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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날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다시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동북아 안보 지형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전략적 예고다. 그의 재임 시절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회담은 역사적 장면을 남겼지만 비핵화라는 실질적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여전히 전통적 외교 문법보다는 개인적 관계와 ‘빅딜’을 통한 돌파를 선호한다. 그의 메시지는 한국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위기다.
문제는 우리가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주도할 것인가에 있다. 북핵 문제가 다시 국제무대의 핵심 의제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전략이 빈약하다면 또다시 논의에서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을 넘어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는 ‘코리아 낫싱(Korea Nothing)’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다층적이어야 한다.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원칙은 변함이 없으나, 트럼프식 외교가 동맹의 틀을 존중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은 세 가지 차원의 ‘플랜 B’를 준비하고 가동해야 한다.
우선 조건에 기반한 관여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은 북한의 ‘핵 동결’과 ‘핵 물질 생산 중단’을 입구로 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출구로 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해 미국과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협상의 밑그림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그릴 수 있다. 특히 북한의 단계적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수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협상 테이블에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선택지를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독자적 플랜도 필요하다. 만약 북·미가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ICBM 폐기’와 ‘미 본토 위협 해소’라는 수준에서 성급한 합의를 시도한다면, 한국은 단거리 미사일과 재래식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일본과 함께 역내 안보 우려를 국제적으로 제기하며, 미국 의회와 여론을 상대로 동맹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동시에 미 핵자산의 한반도 정례 순환배치와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실질적 가동을 통해 한국형 핵공유에 준하는 확장억제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초당적인 국내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대북 및 대미 정책은 정권 교체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굳건한 안보 태세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는 여야 지도부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전략 원탁회의(가칭)’를 구성해 최소한의 국가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비핵화 원칙의 견지’와 ‘한미동맹 수호’라는 두 가지 기둥에 대한 초당적 약속은 트럼프 행정부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라는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국가는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 공조를 중심축으로 삼되,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들 및 유럽연합(EU)과의 연대를 강화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 전선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의 시계는 이미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원칙 없는 낙관론이나 비관론에 머물러 있을 여유가 없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최악에 대비한 독자적 플랜을 마련하며, 초당적 국내 합의를 다지는 것. 이 세 가지 축이야말로 예측 불가능의 시대를 헤쳐 나갈 대한민국 외교의 생존 전략이다.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최세진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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