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유홍준 시집>-저녁의 슬하

서대선 | 기사입력 2011/05/31 [10:27]

[북리뷰]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유홍준 시집>-저녁의 슬하

서대선 | 입력 : 2011/05/31 [10:27]
하루종일 중얼거리기만 하는 사람 최경서씨는 정신병원
안정실에 갇혀 있다네 똥오줌도 그냥 옷에다 칠칠 밥풀도
마찬가지 입술 주위에는 또 무엇이 잔뜩 돋아서 울긋불긋
솔직히 나는 저 입 속에 약을 넣어주는 일이 싫어 투약시간
이 싫다네 아무리 안 묻히려고 해도 결국에는 묻히고야 마
는 최경서씨의 타액이 싫어 더러워 하루빨리 퇴원을 하든
지 죽든지 했으면 좋겠네 골칫덩어리 골칫덩어리 오늘은
약의 함양을 조절하기 위해 환자들의 몸무게를 다는 날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도대체 정신이 없는 최경서씨의 몸
무게를 다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최경서씨를 안고 최경서씨
를 보듬고 저울 위에 직접 올라가는 것 그래서 거기에서 내
몸무게를 빼는 것 더러운, 냄새나는, 하염없이 침 흘리고 오
줌을 싸는 최경서씨를 안고 한 평 반 안정실에서 나는 낑낑

-몸무게를 다는 방법

#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한 유홍준 시인의 시집 <저녁의 슬하>가 출간되었다. 유 시인은 지금 뻐꾸기 둥지에서 아주 작은 새 오목눈이처럼 살고 있다.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오목눈이 새처럼 저보다 몇 배나 작은 새 집에 슬쩍 알을 낳고는 오목눈이 새의 온갖 시중과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 다음엔, 인사 한마디 없이 어느 날 훌쩍 떠나 버리는 새이다. 유 시인은 최근에 정신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유 시인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이다. 

문명의 그림자가 뻐꾸기처럼 알을 슬고 간 정신병동에서 “더러운, 냄새나는, 하염없이 침 흘리고 오/줌을 싸는 최경서씨를 안고 한 평 반 안정실에서 나는 낑낑 (몸무게를 다는 방법 중 일부)”거리기도하며, “정신병원 흡연실 앞에 일회용 가스라이터 하나가 묶여/있다(중략)/폐쇄병동 사람들은 모두 다 이 불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고 가슴속 연기를 내뿜는다/나는 이 불을 관리하는 보호사, 신전(神殿)에 종사하는 성/직자처럼....가스가 떨어졌다면 가서 갈아준다 밤 아홉시/반 취침등이 켜지면 쇠사슬을 풀고 수거해(묶인 불 중 일부)”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가면(persona)의 세계에서 돌아와 진정한 자신을 만나보려 때로는 “저수지에 간다/밤이 되면 붕어가 주둥이로/보름달을 툭 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요즈음의 내 낙은/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 있는 것/아무 돌맹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 보(저수지는 웃는다 중 일부)‘기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기록한다. 페르소나(persona)에 대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역할(role)은 개인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특정한 위치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사회에서 인정되는 포괄적 행동유형이다. 사회성원으로서의 개인에게는 여러 가지 역할이주어지며 각 성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사회과정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고, 질서를 유지 존속 시킨다. 역할기대(role expect)에는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부모와 자식, 형과 동생처럼 선천적으로 부여 되는 역할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얻어지는 사회적 역할이 있다. 이러한역할 기대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해 칼 융(carl gustv jung)은 페르소나(persona)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천개의 페르소나(persona:가면)을 지니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페르소나를 씀으로서 관계를 이루어 간다고 하였다.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점에 도달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 안에 내재해 있는 페르소나를 잘 조정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적 요구 간에 적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그림자 속에 내재해 있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인 페르소나가 사회적 요구와 충돌을 일으키게 되면 병리적 증상을 일으키게 되어 다양한 그림자들을 겉으로 들어 내며 다중인격들의 병리적 증상을 앓게 되고, 사회에서는 마이너리티로 분류되고 소외되는 것이다.
    
