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트럼프숫자의 협상전략

박항준 | 기사입력 2025/03/11 [08:58]

[박항준 칼럼] 트럼프숫자의 협상전략

박항준 | 입력 : 2025/03/11 [08:58]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의 4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4배라는 숫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당국자의 주장이 있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배라는 숫자는 양자중첩상태에 놓여있는 수치로 볼 수 있다. 그가 관찰하고, 제시하면 사실이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현상을 필자는 '트럼프숫자'로 명명했다.      

 

<트럼프숫자>에 대해 각국이나 정부당국자들은 틀렸다, 아니다, 과장되었다고 부인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숫자는 진실 중 하나로 인정될 것이다. 조금은 과장되고. 시각차와 화법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트럼프숫자>는 똑똑한 백악관 참모들의 보고서 속 어딘가에 들어 있음이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여러 숫자들 중 딱 꽂힌 숫자가 <트럼프숫자>로 재탄생할 뿐이다. 그 숫자가 최댓값이든. 최솟값이든, 평균값이든, 아니면 전월(前月)이나 반기(半期) 값이든 분명 관세 관련 보고서 중 4배라는 <트럼프숫자>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트럼프숫자>의 공격을 받은 상대는 맥락을 통해 최소 최댓값의 일시성이나, 평균의 오류, 기간의 오류 등을 따지며 부인하겠지만 그러기에는 <트럼프숫자>가 갖는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트럼프숫자>가 같은 거대한 힘 앞에서 본질이나 도덕, 의리는 무기력하고 사실이나 진실마저 왜곡한다. 거대한 질량 앞에서는 절대적인 시공간마저 왜곡된다는 물리학이 주는 철학적 교훈이 <트럼프숫자>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숫자>를 기반으로 협상하는 데 있어서는 본질담론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왜곡된 숫자를 부인만 말아야 한다. 상대의 숫자가 틀렸다는 팩트체크는 협상을 어렵게 만들 뿐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트럼프숫자>와 같은 커다란 힘 앞에 왜곡된 진실을 돌릴 힘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옳고 그름을 떠나 <트럼프숫자> 속 숨어 있는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트럼프숫자>와의 최소공배수를 찾아야 한다. <트럼프숫자>와 우리가 주장하는 숫자가 충돌해서 최대공약수를 뽑아내는 외교적 협상 결과가 최선일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커다란 힘 앞에서 진실의 왜곡률을 돌릴 힘이 우리에게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차선으로 최소공배수를 찾아야한다. 트럼프숫자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기분 좋게 <트럼프숫자>가 맞았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를 비롯해 주위에 심어줘야 한다. 우리가 얻을 실익을 조용히 얻는 대신, 화려한 손해를 보는 모습을 보이게 하는 게 하나의 전략으로 통할 수 있다. 

 

<트럼프숫자>에 대한 교훈은 현 외교 당국자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결혼 승낙에 앞서 상대 부모님이 <트럼프숫자>를 제시할 수 있다. 진실을 왜곡할 힘을 가진 취업 면접관이나 직장상사, 거래처, 배우자도 <트럼프숫자>를 나에게 제시할 수 있다.      

 

초개인들의 탄생으로 사회의 통치와 귄력구조가 재편되는 지금 가장 필요한 전략적 지혜인 본질담론(contexting)을 통하여 <트럼프숫자>를 다루는 지혜가 적용되기를 바란다. 인류사회에서 제시되는 대부분의 <트럼프숫자>는 협상전략을 위한 과장된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래야 우리도 <트럼프숫자>의 대응전략을 준비하지 않고 협상장에 들어갔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