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정림건축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고객과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아직도 많아서 여전히 가슴이 벅찹니다"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의 이명진 대표는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이같이 밝혔다.
1977년생으로 이른바 '뱀띠 CEO'로 꼽히는 그는 지난해 정림건축 창사 이래 최연소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새로운 시장 확대를 위한 도전적인 시도와 기업 문화 정립을 위해 힘써왔다. '뱀의 해'를 맞은 이명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04년 입사 후 20년 만에 대표이사로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내외 첨단시설 설계에 집중 기후 위기 극복 위한 친환경 건축 기술 확보
2004년 정림건축에 입사한 이명진 대표는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안정적인 경영을 기반으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해 왔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스마트 오피스,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 건축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이 대표는 "다른 분야의 산업은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그에 비해 건축 분야는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다"며 "이 부분에 대해 역할을 충실히 잘해야 하는 책임감과 소명이 있었고 이제 한발짝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그는 "사실 정림건축에 있어서 첨단산업은 익숙하지 않았던 분야"라며 "그래서 직원들이 굉장히 많은 노력들을 했고 그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생각 이상으로 잘해줬고 누구보다도 단기간에 스폐설리스트가 됐으며 이 안에서 꿈을 찾게 됐다"고 더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아직 한발짝만 내디뎠을 뿐이고 고객의 눈높이, 사회적인 요구, 환경적인 역할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그래서 더 가슴이 뛴다. 이것이 다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활용…프로세스 단축·인재 양성 챗GPT 형식의 이미지 생성프로그램 '아키젠' 아카데미 'JADU'서 활용하는 'D5 렌더'
현재 AI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AI 기술로 건축·설계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선 자체 개발한 AI 이미지 생성프로그램 '아키젠(Archigen)'이 대표적이다. 아키젠은 건축 설계 이미지 생성에 특화된 서비스로 컨셉 이미지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림건축에서 그동안 설계하고 만든 작품들의 이미지로 학습시켰고 특히 표현 분야의 세분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축가들은 아키젠을 활용해 직접 그린 스케치를 형상화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해 건축물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불어 환경 분석이나 파사드 생성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고 향후 첨단산업시설의 설계 자동화에 더 잘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된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27일에는 3D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개발사 'D5'와 협약을 맺고, 정림건축이 운영하는 'Junglim Academy digital Unit(이하 JAdU)'에서 교육생들에게 D5 Render 프로그램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 상호 합의 하에 정림건축이 설계 및 준공한 작품 중에서 D5 Render 를 사용한 CG 이미지를 건축주의 승인하에 D5사가 홍보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또 정림건축은 핵심가치 기반의 ESG를 잘 운영해왔으며 이를 통한 실천 성과를 회사 내외부 이해관계들과 공유하기 위해 업계최초로 글로벌 기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향후 매년 보고서 발간을 통해서 정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소통의 도구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머시브 연극 모티브의 종무식 임직원 모두의 역할을 돋보이게 만든 행사 2024년 신입사원들이 기획·운영 주도
이명진 대표의 혁신을 향한 목표는 지난해 말 진행한 종무식에서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0일 본사에서 열린 종무식은 여느 기업과는 확연히 달랐다. 'Night Tech Party'라는 제목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림건축의 우수한 친환경 건축 역량을 선보이고 직원들끼리 기술력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영국의 이머시브 연극 '슬립 노 모어'를 모티브로 했다. '슬립 노 모어'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기반으로 해 하나의 건물(호텔)을 전부 무대로 활용한다. 관객은 부여받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각 층, 각 방을 이동하며 마련된 공연을 관람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백지에서 시작해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인데 그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과정을 '건축'으로 볼 수 있다"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슬립 노 모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행사의 핵심 마인드도 '셀러브레이트 마이 셀프'다.
이어 "우리가 하는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존중, 서로에 대한 격려 등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우리 스스로가 액터, 스피커, 관람객 등이 되어 정서적인 유대, 공동체 의식 그리고 자존감, 이런 부분들을 고양하고 고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054년 미래에서 기후 위기를 겪은 인물들이 2024년 정림건축의 친환경 기술로 자연을 지켜낸 직원들을 소환하는 독특한 설정이다. 기후변화로 달라진 미래 지구의 모습을 ▲빙하구 ▲사막구 ▲심해구 ▲정글구로 꾸몄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세계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마스크를 나눠줬다. 특히 행사장의 분위기부터 역할극 등 기획과 운영을 모두 첨단설계부문 신입사원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대표는 "정림건축은 직원들의 에너지와 꿈을 막지 않고 그것을 더 발현할 수 있게끔 수평적이고 힘과 에너지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게끔 돕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현실화하는데 있어서 기꺼이 조력자로서 역할을 자처해주시는 선배나 임원 분들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화에서 나오는 단면이 이번 행사"라며 "제가 20년 전부터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대표 혼자 갖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머시브 연극이라는 소재와 행사의 핵심 메시지 등은 제가 아이디어를 냈지만 여기에 세계관을 만들고 각종 세션을 조직하는 등은 2024년도 신입사원들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입사원들 스스로 30년 후 정림건축의 대표를 자처해서 재밌고 트렌디한 감성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정림건축이 지향하는 바를 그려냈다"며 "그들의 에너지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행사"라고 칭찬했다.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하이테크 BU ▲스마트오피스 BU ▲모빌리티 BU ▲빅테크 BU ▲디자인 SU ▲뉴테크 SU ▲운영·마케팅 SU 등 첨단설계부문 내 조직들이 친환경 건축과 관련한 세션들을 진행하며 지난해 성과와 향후 방향성 등을 공유했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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