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1공장 벽화로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몬드리안은 기하학적 추상성과 조화로움을 강조한 화가로,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절제된 형태와 원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 같은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구성 속에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현대 미술과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이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공간의 이상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예술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동시대 추상미술의 거장으로는 피카소가 있다. 피카소는 입체파를 통해 서양 회화의 전통적인 원근법과 사실주의를 뒤엎는다. 그는 입체파를 통해 물체의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피카소의 예술적 실험은 서양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20세기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 왜 삼성전자는 피카소가 아닌 몬드리안을 선택했을까? 몬드리안의 선택은 삼성전자의 기업 철학과 현재 상황을 돌아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몬드리안의 예술은 그 자체로도 창의성을 담고 있지만, 그 창의성은 일정한 틀 안에서의 조화를 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이와 대비되는 피카소는 그 틀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예술가였다. 피카소의 입체파나 다양한 예술적 실험은 고정된 형식에 대한 도전이자,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창의성을 상징한다. 피카소는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카소의 예술은 다채로움과 해체적 재구성, 그리고 창의성의 극치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가 몬드리안을 선택하고 피카소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현재를 측정하는데 매우 상징적이다. 최근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실적이 미진하자 회장 직속 조직이 소니 등 일본의 첨단기업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인텔과 같이 부서간 단절과 벤처정신이 사라졌다는 자성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 정신은 본래 다양성과 도전, 그리고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몬드리안의 예술은 조화로움을 강조하고, 해체보다는 구조적 안정성과 세분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선택은 삼성전자가 더 이상 벤처 정신을 추구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상태에 머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기술적으로 경쟁사에 추월당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과거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현재의 기술적 발전 속도와 경쟁사들의 진보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벤처 정신이란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기존의 관습과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하지만 몬드리안의 예술에서 보이는 조화로운 기하학적 추상성은 이러한 도전적 정신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부진과 기술적 추월은 단순히 기술 개발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기업 내부의 문화와 철학,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적 선택은 그들의 경영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몬드리안의 벽화는 안정성과 조화를 상징하지만, 피카소의 작품이 주는 다양성과 창의적 해체, 그리고 재구성의 정신은 벤처 기업이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정신이다.
삼성전자가 벤처 정신을 다시 회복하지 않는다면, 기술적 우위를 되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일본의 첨단기업의 변신 사례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는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다만,이는 이제껏 후발기업들이 1등을 따라하는 패스트팔로워전략에 그칠 것이다. 몬드리안 세계에 머물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면 애플의 스마트폰, 블록체인을 창조한 사토시 나카모토나 LLM기반 챗GPT를 창조한 오픈AI와 같이 인문학적 미래 예측을 위한 창의적 파괴와 진정한 창조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벤처마킹 팔로워전략으로는 실현이 어렵다. 결국 삼성전자가 진정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다시금 도약하기 위해서는 피카소적인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틀을 깨는 도전 정신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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