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전략, “Why”라고 말할 수 있는 외교의 힘

최세진 | 기사입력 2025/04/23 [09:45]

김현종 전략, “Why”라고 말할 수 있는 외교의 힘

최세진 | 입력 : 2025/04/23 [09:45]

 

대한민국은 여전히 거대한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아슬아슬한 외교의 줄타기 위에 서 있다. 미·중 패권 충돌이 격화되고, 국내 정치는 이념과 정파에 따라 흔들리며, 외교 정책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소비되는 현실. 이런 가운데,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외교 전략은 단지 과거의 회고로 남겨둘 것이 아니다.

 

그는 말했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Why’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이 한 문장은 외교관이기 이전에 한 국가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철학이기도 하다.

 

외교는 강자의 놀음이 아니다,  룰을 아는 자의 게임이다

전략적 자율성, 외교의 핵심이자 민주국가의 시험대

 

김현종은 수차례에 걸친 한미 FTA,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에 맞서며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쥔 자가 외교의 주도권을 쥔다 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외교는 강자와 약자의 싸움이 아니다. 논리와 숫자, 문구와 문장 하나까지 지배하는 자의 예술이다.

 

그는 협상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 않았다. 대신, 상대가 자신의 계산기를 다시 꺼내게 만들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품격 있는 승리였다.

 

그는 동맹에 충실한 동시에 자율을 말한다. 이는 모순이 아니다. 외교에서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상호존중 없는 동맹은 종속일 뿐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 내부다. 강대국과의 관계를 ‘진영논리’로 재단하는 이들은 전략적 판단력을 ‘종북’이냐 ‘친미’냐의 구도 안에 가둬버린다. 김현종은 이 구조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었다. 그는 국익 중심주의자였다.

 

그러나 그의 전략은 완벽하지 않았다. 때때로 그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결연함을 보였다. 상대를 압도하고 테이블을 지배하는 대신, 적절한 타협과 감정의 여유가 실종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외교관 개인의 성향이자, 국가의 외교 여론이 그에게 부여한 무게일 수 있다.

 

또한 국내 정치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국익 중심의 외교는 종종 정권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협했고, 그의 직설은 위계와 조직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유연했지만, 조직문화와 언론의 프레임에서는 때로 '외골수'였다.

 

미국은 여전히 자국 중심의 질서를 강요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안보 줄기를 뒤흔든다. 일본은 역사와 과거사 문제를 툭하면 외교 카드로 꺼내며, 북한은 침묵과 도발 사이를 오간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의 전략은 단순히 협상의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의 자존을 지키는 정신이자, 세계 앞에서 스스로를 스스로 대변할 수 있는 민족의 성숙한 자세였다. 그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보여준 것은 정보력도, 논리도, 전략도 아닌 ‘국가의 얼굴’이었다.

 

김현종의 외교 전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과제로 남아 있다. 단지 ‘맞았다, 틀렸다’가 아닌, 우리가 지금 어떤 외교를 원하고, 어떤 국가로 존재하고 싶은지를 묻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최세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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