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평등과 형평, 결과의 공정함과 과정의 공정함 분별

박항준 | 기사입력 2025/02/10 [16:46]

[박항준 칼럼] 평등과 형평, 결과의 공정함과 과정의 공정함 분별

박항준 | 입력 : 2025/02/10 [16:46]

우리는 종종 공정함에 대해 논의할 때 평등과 형평이라는 두 개념을 혼동하곤 한다. 평등은 결과의 공정성을, 형평은 과정의 공정성을 주로 의미한다. 이 두 개념은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그 본질은 크게 다르며, 공정함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결과의 공정성은 평등을 지향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를 제공하거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형제 간의 싸움에서 부모님이 누구의 잘못이 더 크든 상관없이 두 사람 모두를 똑같이 혼낸 상황이 있다. 이러한 방식은 겉으로 보기에 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형제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각자의 책임 정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억울함을 느끼는 아이가 생길 수도 있다. 이는 문제의 본질적 해결보다는 단순히 갈등을 덮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과정의 공정성은 형평을 지향한다. 이는 각자의 기여도와 책임,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달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형제 간의 싸움이라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누구의 행동이 더 심각했는지에 따라 처벌의 무게를 달리하는 것이 이 방식에 해당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부모의 입장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며, 때로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평등과 형평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비유가 있다. 키가 다른 사람들이 담장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려고 할 때, 모두에게 같은 크기의 발판을 제공하면 키가 작은 사람은 여전히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이는 결과의 공정성, 즉 평등이 지닌 한계를 보여준다. 반면, 형평은 키가 작은 사람에게 더 큰 발판을 제공하여 모두가 동일한 시야를 확보하도록 한다. 이것이 과정의 공정성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결과의 공정성은 단순한 잣대를 통해 명확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방해하고, 때로는 새로운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반대로, 과정의 공정성은 겉으로 보기에 복잡하고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진정한 공정함은 결과의 평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과정에서의 형평을 통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정의를 구현하는 데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가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에 맞게 제공하는 것. 이 원칙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진정한 공정함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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