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특사경 논란…‘실적 제로’ 선 넘은 보건당국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2/25 [16:52]

보건당국 특사경 논란…‘실적 제로’ 선 넘은 보건당국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2/25 [16:52]

의협 “의사 범죄자 취급하는 공단 특사경 즉각 철회해야”

“건보공단에 의료기관 강제수사권 부여하는 악법”

“기본권 침해로 의료행위 위축시키고 국민건강 역행”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법안이 결국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간 건보공단은 긍극적으로 건강보험 부당이득 환수 등을 위해 특사경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되풀이해왔다.

  

의사협회는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및 공단의 정체성과 본연의 기능 변질 등 특사경법안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경고하면서,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법안의 형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보건당국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된 실력발휘를 못할 것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비판에 합류했다.

 

▲ 대한의사협회 전경  © 문화저널21 DB

 

의사협회의 일리있는 항변

“수년 경력 베테랑 수사경찰도 적발 힘들어”

“리니언시 등 회유수단과 내부제보 활발히 활용해야”

 

의사협회의 입장은 이렇다. 건보공단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내부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인 ▲2028년 건강보험 준비금 고갈 ▲공단 인건비 초과인상에 따른 경영평가 등급 하락 ▲일산병원 매년 적자 발생 ▲2022년 건보공단 소속 직원 횡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특사경 권한도입으로 맡게될 사무장병원 색출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수년 경력의 베테랑 수사경찰도 하기 힘든 것이 사무장병원 색출인데, 사무장병원은 합법적인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한 이유로 사무장병원 개설 구조의 커넥션에 닿지 않고는 공단 직원이라도 근절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되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리니언시(leniency) 등 회유수단과 내부제보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사무장병원의 개설단계 뿐 아니라 운영과정에서도 이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해당 지역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게 의사협회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법상 기관이자 수가계약의 당사자인 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사권한으로 법리적 문제가 야기될 뿐만 아니라 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 자명하므로 즉각 폐기할 것을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대리수술 행정조치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의 질의에 "실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 사진=문화저널21

 

정부, 부당청구 등 환수액 2034억원 환수율 7% 그쳐

“수사기간 단축해야 수익 은닉 막을 수 있어”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두고 정부와 시민사회에서는 사무장병원 등 건보재정 회수를 위한 사회적논의화와 더불어 법적 처분의 명분화 등에는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특사경 도입을 두고는 입장차가 존재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 등이 적발돼 환수를 결정한 금액은 2034억원이었지만, 실제 징수된 금액은 153억원에 그쳤다.

 

건보공단은 수사기관을 통해 혐의가 인정하면 청구한 진료비 지급을 보류하고, 나머지 금액을 환수하는 형태로 진행하지만 불법개설기관들이 적발된 문을 닫거나 수익을 은닉해 압류를 피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불법 개설병원들이 환수를 피할 수 있게 된 원인으로 꼽히는게 긴 수사기간이다. 수사기관이 사무장병원 등을 수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년에서 최대 4년까지 소요된다는 것이 통념이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수사의 방향이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수사기간 동안에도 원만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건보공단은 자체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보공단 설명에 따르면 자체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이 약 3개월 정도로 줄어들고 약 2000억원 가량의 재정 절감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국감에서 김미애 의원은 “불법개설기관 대상 환수 결정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징수율이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황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건보공단 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국정감사 분석 보고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 소속 특사경 증원을 통한 대응 역량 강화, 경찰 등 수사기관과의 공조 강화를 통한 환수 실적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범죄물을 그리는 작가의 상상력이 무력하게 현실은 더욱 대담하고 뻔뻔했다.

(위) 드라마 속 대리수술 영업사원의 스케쥴표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6건 이상의 수술 일정이 잡혀있다. 현실은 드라마 보다 더 많은 하루 10건 이상의 수술을 매일 진행해, 연 4,000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각종 비용을 청구했다. 진료시간, 방송출연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수치다.

