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는 사람이 보는 소리의 세계

청각장애 2급 김미경씨의 삶②

이복남 | 기사입력 2011/05/27 [17:12]

듣지 못하는 사람이 보는 소리의 세계

청각장애 2급 김미경씨의 삶②

이복남 | 입력 : 2011/05/27 [17:12]
김미경 씨에게 우숙진 선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숙진 선생을 찾아서 통화를 했다. 지금은 금사중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고 계셨다.

“배화학교에서 김미경 씨를 만났다면서요.”

“아, 김미경, 고3 때 담임을 했지요. 대학 갈 형편이 못 되어서 졸업 후 공장에 다녔어요. 4~5년이 지난 후에 다시 찾아와서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김미경 씨는 돈이 없어서 돈 벌러 공장엘 갔단다. 그런데 돈이 좀 모이자 인생의 목표가 뭔가 싶어 회의가 들더란다.

▲ 김미경씨의 청강대학 졸업식     © 이복남

“새로운 세상,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숙진 선생님을 찾아 갔어요.” 우선생은 우선 그를 대학에 보내려고 일 년 동안 데리고 공부를 가르쳤단다. 우선생은 미경에게 대학 갈 공부를 지도하면서 소리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리를 보여주고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피아노 소리는 딩동뎅, 웃음소리는 하하호호 깔깔깔, 바람소리는 쏴아쏴아,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장맛비는 주룩주룩 내린다. 찌개를 끓일 때는 보글보글, 김치를 씹을 때는 아삭아삭, 애기가 울 때는 응아응아, 어린아이가 보챌 때는 칭얼칭얼, 가슴이 뛸 때는 콩닥콩닥 등 눈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다 제마다의 소리가 있고 우리말에는 아름다운 의성어가 많지만 청각장애인은 소리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한다.

“미경이가 소리의 세계를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해도 어쩌면 웅얼웅얼하는 진동으로 밖에 는 못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우선생은 그런 미경이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이 어찌 소리의 세계를 다 알 수가 있겠는가. 사물의 울림 즉 진동으로 강하고 약하고, 빠르고 느림의 차이는 느낄 수가 있겠지. 그러나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 김미경씨의 결혼식     © 이복남

“대학 가기 전에 우선생님하고 해남으로 여행을 갔어요. 우선생님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수화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면 우선생님이 그 사람들에게 막 욕을 해 주었어요.”

김미경씨의 얘기를 듣고 우숙진 선생에게 김미경 씨와 여행간 이야기를 물었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미경이와 같이 ‘남도답사 일번지’를 찾아서 강진과 해남으로 갔는데 신비의 바닷길이 진도에만 있는 게 아니데요.”

해남 땅 끝 중리마을에서 맴섬까지 바닷길이 열리는데 어쩌다 보니 미경이는 맴섬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고 우선생은 중리마을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바닷물이 차올랐다.

‘미경아! 미경아!’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미경이는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우선생은 이편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미경아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제발 좀 돌아다 봐라.’ 우선생은 미경이가 돌아보기를 간절하게 빌면서 텔레파시를 보냈단다. 그러자 미경이가 우선생 쪽으로 돌아보았고 우선생이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물이 들어온다고 하자 그제야 미경이가 중리마을로 달려오더라는 것이다.

▲ 남편이랑 괌 신혼여행에서     © 이복남

다음해 봄이 되었다.

“미경이는 디자인에 소질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

우숙진 선생은 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에 그를 추천을 했다. 그는 홀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청강로에 있는 청강대학의 기숙사에서 지내는 대학생이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웹디자인 회사에 근무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어떤 장애인 모임에 나갔는데 회원들은 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이었고 지체장애인도 더러 있었다.

“여름휴가 때 그 모임에서 전라도 운주사에 갔는데, 키가 작고 걸음을 잘 못 걷는 지체장애인 여자가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그녀를 업고 계단을 올라가는 거예요.”

그 남자가 많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다시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 남자는 김경태(68년생) 씨였는데 경태 씨는 배화학교 선배였고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청각장애인들의 해결사였다.

김미경씨의 이야기는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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