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무가에게 영감을 주는 디테일의 안무가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

박하나 무용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7/08/01 [12:14]

[리뷰] 안무가에게 영감을 주는 디테일의 안무가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

박하나 무용전문기자 | 입력 : 2017/08/01 [12:14]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 7월 28~3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은 춤의 모더니즘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언가를 새롭고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통과 과거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전통이라는 부분적인 요소를 떼어놓고 봤을 때 비로소 현대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서 ‘혼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혼합’은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문화, 자연과 인간 등 넓은 의미에서 ‘확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분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모아낸 작품이 이번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이다. 전통악기가 구현해낸 소리에 맞춰 안무가 특유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무대는 그 자체로 심플하고도 자유분방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개인적으로 안무가 안성수가 만든 작품을 그리 많이 접하지 못했다. 제대로 본 작품은 아마도 이번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이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안무가 특유의 색채가 무대에 고스란히 묻어나 작품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대에서 느껴지는 첫 번째 인상은 전통 악기의 풍부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는 점이다. 5명의 연주자들은 무대의 맨 위쪽에 자리 잡고, 중앙에 설치된 은은한 영상미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는데 탁월했다. 마치 그 옛날 신선놀음을 보는 듯 하늘과 맞닿은 언덕 위에 가야금과 대금, 피리, 해금, 장구 가락이 정교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또한 어두운 무대 위에 고스란히 드러낸 노을 진 영상미는 전통 음악과 한데 어우러져 멋스럽게 다가왔다. 전체 화이트 톤을 색채감을 준 무대는 심플하고도 고요했다. 이러한 무대 연출은 안무에 더욱 집중하게 하며,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안무가 안성수는 안무에 있어 선과 결, 색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안무 대부분이 라인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손을 위로 뻗고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듯한 동작이 반복되었으며, 턴과 웨이브를 동시에 연결짓는 움직임 역시 독특했다. 또한 발레의 훼떼 동작을 적절히 섞은 듯한 참신함과 날개를 펼치듯 팔을 이용한 섬세함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상체는 한국춤, 하체는 서양춤을 혼합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체와 하체를 어떻게 하면 더 매끄럽고 유연하게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다양한 춤을 나열해서 새롭게 엮어놓은 듯한 해석이 안무를 보는 데 있어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움직임들이 무대에서 계속 반복되는데, 점점 반복될수록 그 안에 파생되어 다이내믹하고도 화려하게 바뀌었다. 이는 안무가 특유의 해석이 돋보이는 결과였다.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독창적인 안무는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춤은 사실 무용수들이 추기에도 어려울 듯했다. 끊임없이 호흡하고 정제된 움직임을 계속해서 반복하기란 쉽지 않다. 한두 명의 남자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따라가기 급급했다. 빠른 템포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으면 좋았겠지만, 그 자체로 호흡량이 많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서 조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번 작품에 주로 사용된 한국전통춤은 오고무와 태평무였다. 오고무에 사용된 북 역시 전체 화이트 톤으로 바꾸며 무대와 하나 되게 한 점이 돋보인다. 블랙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오고무 사이에서 보여준 안무가 무척 새롭게 다가왔다.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는 무대를 다시 한번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음악과도 절묘한 어우러짐을 이끌었다. 특히 서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오고무를 추는 정교함은 그 자체로 무대를 압도하기에 이른다.

 

또한 태평무는 모던한 무대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 특유함을 낳았다. 무대에서 태평무를 추는 두 명의 무용수 사이에 전혀 다른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두 개의 춤이 무대 위에 보여진 가운데 서로 간의 화합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국 전통의 대표적인 춤인 태평무는 나라의 평안과 번성을 상징하는 춤으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안무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태평무의 빠르고 섬세한 발놀림과 깊은 호흡, 길게 뻗은 손의 정교함이 모던한 무대 위에 새롭게 다가왔다. 오고무 역시 강한 임팩트가 있지만, 오고무는 그 자체로 북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무대에서 흐르는 전통음악과 전혀 어색함 없이 연출된다. 하지만 태평무는 쉽게 다른 춤과 섞이기 힘든 강인한 임팩트와 에너지가 있다. 해석이 불분명하고,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무대 위에 태평무는 무용수들의 섬세한 라인을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완전한 어색함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제전악(祭典樂)-장미의 잔상’의 무대는 자유분방함의 연속이었다. 무대 대형을 따로 두지 않아 더욱 신선했다. 시시각각 변하고 휘몰아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바삐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무대가 안정을 찾다가 가득 메워졌다. 억지로 대형을 만들어나가기보다 무용수 스스로 춤을 추다 멈추고 움직이는 공간이 대형이었다. 안무가는 무용수들이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를 지정해 주었을 뿐, 마치 자유롭게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무용수들이 서로 모여 팔을 겹치고 펼칠 때는 마치 꽃이 피는 듯한 이미지가 연출되었다. 이렇듯 안무에 임팩트를 주고 스스로의 움직임에 주목하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안성수는 이번 작품에서 깔끔한 무대 연출력과 전통 음악의 정교함을 재해석한 독창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그만큼 다른 무용수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안무가로 통하며, 앞으로 만들어낼 작품 역시 거는 기대가 크다.

 

문화저널21 박하나 무용전문기자 phn81@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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