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황토 작가 박병준의 예술

토장(土裝)으로 심화하는 생명의 황토 그림

최세진 | 기사입력 2007/11/16 [06:12]

자연을 품은 황토 작가 박병준의 예술

토장(土裝)으로 심화하는 생명의 황토 그림

최세진 | 입력 : 2007/11/16 [06:12]
▲ 박병준선생의 개인 작업실에서 인터뷰광경  © 최재원기자
 
자연을 품은 황토 작가 박병준의 예술세계

인사동 놀이마당에 있는 삼경 박병준 선생의 화실로 가는 길. 모처럼 우리나라 문화예술 전통의 거리를 활보해본다. 차가운 오후, 세찬 바람이 초겨울로 진입하는 계절을 실감케 한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어느 외국인의 바이올린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귓가에 파고든다. 바이올린 켜는 손이 시릴만큼 쌀쌀한 날씨, 주변에 관중이 있기에 그나마 힘이 될 것이다.

길 건너편,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느 할아버님이 붓글씨를 쓰면서 열심히 설명과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얼핏 보아 명필같아 보인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의 피부 색깔이 다양하다. 너 댓 명의 외국인이 열심히 듣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그렇게 인사동 거리 이 곳 저 곳을 구경하다 박병준 선생의 화실을 찾았다.

선생의 화실은 그야말로 향토 흙 텃밭 같다. 막 작업을 마친 선한 농부의 모습으로 필자와 인사를 나눈다. 따뜻한 녹차와 함께 그림이야기로 빠져든다.



▲박병준 선생의 '생명의 땅-황토(강원도 영월)'  ©최재원기자
 
삼경 박병준 화백의 황토 사랑


선생은 황토에 집착한 세월이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1994년 황토작품을 첫 발표한 후 '황토의 노예', '황토는 나의 생명', '생명의 땅 황토'라는 부제로 수 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내년에는 황토적 서정과 한국적 그림을 황토로 녺여낼 생각이다. 약 700호 크기의 대작들로 그만의 독특한 고집과 창작의 열정이 배어있는 개인전을 준비 중인 것.
 
왜 황토만을 사용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살아있고 생명력이 있는 것은 황토, 흙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하늘의 정기와 땅의 기가 융화되어 태어나고 흙에서 길러진 먹을거리를 먹고 생을 이어가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윤회설까지 생각하며 황토를 사랑하게 된다”고 답한다. 황토는 살아숨쉬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모태라고.

그에게 있어 땅은 또 하늘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시의성, 역사성, 조형성은 작품의 필요충족조건. 그것을 정체성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작품은 이 땅의 예술로 승화한다.

황토작가 박병준은 그림에서 전통을 살리되 재료와 기법의 혁명적 전변을 통해 사고와 행위를 타파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결과 다시 돌아가 서게 된 곳이 바로 원점이었다.

우리의 조상이 이 땅에서 생명의 지기를 받아들였듯이 그 또한 땅의 정기와 조상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있다. 땅의 정기를 얘기할 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황토를 연상하듯, 한국의 화가 박병준은 땅의 정기 황토를 화면에 바로 칠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교에 황토를 개어 그림을 그려봤다. 그것이 전통이려니 했다. 그러나 석달이 못되어 바탕화면에서 떨어져 나왔다. 흙을 개어 바른 선배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박락에 고심하던 차에 다가온 것이 아크릴용 젤 타입의 종이용 미디엄이었다. 그것은 이상적인 접착제였다. 수성이므로 황토를 사용하는 의도를 최대한 살릴 수 있었다.


그림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병준선생이 황토를 재료로 작품을 그리고 있다.  ©최재원기자
작품을 계속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의문은 계속되어 간다. 회화작품이 무엇이기에 작품을 해 갈수록 의문이 확산되는 것일까?

근래에 오면서 행위예술이니 이벤트예술이니 비디오 미술에 이은 영상미술까지, 회화기법이나 표현기법, 미술자료 도구 등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방법들로 표출되고 있다. 인식의 도가 흐릿해져 어떠한 기법과 어떠한 형태의 작품이 개성적이고 참신한 작품인지조차 말하기 어렵다.

