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의료기술 SVF’ 어떻게(?) 관절 줄기세포로 둔갑됐나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3/07 [16:20]

[단독] ‘신의료기술 SVF’ 어떻게(?) 관절 줄기세포로 둔갑됐나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3/07 [16:20]

▲ SVF를 줄기세포로 표기하고 있는 언론 보도 갈무리


“자가지방 SVF(Stromal Vascular Fraction) 줄기세포 치료법은 무릎 관절염과 같은 질환에서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언론에 정형외과 전문의가 기고한 칼럼이다.

 

해당 전문의는 SVF치료법을 두고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연골을 직접 재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칼럼에서 자가 지방 유래 기질혈관분획(SVF)이라 소개하는 이 기술의 정확한 명칭은 ‘무릎 골관절염 자가지방유래 기질혈관분획 치료 : 관절강내 주사)로 지난해 5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이하 한보연)이 신의료기술로 승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언론과 병원들이 기술에 대한 시술을 소개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소개한 전문의 언론 기고문과 같이 SVF기술이 줄기세포 기술로 자연스럽게 소개되고,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해당 기술이 줄기세포 기술로 소개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의료법 위반(제56조 거짓, 과장광고 금지 조항)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행정처분까지 검토해달라고 지자체 보건소에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일선 병원의 홍보활동과 언론 기고문까지 퍼져나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SVF 치료술을 소개한 기사내용 갈무리. 해당 기사에서는 SVF치료법과 특정 치료술을 병행할 경우 연골재생 및 통증 개선 효과가 우수하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해 SVF치료술이 마치 연골재생에 효능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것처럼 혼동을 주고 있다.

 

꿈의 관절 줄기세포 주사술(?) SVF

교묘한 말 섞기, 근거 없는 줄기세포 치료술로 둔갑

 

해당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SVF에 대해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SVF는 지방 조직에서 유래된 세포들의 집합체로 줄기세포가 아닌 세포들의 집합체를 뜻한다.

 

그렇다면 SVF가 줄기세포 치료술이라는 용어와 명칭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언론 지면에서 SVF치료법으로 불리는 기술은 당초 서울 연세사랑병원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신청한 기술로 크게 ▲관절강내 주사와 ▲수술적 이식치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관절강내 주사는 환자의 엉덩이나 복부에서 지방을 추출한 후 그중에서 자가 지방 조직을 분리 추출해 기질혈관분획(SVF)을 무릎 관절강 내에 직접 주사하는 기술이고, 수술적 이식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에서의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이라는 제한적 의료 기술로 자가 지방 줄기세포와 특정 물질을 혼합해 도포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 두 가지 치료법 중 줄기세포 명칭이 포함되지 않은 관절강내 주사만을 신의료기술로 선정했고, 줄기세포 치료술로 불리는 수술적 이식치료는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치료술에 대한 설명과 의미가 한데 묶이면서 교묘하게 SVF치료술이 줄기세포 치료술로 둔갑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신의료기술을 신청하면서 기재했던 사용 목적이 그대로 언론 지면을 통해 노출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당초 주사적 치료에서 연세사랑병원은 연골재생, 통증완화, 기능개선 등의 치료를 사용 목적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한보연은 이 중 통증완화와 기능개선에서만 유효성을 인정하고 연골재생에 대해서는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효성을 인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많은 병원이 SVF기술을 줄기세포 치료술로 연골재생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언론보도나 자체 블로그 등을 통해 정보를 내보내고 있다. 즉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 발간된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 표지

 

SVF는 어떻게 줄기세포 물질이 되었나

국제학회도 SVF와 줄기세포 영역 명백히 구분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에서도 일부 클리닉(병원)과 많은 논문에서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축액과 배양 과정을 거쳐 확장된 줄기세포를 모두 ‘줄기세포 치료’라는 이름으로 혼용하는 것을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한보연이 지난해 발행한 보고서에는 ‘(세포를)배양해 줄기세포의 성질이 확인된 세포를 사용한 경우만 줄기세포 치료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각주를 달았다. 즉 SVF는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축액으로 줄기세포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부 의사들은 왜 SVF를 줄기세포라고 표현하고 있을까? 기질혈관분획(SVF)이 일부 줄기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지면서, 일부 병원과 의사에 의해 국내에서 대체 물질이 해당 물질로 변질된 것이다.

 

사실 해당 논란은 과거부터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는데, 배양 전 단계인 기질혈관분획(Stromal Vascular Fraction) 및 배양된 줄기세포(culture expanded stem cells)인 지방유래 줄기세포(Adipose-derived stem cells, ASCs)의 명칭 혼용을 막고자 국제지방줄기세포학회(International Federation for Adipose Therapeutics and Science)와 국제세포치료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Cellular Therapy)에서도 두 물질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대한정형외과학회에도 게재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과 일부 병원들은 SVF를 마치 줄기세포 치료법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보도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해 5월 무릎 골관절염 치료가 신의료기술로 선정된 이후 ‘SVF’와 ‘줄기세포’가 혼용 표기된 언론보도를 확인한 결과 130여 건의 기사자료를 검색할 수 있었다. 이 중 115개의 기사는 신의료기술을 신청했던 연세사랑병원의 사례를 소개한 기사였다. 물론 이 중에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도 있었지만, 대부분 모호하거나 SVF가 줄기세포 치료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게재 또는 SVF=줄기세포라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 대표적인 의료법(광고) 위반 사례. SVF 신의료기술을 소개하면서 ▲줄기세포 주사치료로 표현하는가 하면, ▲근원적 치료가 가능하다 ▲실비보험 가능 ▲인대 및 연골재생 ▲줄기세포 투입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행위다.

