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21] 잃어버린 심평원의 명예를 찾아서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1/20 [05:04]

[저널21] 잃어버린 심평원의 명예를 찾아서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1/20 [05:04]

‘대리수술 실태조사’ 나간 심평원의 궤변

‘부당청구 적발했지만, 대리수술은 모르겠다’

 

대리수술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두고 항간에 많은 말들이 돈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현지 실태조사를 나간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사건을 ‘문제없음’으로 종결키로 했다는 보도가 파이낸스투데이 등 복수의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해당 건은 필자도 내부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취재 중인 내용이었다. ‘물 먹었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겠는데, 보도내용 보다 더 놀라운 부분은 심평원이 반나절 만에 해명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필자는 논란의 기사와 심평원의 해명자료를 같은 시간에 볼 수 있었다. 해당 매체(파이낸스투데이)는 상당히 노골적인 제보 내용(심평원의 대리수술 실태조사 봐주기 의혹)을 그대로 옮겼으며, 심평원은 즉각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에 관한 제반사항에 대해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했고, 관계 법령 등에 따른 사후관리 절차가 진행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혹을 보도한 매체에는 법적조치를 통해 명예를 되찾겠다는 경고성 문구도 함께 포함시켰다.

 

 

하지만, 대리수술과 관련해서는 모두 ‘보건복지부’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해 세부 내용 알 수 없음, ▲보건복지부가 확인 중, ▲보건복지부가 최종 결정, ▲보건복지부 권한, ▲보건복지부 보고 및 관련 법령 준수 등 대표적이다.

 

심평원은 참 재미있는 기관이다. 대리수술 현지조사를 나가 ‘혐의를 발견했다’고 해명자료를 내놓고는 ‘대리수술을 했는지 알 수 없다’라는 궤변을 내는 부분에서 더욱 확실하게 알아차렸다.

 

대리수술 증거물을 찾으러 간 이들이 관련 자료를 찾았다면서 ‘대리수술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상대방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그간 사실 확인을 위해 심평원 관계자와 참 많은 통화를 했다. 다시 회상해보면 그들은 참 많은 것들을 몰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1년에 의사 1명이 수술 4천건을 진행했다는 자료는 심평원에서 나온 자료였는데 그들은 해당 자료를 보고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심지어 강중구 심평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1년에 700건 정도 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 수치를 넘어선 것에 대해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국감 때 자료를 받은 만큼 지급된 검사료, 본인 부담금 등이 얼마나 지급됐는지까지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인공관절 수술은 간호조무사가 하면 안된다”며 “해당 내용들은 매스컴을 통해서 확인했고 내부적으로는 시간을 갖고 조사할 것이다. 저희가 가서 따져보겠다”고 대리수술 조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표명했다.

 

그런데 심평원은 지금도 자신들의 ‘부당청구 관리시스템’을 자랑하면서, 대리수술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심평원은 부당 청구시스템으로 매년 의사 1명이 수천건의 수술을 진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방치했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인가? 단지 의료법 위반이 자신들의 담당이 아니라서?

 

대리수술은 의료법 위반이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부당청구 행위고 이는 명백히 심평원이 관리감독해야하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와 상위기관이 만능은 아니다. 한 명의 의사가 매년 수천건의 수술 비용을 청구했다. 심평원이 이를 몰랐다면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이자 명백한 ‘봐주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당 청구가 시스템에 잡혔다면 이는 대리수술 의심건으로 당초 심평원이 보건복지부에 보고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심평원은 앵무새처럼 보건복지부에게 공을 돌리고 있다. 심평원은 지금 자신들의 부당청구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대리수술 적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훼손될 명예가 있다면 언론에서 찾지 말고 자신들에게서 찾는 것이 더 빨라 보인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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