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덕수 첫 메시지…진정성 빠진 ‘의료개혁’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3/26 [11:13]

[기자수첩] 한덕수 첫 메시지…진정성 빠진 ‘의료개혁’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3/26 [11:13]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 첫 메시지 '의료개혁'

대리수술 등 범죄에는 눈감은 보건복지부

 

대리수술 병원장 "의료공백 메웠다" 자화자찬

이대로는 윤 정부 '의료개혁' 지지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다시 국정 전면에 복귀했다. 

 

한 대행은 복귀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을 꺼내들었다. 이는 그간 누적되어온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인프라의 붕괴,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 등 국민적 피로가 한계에 달했음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총리는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제는 실행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총리가 놓친 부분이 있다. 바로 의료개혁의 틈을 타 발생하고 있는 의료범죄에 대한 언급이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첫 의제로 의료개혁을 언급했다. / 총리실 제공

 

현재 우리 의료 현장에서는 단순히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넘어, 그 허점을 악용한 범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리수술이다. 면허가 없는 인턴, 의료기기업체 직원 등이 수술대에 올라 의사를 가장하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드라마 속 장면이 아닌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범죄들이다. 

 

의료개혁이 시작된 지난해와 올해까지만 해도 환자 거부는 물론, 대리수술 적발로 재판을 받거나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 수십 건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수천건의 대리수술을 했다는 의혹과 동시에 대리수술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순 수술보조행위”,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의료공백을 메웠다”라는 이상한 논리로 범죄사실을 당당하게 덮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의사 수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기대어, 일부 비양심적 의사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한 범죄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최근(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대리수술 문제에 대해 등 떠밀리듯이 비밀리에 실태조사 단행했지만 의도적으로 조사결과를 숨기고 있다. 마땅히 단죄해야 할 범죄 행위를 ‘의료계 내부의 문제’쯤으로 치부하며 넘어가려는 모습, 혹은 의료카르텔에 정부기관이 기대어 의료개혁이라는 정부의 기조에 깊은 불신을 심고 있기에 이르렀다.

 

의료개혁은 정부의 의지와 시스템의 정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개혁의 진정성은, 그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비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의 공감과 응원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달려있다.

 

한덕수 총리는 의료개혁을 외치며 복귀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의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범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대리수술이라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범죄에 대해 일벌백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왜 빠졌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결국 의사 단체와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생색내기에 그치는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힘을 기댔던 부분은 누군가의 이권이나 지도자의 자존심이 아니다. 부조리한 현실에 메스를 들이대고, 그 책임을 분명히 묻는 지도자의 결단에 힘을 보태려 했던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의료범죄를 외면한 채 개혁을 운운한다면, 그 순간부터 국민은 더 이상 이 정부의 의료개혁을 신뢰하지 않고 돌아설 것이 자명하다.

 

의료개혁은 구조와 윤리, 두 가지 축이 함께 바로서야 완성된다. 이제, 한덕수 총리의 진짜 개혁 의지를 보여줄 때다. 눈을 돌리지 말고, 숨지 말고, 법 위에 군림한 의사들의 범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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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까네 2025/03/26 [11:31] 수정 | 삭제
  • 대리수술? 이게 아직도 있다고?
  • 48 2025/03/26 [11:29] 수정 | 삭제
  • 맞는말, 진짜 의료개혁이 아닌 자존심 싸움 된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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