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 박사의 '패권전쟁'을 읽기 전까지는 미중 패권전쟁의 승패 정도에만 관심이 있었다. 솔직히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대만 침공이 가능한가? 중국이 미국과 경쟁이 되는 수준인가? 반도체 문제에 있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더불어 책의 초반부에는 역사적으로 패권전쟁을 되돌아보면서 패권국의 폐해와 패권국의 흥망 요소, 패권 경쟁에서 사용한 역량 등을 되짚어 보는 수준으로 <패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패권전쟁을 주제로 공부하고, 독서 토론과 글을 쓰면서 우리 역사에서 <패권>의 흐름, <패권>의 역학관계, 더불어 <패권>을 기반으로 수립되었어야 하는 외교정책과 전략이 절실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패권>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이에 적합한 외교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던 조선이 전쟁을 겪거나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다는 역사적 원인임을 알게 되었다.
역사는 패권의 이동과 함께 변화해왔다. 강대국들은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고, 기존 패권국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쇠퇴의 길을 걸었다. 문제는 패권의 이동 속에서 이를 정확히 읽고 대응하지 못한 국가들이 결국 생존의 위기를 겪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선은 명-청 교체기와 구한말 서구 열강의 부상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패권의 흐름을 인식한 전략이었으나 내부 정치 갈등으로 무너졌고, 조선은 명과의 의리를 고집하다가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을 맞았다. 구한말 역시 서구 패권국들의 힘의 이동을 읽지 못하고 세국정책과 사대주의에 머무르며 결국 국권을 상실했다. 이는 패권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외교정책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 한국이 처한 국제 정세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단순히 기존 동맹이나 경제적 관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패권의 이동을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이 쇠퇴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국으로 기울 수도 없고, 미국과의 동맹만을 절대적인 가치로 삼아도 위험하다. 과거처럼 단순한 친미·친중 논쟁이 아니라, 패권 경쟁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패권 경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전략적 유연성이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 패권국들과의 협상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강대국으로 성장한 반면, 조선은 기존 외교 질서에 집착하며 쇄국과 사대 외교에 머물렀다. 오늘날 한국 역시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패권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외교 전략을 펼친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패권의 변화를 간과하고 감정적 외교에 머문다면 역사적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패권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든, 패권국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국가든,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패권의 힘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패권 경쟁에서 감정과 의리를 앞세운 외교가 아니라, 패권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외교가 필요하다.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패권의 흐름 속에서 능동적인 외교 전략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는 길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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