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발 외교 지진, 흔들리는 한반도·APEC 경주의 운명

최세진 | 기사입력 2025/10/21 [14:39]

[칼럼] 트럼프발 외교 지진, 흔들리는 한반도·APEC 경주의 운명

최세진 | 입력 : 2025/10/21 [14:39]

동맹의 변화, 힘의 질서로의 회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은 단순한 정치적 복귀가 아니다. 그는 이미 세계 질서를 다시 짜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2.0'이 동맹을 신뢰가 아닌 비용으로 평가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다시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한반도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더 깊은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성격은 '안보의 연대'에서 '계산된 계약'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요구와 자국의 산업 이해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경주 APEC, 자원 외교의 전략 무대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협력의 장이 아니다. 핵심광물(리튬, 니켈, 희토류 등) 협력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경제·안보·기술·자원이 하나의 전략축으로 얽히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를 비판하며 '우방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단순한 참여국이 아니라, 공급망의 중심이자 자원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APEC의 논의는 곧 '경제'가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며 한 국가의 자원 주권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좌표가 될 것이다.

 

한국의 선택,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첫째, 자원 확보의 다변화다. 호주·칠레·인도네시아 등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국내 정제·가공 역량 강화다. 단순 수입국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셋째, 미국 산업정책과의 정합성 확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미국의 공급망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쉽지 않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완전한 자율 외교를 펼치기 어렵고,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진정한 외교의 품격은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다.

 

경주, 미래를 선언하는 자리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기민함이 아니다. 기술·자원·외교를 아우르는 전략적 사고와 국가적 품격, 즉 '사고의 리더십'이야말로 21세기 안보의 새로운 자산이다. 경주는 그 시험대다. 이번 APEC 회의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단순한 외교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미래 세계 질서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다. 

 

트럼프 시대는 힘의 시대다. 그러나 그 힘은 군사력이 아니라 기술과 자원, 그리고 지적 주도권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제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다. 경주는 지금, 세계사와 한반도가 만나는 자리다. APEC의 회의장은 단순한 외교무대가 아니라, 한국의 전략과 품격이 시험받는 거울이다.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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