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죄 없는 아귀는 억울하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4/07/30 [10:57]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죄 없는 아귀는 억울하다

윤학배 | 입력 : 2024/07/30 [10:57]

▲ 픽사베이 제공

 

한여름인 요즘 제철도 아닌데 난데없는 아귀(餓鬼)논쟁이 한참이다. 물고기 아귀는 생긴 모습을 따라 이름이 붙은 물고기이다. 하도 흉측하게 생겨서 과거에는 어부들이 잡아도 먹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아 바다에 그대로 버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흉하게 생겼는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요즘에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아귀는 큰 것은 1m까지 자라는데 머리가 몸의 2/3를 차지하고 그중 입이 아주 커서 아귀하면 머리와 큰 입이 떠오르게 된다. 특히 날카로운 이빨이 3중으로 나 있어 한번 문 먹이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대식가이자 포식자이다. 

 

이처럼 아귀라는 이름에 걸 맞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보다도 더 큰 물고기도 그 큰 입으로 잡아먹기도 한다. 추운 한 겨울이 제철인데 창원 마산 등 일부 경남지역에서는 ‘아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로 찜으로 해 먹는데 마산의 아구 찜이 유명하다. 

 

서양에서도 아귀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와 비슷해서 ‘추한 물고기’를 의미하는 ‘크라포(Crapaud)’나 ‘바다의 악마’를 의미하는 ‘디아블 드 메르(Diable de Mer)’ 라 불린다.

 

원래 아귀란 말은 불교에서 나왔는데 하도 탐욕스러워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중생이자 귀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귀라는 한자를 보면 ‘배고픈 귀신’ 이란 의미이니 유추가 되고도 남는다. 이 아귀의 배는 산더미 같이 거대한 데 비해서 음식을 삼키는 목구멍은 바늘구멍 같이 작고 가늘어서 항상 배고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탐욕과 과욕과 지나친 식욕을 멀리하라고 일깨워 주는 가르침일 것이다.

 

‘아귀다툼’이란 말이 있다. 이는 물고기 아귀가 먹이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아니라 굶주림으로 항상 배고픈 악귀(惡鬼)인 아귀가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관이겠는가! 배는 산더미처럼 커서 항상 굶주리고 있는데 음식을 삼키는 목구멍은 바늘구멍이니 먹을 것이 앞에 있게되면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아귀들이 함께 있게 되면 참으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바다 물고기 아귀야 자기 습성에 따라 생존을 위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아귀논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귀논쟁이 아수라장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우리 아귀는 아무런 죄가 없다. 그리고 억울하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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