 

보건복지부도 주의보 발령

“잘못된 정보전달로 환자 피해사례 다수 발생”

지자체 보건소에 공문 내려보내 ‘의료법 위반 검토’ 지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에 신의료기술 광고 등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의료기관 등이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기술인 ‘무릎 골관절염 골수 흡인 농축물 주사’를 광고하거나 안내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일선 보건소에 관내 의료기관이 해당 기술(SVF)에 대한 과장광고나 확인되지 않은 실손 적용 안내 등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후 의료법상의 행정처분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공문에서 (SVF)실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법 위반 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해당 기술을 축약한 표현은 사용할 수 있으나 ‘줄기(세포)’라는 표현이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으며, ‘줄기(세포)’, ‘성장인자’와 같은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근거로 골수 흡인 농축물 내 줄기세포가 극소량 함유된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가 ‘줄기세포’ 기술로 인지하거나 오인하는 경우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효과에 대해서도 무릎관절의 ‘통증완화’, ‘기능개선’으로만 표현할 수 있으며, 이외의 부위 및 효과에 대해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가이드를 내놨다. 예컨대 무릎을 제외한 특정 부위의 연골, 어깨 부위를 언급하거나, 재생효과, 근본적 치료, 진행 지연, 수술 지연 등의 표현은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SVF를 이용한 시술이 실손보험 적용대상이라고 안내하고 시술을 유도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지난해 신의료기술로 공표한 관절강내 주사의 고시내용 갈무리. 당초 사용목적에서 연세사랑병원은 무릎 관절의 기능 개선 및 통증완화, 연골재생을 신청했지만, 연골재생 부분은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주관한 한보연도 난색

줄기세포·연골재생 등의 표현 명시되지 않아

“(연골재생 등)안전하고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 아냐”

 

한보연 관계자도 SVF 관절강내 주사가 줄기세포 치료법으로 소개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한보연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기술명에서 알 수 있듯 물질(SVF)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데, (정확하게)구분을 해주어야 한다”면서 “(승인된 기술은)추출한 기질혈관분획을 관절에 주사하는 기술로 성분은 원성분 그대로를 명시하고 있고, (줄기세포)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함께 신의료기술로 신청됐던 수술적치료에 대해서도 “(두가지 기술이)동일하게 시행된 것이 아니다”라며 “두 가지 중 관절강내 주사에 대해서만 통증완화와 기능개선 부분에서 안전하고 유효한 것으로 심의가 됐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는 줄기세포치료법이라든지 연골재생 효과에 대해서는 “신청한 내역에 따라 검토했을 때 안전하다고 유효하다고 인정한 범위만 인정되는 것이지, 기술이 통과됐다고 해서 신청한 치료목적이 모두 통과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즉 연골재생 등의 단어가 사용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의료현장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고시에 준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잘못된 표기와 광고에 대해서는 “보건소에서 (의료법 위반 행위로)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현행 의료법 제56조제2항에는 해당 기술의 명칭, 효능, 효과 등을 과장해 광고하거나 안내하는 경우 병의원에 대해 업무정지를 내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이)줄기세포 홍보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은 돈 때문”이라면서 “줄기세포 치료법은 특정 환자에게 일부 효과가 입증되기는 했지만, 의학적 근거 이상으로 효과를 부풀려 설명하는 것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편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줄기세포 치료법이 아닌데 줄기세포 치료법이라고 소개하는 것 역시 환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영업행위 중 하나일 뿐 과장된 광고를 믿기보다는 제대로 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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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선진국 2025/03/17 [19:12] 수정 | 삭제
  • 배양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에 대한 후속 보도 부탁드립니다 SVF 와 차이를 설명부탁드립니다
  • 황소 2025/03/12 [13:26] 수정 | 삭제
  • 빼박 기승전결이네.. 줄기세포 글자 들어가면 대부분 사기
  • 세포치료 2025/03/12 [10:35] 수정 | 삭제
  • 명확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중간 과장광고(4번째 그림)이 골수 흡인인데, SVF로 잠깐 혼용되어 사용된 거 말고 전반적인 기사 내용에 동의합니다. 무릎 아파 갔는데 줄기세포도 아닌 SVF와 BMAC가 줄기세포라고 막 속이더라고요.. 의료행위를 하면서 병원의 이익만 보고 그러면 안되죠..!! 식약처에서 약으로 품목허가 받고, 줄기세포만 분리하고 배양하여 투여될 수 있어야 진정한 줄기세포 치료제 입니다. 우린 더이상 상술에 속으면 안됩니다.
  • 세포 2025/03/08 [07:30] 수정 | 삭제
  •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를 보내요.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 냐옹 2025/03/07 [23:58] 수정 | 삭제
  • 일단 줄기세포라는 이름 들어가면 의심하고 시작해야 함.
  • 네이처셀 2025/03/07 [19:52] 수정 | 삭제
  • 요약하면, 배양한 세포가 진짜 줄기세포이고 배양하지 않은 세포는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배양한 세포로 시술하는 조인트스템이 진짜 줄기세포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 대한민국만세 2025/03/07 [19:47] 수정 | 삭제
  • 네이처셀 조인트스템이 진짜 줄기세포 치료제네요 이에 대한 후속보도도 부탁드립니다
  • 찢재명구속 2025/03/07 [16:36] 수정 | 삭제
  • 의료전문기자로 전직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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