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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왜 설득력을 잃었는가?
‘각자도생’은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이후, 세계 질서는 각자 자국의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유럽은 독자적 안보체계를 모색하고, 중국은 공급망 자립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보통국가화를 가속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동맹보다는 실리를 좇는 시대로 넘어갔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아직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채 혼선 속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방향이 바뀌고, 에너지·산업 정책은 오락가락한다. 특히 보수 진영은 안보·시장·법치라는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반대에만 몰두하며 신뢰를 잃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탈원전 정책이다. 보수는 이에 반대했지만, 수출 전략과 연계한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에는 실패했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도 원칙 없는 ‘줄서기’에만 몰두하며, 보수 본연의 실용적 국가전략 제시를 하지 못했다.
보수는 이제 복원의 정치를 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라는 두 축에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기술 자립, 공급망 재편, 한미동맹의 재정립, 중견국 외교 강화 등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논쟁이 아닌 설계로 풀어야 한다.
지식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대의 복잡성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일부 방송 패널들은 풍자와 선동에만 치우쳐 오히려 국민의 정치혐오를 부추긴다. 지식인은 분석이 아닌 통찰, 해설이 아닌 실천으로 말해야 한다.
보수는 과거를 지키는 정당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철학이 되어야 한다. 당리가 아니라 민생,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정치. 국민은 이제 그런 보수를 기다리고 있다.
최세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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