(아래)드라마 속 관절병원 대리수술 의사는 '달동네 슈바이처'로 불리는 등 선행을 많이 베풀면서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를 홍보하고, 병원에서는 허위진단을 하고 이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진행해 진료비를 부풀려 수십억원의 비용을 수급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수술기록지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방식으로 대리수술을 진행했다. 현실과 동일한 모습이다. / 드라마 모범택시2 갈무리

 

수사 기간 단축으로 건보료 환수율 개선될까

계속되는 늦장 행정처분 수사기간 단축 무의미(?)

“당장 주어진 권한(면허정지 등)도 제대로 사용 못 해”

 

반면, 특사경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공존한다. 복수의 시민단체와 취재원 의견을 종합해보면 보건당국이 직접 수사할 권한을 쥐게 된다면 선별적 수사로 특정 병원에 대한 특혜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할 수 있고, 수사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보건당국이 행정처분에 대해 매번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실효성이 있겠냐는 비판이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의사들의 부당청구 대리수술과 같은 비위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법원의 재판결과가 확정되기까지 미루면서, 과연 대리수술 등의 문제로 발생한 부당청구액도 환수대상으로 포함시켰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건보료 부정수급의 대표 사례 대리수술, 유령수술(교사)의료인 행정처분을 살펴보면 기소된 의사들은 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많게는 7년 뒤에나 행정처분을 받는일도 있었다. 그런데 재판 수년이 걸리는 대리수술의 경우 행정처분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거짓 청구된 수술비 등을 모두 부당환급 대상으로 포함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

 

부당청구 환수라는 명분으로 수사권을 달라고 하기에는 보건당국의 태도가 모호하고,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부분에서 자칫 수사권이 특정 병원에 대한 방패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 지난 2월 10일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울산 지역의 산부인과 병원장은 대리수술 혐의로 6년 만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 병원장의 병원진료는 물론 병원사업까지 확장시켰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 한겨레 보도 갈무리

 

# 2014년 리트렉터를 병원사무장에게 잡게하는 등의 행위가 적발된 의료인은 6년이 지난 2020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2016년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은 대학병원 전문의는 4년 뒤인 2020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4년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소독 등을 맡긴 의사는 7년이 지난 뒤에야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 최근 울산에서 불거진 산부인과 대리수술 사태에서도 해당 병원장은 간호조무사에게 대리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맡겼는데 무려 2014년부터 발생한 사건임에도 7년이 지난 현재까지 병원장이 의사면허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장은 꾸준히 진료를 했고, 해당 기간동안 병원을 확장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 모두 보건당국의 행정처분이 소극적으로 이뤄진 탓이다. 현재 진행중인 사례도 있다.

 

▲ 대리수술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기소된 관절전문병원 Y관절병원 병원장(사진 위)과 해당 병원 출신으로 최근 개원한 J씨가 방송에 출연한 모습. T씨도 병원을 개업해 언론사에 칼럼을 게재하는 형태 등으로 병원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국내 최대 로펌을 변호인단으로 둔 이들의 행동은 마치 법원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 방송사 화면 갈무리

 

# 대리수술 혐의로 법원 재판을 받는 연세사랑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버젓히 TV출연과 의료행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렇다할 당국의 제재가 전무한 상황이다. 해당 병원은 의사 1인이 연간 4천건 이상의 수술비를 건보공단에 청구했지만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다.

 

보건당국이 가지고 있는 권한인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에서 조차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3년 국정감사에서 대리수술 등 부당수급 혐의자에 대한 즉각적인 행정처분을 약속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재판 결과까지 시간이 오래걸려 입건 내역 등을 통보받는대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발언했는데, 2024년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는 “실적이 없었다”면서 사실상 행정처분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은 “보건당국이 대형병원의 눈치를 보느라 당장 주어진 권한(면허정지 등)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에 수사권을 쥐어주게 된다면 경찰의 수사역량이나 범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권한인 실태조사, 면허 처분만으로도 충분히 병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단죄할 수 있는데, 수사권까지 달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량(선)을 넘어선 무리한 요구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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