 찾고자 머리털 까지 뽑아서 미국에 보내어 여러 검사도 해 보았다. 그런데 두 달 후에 미국 알러지 전문 기관이라는 곳에서 보내온 결과는 허무하게도 ‘원인 불명’이었다. 물론 그 좋다는 민간 특효?요법도 해 보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완치는 포기하고 그나마 알러지 증상을 약화시키는 소위 ‘잘 듣는 약’을 발견하여 필요시 한 알씩 먹곤 한다. 그런데 이 알러지 약이라는 것들이 호르몬 계통에 작용하는 것이라 복용 후에는 항상 졸리고 몸을 노곤하게 하는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다. 부작용인 셈으로 그래서 낮에는 먹기도 부담이 된다. 반대로 잠은 잘 자게 되어 밤에 먹으면 일정한 수면제 효과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처럼 알러지 약을 복용하는 것 말고 내가 발견한 나만의 특효약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바다로 가는 것이다. 그것도 바다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때에 바닷가를 가서 1시간 정도만 머물면 거짓말처럼 알러지 증상이 점점 없어지기 시작한다. 코도 뻥 뚫리고 재채기도 줄어든다. 여기에서는 바람 방향이 중요해서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때가 가장 효과적이다. 거꾸로 육지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허탕이다. 아마도 바다에는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는 나에게 그 자체로 알러지 치료 특효약이다.

 

혹시 알러지가 심한 분들은 한번 시험해 보기 바란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바닷가를 가서 효과를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게다가 바다라는 이 특효약은 바닷가에 가는 수고만 한다면 그 값은 무료?이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참으로 바다는 바라는 대로 다 들어주고 내어주는 곳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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