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미국은 겉으로는 여전히 초강대국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한계에 다다른 위기 국가의 모습이 보인다. 고용은 유지되고 주가는 상승했지만, 그 모든 번영의 그림자엔 천문학적인 부채와 과도한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발행했고, 이는 국채 발행의 가속화로 이어졌으며 국가 재정은 갈수록 취약해졌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이제 ‘미래의 성장을 담보로 현재를 연명하는 구조’에 갇혔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고, 의회는 매년 부채 한도를 두고 정쟁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재정 책임법(Fiscal Responsibility Act)에 따라 부채 한도가 일시 유예되었지만, 2025년 1월 이후에는 다시 상한선이 적용되며 채무 불이행(X-date) 가능성이 7~10월 사이로 예측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전 세계가 신뢰해온 미국 재무부의 지급 능력조차 의심받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위기는 달러의 위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넘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달러는 이제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블록화 속에서 중국, 러시아, 심지어 일부 유럽 국가들까지 탈달러화(de-dollarization)에 나서며 미국 중심의 통화질서를 흔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러는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 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해 외국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 때문이다. 높은 국채 금리는 외국의 국채 매수를 유도하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에는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이런 현실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트럼프 진영의 경제 참모였던 스티브 미란의 보고서다. 그는 외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무이자 장기채나 영구채로 전환하자는 파격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기술이 아니라, 미국 재정의 위기를 동맹국과 나누려는 강력한 메시지다. 그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보다 미국의 절박함을 상징한다. 이 보고서를 보며, 우리는 어쩌면 제2의 플라자합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예감을 지우기 어렵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피로감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동맹국을 지켜주기 위한 국방비 지출은 계속 증가하지만, 정작 동맹국들은 기대만큼의 분담이나 외교적 협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깊어지고 있으며, 이는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라는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2018년 이후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압박했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무역"을 주장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더 이상 무임승차는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가 깔려 있었다. 관세 부과는 단순한 통상 압박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 빠진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책임 분담을 요구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에 빠진 패권국가의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자신이 지켜온 질서를 더 이상 혼자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이제는 함께 책임을 나눌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목소리는 관세로, 국채로, 환율로, 심지어 지급 불이행이라는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동맹국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을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나 정치적 퍼포먼스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구조적 위기와 ‘연대의 요청’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강하지만, 그 강함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균형과 분담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도와달라는 그 숨은 외침에 귀 기울일 때, 진정한 동맹의 의미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포스트패권에 대한 준비와 그로 인한 경제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도 준비해야 하며, 더불어 새로운 패권에 참여하기 위한 우리의 역량 또한 되돌아봐야 한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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