“하루종일 중얼거리기만 하는 사람 최경서씨는 정신병원/안정실에 갇혀 있다네 똥오줌도 그냥 옷에다 칠칠 밥풀도/마찬가지 입 주위에는 또 무엇이 잔뜩 돋아서 울긋불긋/솔직히 나는 저 입 속에 약을 넣어주는 일이 싫어 투약시간/이 싫다네 아무리 안 묻히려고 해도 결국에는 묻히고야 마/는 최경서씨의 타액이 싫어 더러워 하루빨리 퇴원을 하든/지 죽든지 했으면 좋겠네 골칫덩어리 골칫덩어리 오늘은/약의 함양을 조절하기 위해 환자들의 몸무게를 다는 날 제/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도대체 정신이 없는 최경서씨의 몸/무게를 다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최경서씨를 안고 최경서씨/를 보듬고 저울 위에 직접 올라가는 것 그래서 거기에서 내/몸무게를 빼는 것 더러운, 냄새나는, 하염없이 침 흘리고 오/줌을 싸는 최경서씨(몸무게를 다는 방법 중 일부)는 페르소나가 사회적 요구와 충돌을 일으킨 내 안에 그림자인 또 다른 나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버리지 않고 모아둔 옷가지를 챙겨/정신병원 환자들에게 갖다 주었다/얼룩덜룩 내가 입던 옷들을 입고 복도를 걸어 다니는 백/명의 환자들/어떤 나는 환청에 시달리고/어떤 나는 망상에 시달린다/어떤 나는 소리를 꽥지르고 어떤 나는 계속해서 헛소리/를 해댄다/내가 입던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백명의 정신병자들,/나는 흠칫 놀라 움츠리곤 한다/아니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너무나 친숙하고 너무나 익/숙해서 나는 웃는다(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자들 중 일부)” “정신병원 복도를 걸어 다니는 백명의 나에게/농담을 건네고 악수를 하고/포옹을 한다/배식을 하고 투약을 하고 잘 자는지 못 자는지 확인(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자들 중 일부)”하고 살고 있는 유 시인은 인간 안에 내재된 그림자 군상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가면(persona)들의 양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유 시인은 사람을 읽어내는 데 “1초(주석 없이 중 일부)”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언한다. 유 시인은 적어도 인간 “백 명”의 페르소나를 통해 그가 살아오면서 만난 인간들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어떤 “전반부”도 그 어떤 “주석” 없이도 인간을 꿰뚫어 보는 경지에 이르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곤 우리에게 건넨다. 그의 예리한 관찰로 기록된 페르소나에 대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유 시인이 체험하고 바라보는 세상엔 마이너리티(minority)들의 통증이 가득하다. 마치 손창섭의 “잉여인간”들에 나오는 병들고 비틀린 모습들이거나, 자본주의의 뒤꼍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가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통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유월이었다/한낮이었다/있는대로 몸을 배배 틀었다/방바닥에다 대고/성기를 문질러대는 자위행위처럼/간질을 앓던 이웃집 형이 있었다/꽃송이처럼 제몸을 돌똘 뭉쳐/비비적거리던 형이 있었다/번번히 우리집에 와서 그랬다(작약 중 일부)” “이상한 냄새가 나고” “피할 수도 없는”마이너리티의 통증이 유월의 붉은 작약 속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진땀이 흐른다.

“공사장 모래더미에/삽 한 자루가/푹 (중략)/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아무도 저 씨멘트라는 독한 양념 비벼 대신 먹어줄 사람/없다/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모래밥 중 일부)”에 이르면 내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중 하나가 삭신이 쑤시고 골병든 206개의 뼈들이 입을 틀어 막힌 채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며 끙긍 앓고 있는 듯 아프다. 평생을 자본주의의 막장에서 착취당한 근육들은 고무줄 늘어나 듯 탄력을 잃고 모든 근육들이 한올 한올  끌려 나와서는 땅바닥에 못질을 당한 것처럼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련과 마비가 교차되고 있는 풍경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알아들어서는 안되는/분절의 말들이/폐쇄병동 복도를 굴러다닌다/더럽다, 그만두자, 기록해서는 안되는/해와 달의/밤과/낮의 일거수일투족을/더이상 태양은 뜨겁지가 않고 더 이상 달은 차갑지가 않/(폐쇄병동에 관한 기록)”은  뻐꾸기 둥지 같은 정신병동에서 내 안에 너무도 많은 또 다른 나인 페르소나들의 통증을 쓸어 담은 그의 시선은 그 모든 통증을 망막 뒤의 시신경 통해 대뇌(cerebrum)속의 후두엽(occipital lobe)이라는 와이드 화면 속에서 생생하게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작성한다. 다른 사람은 감히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에 대한 모습들의 생생한 기록인 유 시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정독해보라고 권한다. 유 시인 말고 누가 이토록 “직방(直放)”으로 보여 줄 수 있단 말인가?

유홍준 시인은 196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8년 <시와 반시>신인상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하였다.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가 있다. 2005년 젊은 시인상을 수상 하였으며, 2007년 시작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을 수상 하였다.[창비] 값 7,000원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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