과거를 기본으로 현실을 변화 발전시키고,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고 차원 높은 의식의 변화를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창조의 근원이 아닌가. 사회, 과학, 문화, 예술의 철학적 용어가 탄생되고 문명의 이기와 인간의 두뇌가 혼성되어 상호작용으로 과학에 예술을 창조하는 것은 아닌지. 정신작용이 정지되는 지경까지 변화의 스피드를 가져와 무엇이 미술이고 예술인지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통만 무한히 주장하다보면 새로운 단계의 참신한 예술의 창조가 제자리에 정지되고, 그러다 보면 끝내 예술의 장에 곰팡이가 피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로운 재료의 개발과 새로운 기법, 소재를 탄생시키려면 전통을 철저히 연마하고 그 전통의 바탕 위에 의식의 대혁명을 불어넣어 관념적 사유와 행위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작가들이 계곡이 있고 봉우리가 있는 산이나 물, 바위, 자갈, 숲 사이를 흐르는 강, 어선이나, 연락선이 머물고 있는 항구, 다양한 형태의 인물 등 극히 일반적인 소재, 방법에 머물러 있는 매너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소재, 새롭고 참신한 기법을 창출해 내는데 게을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칼라시대의 전환 등으로 다방면에서 사고와 행위의 변화를 초래했으며, 그 과정에서 그는 점진적 소재 선택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색채로써의 부족함이 없는 황토 흙과 만나게 된 것이다.

흙, 황토 흙은 우주 모든 생명체의 모태이다.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의 융화로 생명을 얻어 소생하고 흙에서 길러진 먹거리를 먹고, 삶을 영위하고 흙에서 추출해 빚어진 약재로 삶을 이어가다가, 삶이 다 했을 때 모태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불교의 윤회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서 그는 흙이 내포하고 있는 어떤 의문의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그는 황토 흙, 황토밭에서 우리 삶의 본질을 찾아 작품화하고 싶어한다. 점과 선, 면 속에 묵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어떤 의미를 이해하고 특출한 표현기법을 창출하는, 남다른 황토와 백토의 채색으로 융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색상의 변화를 순간 순간 포착하여 화면에 정착시켜 간다. 그 순간의 정지가 심상의 형태가 되고 거기에 독창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흙, 황토 흙은 우주 모든 생명체의 모태라고 말하는 박병준선생  © 최재원기자
그는 말한다. “자칫 오해가 있을지 몰라서 제시하지만 우리의 것, 우리의 문화 그 정서의 상징으로 흙, 땅 자체를 그린 것이 아닌 우리의 선조 즉, 옛 선인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밭이나 논, 광활한 산과 들, 삶의 터)에서 황토의 미를 부여하고 황토 흙과 백토 흙으로 채색 나만의 방법으로 대체하여 황토, 백토 칠을 하여 선인들의 삶의 터전 황토 밭, 논, 산, 산과 들의 의미를 표출시켰다"고.

즉 황토와 백토를 채색대용으로 그만의 방법을 통해 표현했으며, 작품에 대한 의미를 알고자 할 때에는 작품 하나하나를 정관하라고 말한다. 소재도 중요하지만, 작가는 자신만의 어떤 표현 수단과 방법이 작품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생활 40여년의 황토작가 박병준. 연구와 모험을 거듭하면서 그는 먹의 질료와 그 특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막종이를 찾아냈다.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과 서예의 함축된 선의 기법을 서양화적인 양성적 기법에 접목해냈다.

그 위에 황갈색의 황토 흙을 착색의 자료로 사용한 그의 표정에서 지칠 줄 모르고 흐르는 내면의 깊은 에술혼을 느낄 수 있었다. 
[박병준 인터뷰영상 보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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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07/11/18 [17:15] 수정 삭제  
  황토와 먹으로 그림을... 독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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