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국인인데..' 난민신세 된 외국인 엄마와 아이

이정경 기자 | 기사입력 2025/11/10 [17:03]

'나도 한국인인데..' 난민신세 된 외국인 엄마와 아이

이정경 기자 | 입력 : 2025/11/10 [17:03]

출생신고도, 복지도 ‘그림의 떡’…비혼 외국인 모(母)·아동 지원 공백 드러나

입법조사처 “국민의 배우자처럼 ‘국민의 양육자’ 개념 도입 필요”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민의 양육자’ 개념 도입을 제안하며 관련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비혼 외국인 여성을 ‘국민의 양육자’로 정의해 일정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이들이 현재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얼마 전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Kopino)’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관련 시민단체 ‘배드파더스’가 SNS에 해당 한국 남성들의 얼굴을 공개한 바 있다. 배드파더스 측은 “한국 남성들의 일방적인 도피로 어린 코피노들이 의료와 양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얼굴 공개는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코피노 문제가 주목받았다면, 국내에서는 한국 남성과 혼인 관계 없이 자녀를 출산한 외국인 여성의 양육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전국 이주여성 지원기관의 사례를 통해 열악한 양육 환경이 다수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남성과 법률혼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할 경우 출생등록, 국적 취득, 복지, 체류 자격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최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관련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강 실장은 지난 9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혼 출산이 늘어나는 등 현실이 바뀌고 있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비혼 출산 지원 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향후 제도 보완 시 외국인 여성의 비혼 출산 가족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저널21

 

국적 취득에도 부(父) 협조 필요…부의 비협조 속 정부 지원 사각지대
주양육자 외국인 모(母), 안정적 체류비자 취득도 난관

 

그렇다면 외국인 모(母)의 양육에는 어떤 제도적 걸림돌이 있을까.

 

우선 출생 아동의 한국 국적 취득이 쉽지 않다. 한국인 부(父)와 외국인 모가 법률혼 관계가 아닐 경우, 출생아는 인지신고와 별도의 국적취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친부가 비협조적이면 소송 장기화나 서류 미비 등으로 절차가 복잡해지고, 길게는 국적 취득에만 1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국적신고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않아, 그 기간 동안 아동은 아동수당·부모급여·유아학비 등 각종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

 

두 번째 걸림돌은 외국인 친모의 법적 지위 문제다. 친부가 자녀를 외면하는 경우 외국인 모는 아동의 유일한 보호자가 된다. 따라서 모가 체류 자격을 확보해야만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각종 지원과 보육비,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모는 아동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범칙금 납부, 외국인 등록, 체류자격 변경 등의 절차를 새로 거쳐야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사실혼 관계 부인, 자녀 인지 거부 등 친부의 비협조로 결혼이민(F-6-2) 비자를 받지 못할 경우, 허용되는 체류 자격은 방문동거(F-1)에 불과하다”며 “F-1 비자는 원칙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해 안정적인 자녀 양육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녀양육(F-6-2) 비자는 취업이 가능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체류자격으로, 친부와 동거하지 않거나 친부에게 법적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칙금 부과 역시 체류자격 취득의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체류자격 심사를 받기 위해 최대 3000만 원의 불법체류 범칙금을 먼저 납부해야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미혼모에게 범칙금 납부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영유아복지 3법 개정·‘국민의 양육자’ 법제화 제안

"영유아복지 3법 개정은 신속히 처리 가능...관련 입법 서둘러야"

 

이에 입법조사처는 ‘영유아복지 관련 3법 개정’과 ‘국민의 양육자 개념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영유아복지 3법(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 아동수당법)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동’만을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적 취득 절차 중인 아동이 필수 복지·보육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각 법률의 지원 대상 조항에 ‘국적 취득 절차를 밟고 있는 아동’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대한민국 국민과 적법한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국민의 배우자’로 정의해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국민의 양육자’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하는 자를 ‘국민의 양육자’로 인정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인정하는 방안이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아동의 부와 사실혼 관계 확인이 어려운 경우라도, 한국 국적의 혼외자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 자녀양육 체류자격(F-6-2)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체류자격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범칙금 부담으로 외국인 모의 미등록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아동의 양육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며, 범칙금 면제 원칙도 함께 제안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혼 출산 외국인 여성들을 돕는 단체들에 따르면 피해 여성의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있다”며 “영유아복지 3법 개정은 국회에서 비교적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사안으로, 2년 가까이 지원에서 배제되는 아동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이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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