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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가을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펼치니 이십여 년 전 “별”이 된 시인을 기리는 문학제가 시인의 생가가 있는 고성에서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여전히 많은 시인과 독자들이 이 시인을 그리워하고, 그의 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편지에 쓰인 시인의 이름 위로 가만히 손을 얹으니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별” 하나가 반짝인다.
‘속초’하고 속으로 되뇌면,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눈물짓듯 웃어주”던 시인이 다가온다. 가을이 되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동해안 바닷가를 일주하였다. 속초를 지날 때면, 이건청 시인은 설악을 물그림자로 품어 안고 고요한 영랑호수 같은 이성선 시인과 자주 조우 하였다. 영랑호숫가에서 두 시인은 마치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듯, 서로 얼싸안고 눈물겨워 했다. 두 시인이 영랑호숫가를 천천히 도는 동안, 두 시인의 뒤를 조용히 뒤따르던 나는 우리은하의 미리내 강물에 빛나던 윤슬을 보았고, 마치 수천 광년 달려온 별이 초신성 폭발하듯 서로에게 빛을 보내던 시의 시간에 눈이 부셨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 추억은 무해하고 이해타산이 배제된 경우다. 별다른 목적 없이 떠났던 여행길에서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어 했던 시인과의 만남은 시간의 주름 속에 켜켜이 쌓여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길을 비추어주는” “별”처럼 가슴 속에서 반짝였다. 이 시인이 살던 속초는 더 이상 그냥 바닷가가 아니었다. ‘속초’하고 불러보면 시의 바다를 지키는 등대 같은 사람의 뒷모습이 선연하고, 붉은 단풍의 마음으로 시를 쓰던 시인의 열정이 설악의 능선마다 딛고 간 발자국이 보이고, 떨어지던 이파리 하나에도 “온 우주”를 느꼈던 시인의 기울어진 어깨가 보였다.
‘사람에 따라 별들은 모두 다른 의미가 있다. 여행자에겐 별들이 길잡이가 되고,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별은 수수께끼가 될 것이며, 어떤 이에게 별은 그저 조그만 빛일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아직도 자신의 ‘창문을 닫아걸고, 꺼진 별과 잠든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외로워 쳐다보면/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우러러 쳐다보면/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길을 비추어주는” “사랑하는 별 하나” 같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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