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 집무실은 어디가 좋은가?

최세진 | 기사입력 2025/04/15 [09:56]

[칼럼] 대통령 집무실은 어디가 좋은가?

최세진 | 입력 : 2025/04/15 [09:56]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전경  ©최재원 기자

 

‘청와대 회귀’인가, ‘세종시 이전’인가

정치의 본질은 ‘심리’이고, 공간은 ‘철학’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한 대권 주자들이 대통령실의 이전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다루기 시작한 가운데,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새 정부에서의 집무실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이 어디에서 일하느냐는 단순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국가의 리더십 이미지, 국민적 정서, 그리고 정치문화의 상징 체계와 긴밀히 얽힌 주제다.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는, 말하자면 국정철학의 시각화된 형태다. 공간은 그 자체로 정치의 메시지를 말하고, 국민은 그 공간을 통해 정권의 품격을 감지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전격 이전했다. ‘탈권위’, ‘소통 강화’라는 명분이 강조되었지만, 결과는 그러한 기대와는 달랐다. 행정체계의 분절, 외교·안보 시스템의 재배치 혼란, 상징적 일관성의 해체는 국민에게 ‘준비되지 않은 결정’이라는 불안감을 안겼고, 정작 기대했던 소통은 실종되었으며, 권위는 더욱 흐려졌다.

 

대통령 집무실은 단지 책상이 놓인 공간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의 무대다. 그곳은 지도자의 국정철학이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상징이며, 세계 외교와 역사, 국민의 기억이 중첩된 공공의 정신적 자산이어야 한다.

 

미국은 백악관, 영국은 다우닝가 10번지, 프랑스는 엘리제궁. 이들 공간은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은 변하지 않는 공간을 통해 국가의 연속성과 품격을 확인한다.

 

한국의 청와대 또한 마찬가지다. 그곳은 권위주의의 유산이 아닌, 국가 현대사를 함께한 상징적 공간이다. 물리적 권위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서와 감정이 축적된 장소라는 점이다. 이처럼 정치적 상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진화시켜야 할 자산이다.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선 청와대 회귀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동시에, 일부에서는 세종시로의 전면 이전을 통해 행정수도로 기능적 일체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시는 행정기관이 집중되어 있어 실용성과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정서적 거리를 줄이지 못한다면, 그 또한 하나의 행정적 실험으로 끝날 위험이 있다. 국정의 심장은 국민에게 늘 ‘보이는 곳’, ‘느껴지는 곳’에 있어야 한다.

 

정치는 논리로 움직이기보다, 국민의 감정과 상징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평가받는다. 국민은 대통령의 말을 듣기 전에, 대통령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먼저 본다. 공간은 리더십의 ‘배경’이 아니라, 리더십의 ‘일부’다.

 

청와대는 폐쇄성과 권위의 상징이 아니다. 그곳은 다시 설계될 수 있다. 열린 공간,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과 행정의 복합 플랫폼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철학과 상징성이다. 차기 대통령은 ‘장소’가 아닌 ‘국민의 신뢰’를 선택해야 한다.

 

 

최세진

문화미디어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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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균형발전 2025/04/24 [20:18] 수정 | 삭제
  • 꼴통들 출장으로 인한 막대한 예산과 시간낭비 국정비효율은 눈에 안보이고 일본총독이 또아리 튼 청와대 타령이니???? 도크 세키야
  • 111 2025/04/15 [15:52] 수정 | 삭제
  • 청와대 회귀는 과거로 돌아가는것이고 세종이전은 미래로 가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한은 미래로 가야합니다
  • 김상곤 2025/04/15 [10:39] 수정 | 삭제
  • 형님 기사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조만간 막걸리 한잔 하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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