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 숲길을 간다 ―2025년 새해를 맞으며
이건청
새해 새 아침 숲길을 간다 새 아침의 굴참나무들이 눈 시린 아침햇살 속 가지를 펼쳐들고 서 있다. 새해 새 아침의 밝은 기별을 물고 멧새 한 마리, 푸르르 날아오른다. 물푸레나무 빈 가지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들이 포롱포롱 은종 소리로 노래하누나
세상 모든 숲이 명상에 잠긴 이 아침, 백할미새 한 마리 사람을 향해 알은 체를 한다. 꽁지를 까닥이며 안녕, 안녕한다. 나는 지금 이 숲의 춤판에 초대받아 가는 길이다. 안녕, 나는 새들의 인사법으로 숲의 새들에게 인사를 하며 “함께 가자, 얘들아” 말한다. 이 세상 숲의 축제가 막을 올린다. 세상 나무들은 새해 새 아침의 숲에서 두 손을 치켜들고 서 있다. 자작나무가 자작나무끼리, 낙엽송이 낙엽송끼리의 파드되를 펼친다.
바람에 밀리며, 때론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부러져 내리기도 한다. 툭하고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관념과 타성으로 쌓인 때를 털어내며 버릴 것들을 모두 버린 세상이 순은으로 빛나누나 비산하는 환희여, 새해 새 아침, 나무들의 춤판이 장엄하구나 눈발 속에 온 산이, 지금 한창 절정에 이르고 있구나, 이 숲의 새들, 모두 솟구쳐 오르며 격정의 나래를 푸득이고 있구나, 새해 새 아침, 숲길을 간다. 새 아침의 햇살 그득찬 숲길을 간다. 길은 울울한 골짜기를 다시 열고 자작나무의 숲이 끝나는 곳에서 낙엽송의 우람한 춤이 시작되누나. 아, 이처럼 광대한 새 세상이 펼치는 새해 새 아침의 숲길에서 2025년 새 아침의 해가 맞는다. 눈 시린 햇살 아래 새날이 활짝 열린다.
이건청 < 한양대 명예 교수. 한국시인협회 전임 회장>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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